농민도 외면하는 농협

입력 2004.11.08 (22:02) 수정 2018.08.29 (15:00)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농산물개방의 파고는 높아지고 있습니다마는 농민들단체인 농협조차도 농민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속기획보도, 이번 주에는 농협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을 찾아봅니다.
오늘은 돈 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는 농협의 사업실태를 김대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농협 개혁을 바라는 경북지역 농민대표들이 비상총회를 열었습니다.
⊙황인석(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어떤 사업을 좀 중점적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제가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협동조합 문제였습니다.
병든 농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친한 사람에게 메스를 들이대는 아픔도 감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들은 농민들이 지역조합에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유통판매와 같은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황의창(전농 협동조합 개혁위원장): 농민의 어떤 경제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농협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또 농민의 아픈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기자: 올해 46살의 남광식 씨.
20년 동안 밭농사, 논농사 안 해본 농사가 없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빚더미뿐입니다.
통장에 있는 마이너스 1400만원을 포함해 남 씨가 농협에 지고 있는 빚은 모두 1억 5000만원.
⊙남광식(경북 상주시): 정책자금을 못 갚으니까 일반대출해서 연대보증 같은 거 해서 그 정책자금 갚고 또 그 다음에 그거 메우려고 살아가다 보면 빚을 져야 하고...
⊙기자: 도시 근로자들의 농가당 평균소득은 지난 90년 97.4%에서 2002년 73%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97년 201억원에서 2002년 5936억원으로 3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박진도(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농민을 상대로 한 경제사업은 나쁘게 얘기하면 면피용으로 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구색을 맞추는 사업으로 전락돼 있다는 거죠.
⊙기자: 농산물유통 등 농민들이 원하는 경제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고작 2배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돈을 빌려주는 신용부문은 91년 10조원에서 2001년 70조원으로 무려 7배 늘었습니다.
농협이 협동조합의 핵심인 유통판매 사업은 등한시하고 손쉬운 신용사업에만 치중했다는 얘기입니다.
⊙주금향(사과 재배 농민): 소비자들한테 직거래해서 나는 한 4만원, 3만 5000원 정도 받았는데 1만 6000원 팔아주니 조합이 조합입니까?
⊙기자: 농협법에 명시된 농협의 목적은 농자재의 통합구매와 농산물의 협동출하로 농민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961년 농업은행과 통합된 뒤에는 경제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신용사업 위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중앙회 인력의 77%가 신용부문에 근무하고 있고 조합매출 총이익의 73%도 신용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농촌발전을 위해 11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신용사업을 위주로 하는 농협을 농산물의 생산유통판매를 관장하는 농협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우르과이라운드 때처럼 농촌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우려가 높습니다.
KBS뉴스 김대홍입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농민도 외면하는 농협
    • 입력 2004-11-08 21:14:56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농산물개방의 파고는 높아지고 있습니다마는 농민들단체인 농협조차도 농민에게 힘이 되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속기획보도, 이번 주에는 농협의 문제점과 개혁방안을 찾아봅니다. 오늘은 돈 장사에만 치중하고 있는 농협의 사업실태를 김대홍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농협 개혁을 바라는 경북지역 농민대표들이 비상총회를 열었습니다. ⊙황인석(전농 경북도연맹 의장): 어떤 사업을 좀 중점적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제가 한번 생각해 본 적이 있었습니다. 바로 협동조합 문제였습니다. 병든 농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장 친한 사람에게 메스를 들이대는 아픔도 감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이들은 농민들이 지역조합에 가장 절실히 바라는 것은 유통판매와 같은 경제사업을 활성화하는 일이라고 주장합니다. ⊙황의창(전농 협동조합 개혁위원장): 농민의 어떤 경제사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농협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또 농민의 아픈 곳을 긁어주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 ⊙기자: 올해 46살의 남광식 씨. 20년 동안 밭농사, 논농사 안 해본 농사가 없지만 남은 것이라고는 빚더미뿐입니다. 통장에 있는 마이너스 1400만원을 포함해 남 씨가 농협에 지고 있는 빚은 모두 1억 5000만원. ⊙남광식(경북 상주시): 정책자금을 못 갚으니까 일반대출해서 연대보증 같은 거 해서 그 정책자금 갚고 또 그 다음에 그거 메우려고 살아가다 보면 빚을 져야 하고... ⊙기자: 도시 근로자들의 농가당 평균소득은 지난 90년 97.4%에서 2002년 73%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농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지난 97년 201억원에서 2002년 5936억원으로 30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박진도(충남대 경제무역학부 교수): 농민을 상대로 한 경제사업은 나쁘게 얘기하면 면피용으로 하고 있는 협동조합의 구색을 맞추는 사업으로 전락돼 있다는 거죠. ⊙기자: 농산물유통 등 농민들이 원하는 경제사업은 지난 10년 동안 고작 2배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돈을 빌려주는 신용부문은 91년 10조원에서 2001년 70조원으로 무려 7배 늘었습니다. 농협이 협동조합의 핵심인 유통판매 사업은 등한시하고 손쉬운 신용사업에만 치중했다는 얘기입니다. ⊙주금향(사과 재배 농민): 소비자들한테 직거래해서 나는 한 4만원, 3만 5000원 정도 받았는데 1만 6000원 팔아주니 조합이 조합입니까? ⊙기자: 농협법에 명시된 농협의 목적은 농자재의 통합구매와 농산물의 협동출하로 농민 모두에게 이득이 돌아가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1961년 농업은행과 통합된 뒤에는 경제사업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신용사업 위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중앙회 인력의 77%가 신용부문에 근무하고 있고 조합매출 총이익의 73%도 신용사업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 10년 동안 농촌발전을 위해 119조원을 투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신용사업을 위주로 하는 농협을 농산물의 생산유통판매를 관장하는 농협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리지 못하면 우르과이라운드 때처럼 농촌에 아무리 많은 돈을 쏟아부어도 밑 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우려가 높습니다. KBS뉴스 김대홍입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2024 파리 올림픽 배너 이미지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