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은 뒷전

입력 2004.11.09 (21:59) 수정 2018.08.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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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농민은 농산물 생산에 전념하고 농협은 이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는 것, 농민과 농협의 이상적인 관계입니다.
그러나 우리 농협은 농민들의 판로를 개척해 주기보다는 판매 대행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농협 개혁을 위한 두번째 순서, 김대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성난 농민들이 얼갈이 배추밭을 갈아 엎습니다.
정성스럽게 키웠지만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자 아예 수확을 포기한 것입니다.
⊙김인수(배추 재배 농민): 모든 게 마이너스가 되니까, 모든 게 손해를 보니까 오히려 안 보면 마음이라도 편하죠.
⊙기자: 지난해 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얼갈이배추와 쑥갓 등 모두 570억원어치.
하지만 이 가운데 40%만이 농협을 통해 출하됐고 나머지 60%는 농민들이 직접 도매시장 등을 찾아다니며 판 것입니다.
⊙조규천(시설 채소 재배 농민): 농협에서 계통 출하를 해 줌으로써 단가가 농민이 직접 가지고 간 것보다 더 받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농협에서는 아예 인건비다, 뭐다 해서 안 하려고 들죠.
⊙기자: 농협이 담당하는 산지유통비율은 현재 45%, 이 가운데 농협이 수집뿐 아니라 대금계산까지 책임지는 공동선별과 공동계산은 고작 5%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본 농협의 경우 공동계산점유율은 51.4%나 됩니다.
산지유통이 이처럼 취약한 이유는 무엇보다 협동조합인 농협이 제기능을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정보와 교섭력이 부족하고 산지유통센터의 운영도 미흡합니다.
농민교육도 제대로 없다 보니 생산한 농작물의 품질도 고르지 않습니다.
농협의 더 큰 문제는 생산지뿐만 아니라 소비지 유통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입니다.
경매가 끝났지만 농민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전용열(시설 채소 재배 농민): 지금 오늘 보시지만 저기 지금 500원 나오잖아, 저거 500원 가지고 뭘해, 싣고 오는 데 운임이 200원이야, 박스비 300원이야, 그럼 인건비는 어디서 건지냐고...
⊙기자: 서울 가락도매시장에서 농협 공판장의 시장점유율은 18%, 다른 민간 법인들보다 낮습니다.
중도매인 숫자도 지난 85년 개장 초 204명에서 현재는 162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부 시간대 엽채류 경매는 아예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가락도매시장 관계자: 중도매인이 없어요.
시설도 좁고...
⊙기자: 국내 전체 도매시장에서도 농협이 차지하는 농산물 유통비중은 28%에 불과하고 하나로마트 등 소매시장 비중은 5%입니다.
현재 농협의 사업방식은 농민과 소비자, 농협이 별개로 움직이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농민과 소비자를 농협이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통합형 유통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농산물의 홍수출하를 막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산지농산물의 규격화, 규모화, 품질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산지 저장시설 등을 지원해야 합니다.
⊙김완배(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이런 것은 인프라에 해당되는 거니까 이건 정부가 과감하게 보조율을 높여서 그런 시설을 깔아줘야 됩니다.
⊙기자: 농협은 이제 농산물의 재배는 물론 수집과 출하, 더 나아가 새로운 유통경로를 찾아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KBS뉴스 김대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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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은 뒷전
    • 입력 2004-11-09 21:15:55
    • 수정2018-08-29 15:00:00
    뉴스 9
⊙앵커: 농민은 농산물 생산에 전념하고 농협은 이 농산물을 제값에 팔아주는 것, 농민과 농협의 이상적인 관계입니다. 그러나 우리 농협은 농민들의 판로를 개척해 주기보다는 판매 대행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농협 개혁을 위한 두번째 순서, 김대홍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성난 농민들이 얼갈이 배추밭을 갈아 엎습니다. 정성스럽게 키웠지만 인건비도 건지지 못하자 아예 수확을 포기한 것입니다. ⊙김인수(배추 재배 농민): 모든 게 마이너스가 되니까, 모든 게 손해를 보니까 오히려 안 보면 마음이라도 편하죠. ⊙기자: 지난해 이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농산물은 얼갈이배추와 쑥갓 등 모두 570억원어치. 하지만 이 가운데 40%만이 농협을 통해 출하됐고 나머지 60%는 농민들이 직접 도매시장 등을 찾아다니며 판 것입니다. ⊙조규천(시설 채소 재배 농민): 농협에서 계통 출하를 해 줌으로써 단가가 농민이 직접 가지고 간 것보다 더 받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농협에서는 아예 인건비다, 뭐다 해서 안 하려고 들죠. ⊙기자: 농협이 담당하는 산지유통비율은 현재 45%, 이 가운데 농협이 수집뿐 아니라 대금계산까지 책임지는 공동선별과 공동계산은 고작 5%에 그치고 있습니다. 일본 농협의 경우 공동계산점유율은 51.4%나 됩니다. 산지유통이 이처럼 취약한 이유는 무엇보다 협동조합인 농협이 제기능을 못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장정보와 교섭력이 부족하고 산지유통센터의 운영도 미흡합니다. 농민교육도 제대로 없다 보니 생산한 농작물의 품질도 고르지 않습니다. 농협의 더 큰 문제는 생산지뿐만 아니라 소비지 유통이 거의 전무하다는 사실입니다. 경매가 끝났지만 농민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전용열(시설 채소 재배 농민): 지금 오늘 보시지만 저기 지금 500원 나오잖아, 저거 500원 가지고 뭘해, 싣고 오는 데 운임이 200원이야, 박스비 300원이야, 그럼 인건비는 어디서 건지냐고... ⊙기자: 서울 가락도매시장에서 농협 공판장의 시장점유율은 18%, 다른 민간 법인들보다 낮습니다. 중도매인 숫자도 지난 85년 개장 초 204명에서 현재는 162명으로 줄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일부 시간대 엽채류 경매는 아예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 가락도매시장 관계자: 중도매인이 없어요. 시설도 좁고... ⊙기자: 국내 전체 도매시장에서도 농협이 차지하는 농산물 유통비중은 28%에 불과하고 하나로마트 등 소매시장 비중은 5%입니다. 현재 농협의 사업방식은 농민과 소비자, 농협이 별개로 움직이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농민과 소비자를 농협이 하나로 묶어줄 수 있는 통합형 유통구조로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 농산물의 홍수출하를 막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산지농산물의 규격화, 규모화, 품질화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정부가 산지 저장시설 등을 지원해야 합니다. ⊙김완배(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 이런 것은 인프라에 해당되는 거니까 이건 정부가 과감하게 보조율을 높여서 그런 시설을 깔아줘야 됩니다. ⊙기자: 농협은 이제 농산물의 재배는 물론 수집과 출하, 더 나아가 새로운 유통경로를 찾아내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합니다. KBS뉴스 김대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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