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 과다 투여로 숨진 유림이…검찰은 “분명히 살릴 수 있었다”

입력 2023.07.12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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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제주대병원에서 기준치의 50배에 이르는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진 고 강유림 양지난해 3월 제주대병원에서 기준치의 50배에 이르는 약물을 과다 투여해 숨진 고 강유림 양

"이 사건에 대해 많은 사람이 놀라고 분노했던 건 단순한 실수여서가 아니라, 그 이후에 의료인이 하지 말아야 할 행위로 아이가 죽었다는 점입니다. 이 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오늘(12일) 오전 제주지방법원에서 열린 제주대학교병원 13개월 영아 사망 사건의 항소심 재판.

공판검사는 재판부를 향해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이 내려져야 한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기준치의 50배에 이르는 약물을 유림이에게 과다 투여하고, 이후 의료기록을 삭제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간호사 3명은 지난 5월 1심에서 각각 징역 1년~1년 6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이 구형한 징역 4~5년보다 낮은 형량이었습니다.

공판검사는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를 보고했다면 치료가 달라질 수 있고, 관찰이 달라질 수 있었다"면서, "치료 방법이 분명히 있고, 살았을 수 있었다. 이 점을 재판부에서 다시 한번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간호사 3명이 의료 사고를 은폐하고 환자를 방치한 사실은 유죄로 판단했지만, 이들의 '유기 행위'와 유림이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기치사'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몸무게가 11㎏에 불과한 만 1살짜리 영아에 에피네프린이 적정량보다 50배 이상 잘못 투여되면 곧바로 심장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고, 피고인들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1시간 후이기 때문에, 이미 영아 심장이 심각하게 손상돼 의료기술상 돌이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이에 검찰은 "사후적으로 보면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전제를 바꿔서 의사가 50배나 되는 약물을 과다 투여해 사경을 헤매는 걸 알았다면, 2~3시간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선택이 불가능했을지, 이런 상황이 인과관계를 부인할만한 내용인지, 피고인들의 유기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것인지 다시 판단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내려 달라고 재차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반면 간호사들은 1심 선고형이 부당하고, 사실 오인도 있다고 맞섰습니다.

변호인 측은 검찰의 주장에 대해 사망과의 인과관계는 공신력 있는 의료 기관에서 감정이 이뤄졌고, 원심이 적절하게 판단했다고 밝혔습니다. 또 간호사들이 상당한 고통 속에서 속죄하며 살아가고 있다며 거듭 선처를 부탁했습니다. 변호인 측은 투약사고보고서 미작성 혐의에 대해서도 다툼이 있다며 항소 이유서와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에는 간호사 3명도 모두 참석했습니다.

당시 과다 투약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한 수간호사는 "아이를 가진 부모로서 너무 죄송하고, 후회하고 있다. 합당한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장기 기증을 신청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유림이에게 약물을 투약하고, 의료기록을 삭제한 나머지 두 간호사는 "가족분께 너무나 죄송하다. 잘못했다. 평생 잊지 않고 사죄하며 살겠다"며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아이를 잃은 유가족은 1년 넘게 깊은 고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1심 판결 이후에는 간호사의 지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2차 피해를 주는 댓글을 달아 큰 상처를 받기도 했습니다. 유가족은 오늘도 재판에 참석해 양측의 주장을 듣고 조용히 자리를 떠났습니다.

항소심 선고는 다음 달 중순 이뤄질 예정입니다.

한편 제주대병원은 1심 선고 이후 "유족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과 유감을 표한다"면서, "유가족들을 만나 공식적인 사과를 직접 드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구속기소 된 피고인 간호사 3명은 휴직 중으로, 최종심 판결에 따라 인사 조치가 이뤄질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병원 측은 또 이번 투약 사고 이후 의료진 교육을 강화하고, 투약 전 PDA 확인 절차를 도입하는 등 의료 시스템을 개선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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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2 14:2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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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판검사는 "간호사들이 과다 투여를 보고했다면 치료가 달라질 수 있고, 관찰이 달라질 수 있었다"면서, "치료 방법이 분명히 있고, 살았을 수 있었다. 이 점을 재판부에서 다시 한번 고려해 달라"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간호사 3명이 의료 사고를 은폐하고 환자를 방치한 사실은 유죄로 판단했지만, 이들의 '유기 행위'와 유림이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유기치사'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몸무게가 11㎏에 불과한 만 1살짜리 영아에 에피네프린이 적정량보다 50배 이상 잘못 투여되면 곧바로 심장에 타격이 올 수밖에 없고, 피고인들이 사건을 인지한 시점은 1시간 후이기 때문에, 이미 영아 심장이 심각하게 손상돼 의료기술상 돌이키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이에 검찰은 "사후적으로 보면 합리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전제를 바꿔서 의사가 50배나 되는 약물을 과다 투여해 사경을 헤매는 걸 알았다면, 2~3시간 헬기를 타고 이동하는 선택이 불가능했을지, 이런 상황이 인과관계를 부인할만한 내용인지, 피고인들의 유기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것인지 다시 판단해 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원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내려 달라고 재차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반면 간호사들은 1심 선고형이 부당하고, 사실 오인도 있다고 맞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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