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크레딧’은 빛 좋은 개살구? 정부가 미래에 떠넘긴 빚 [국민연금]②

입력 2023.08.17 (09:30) 수정 2023.11.10 (08:03)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요약

[연속기획] 국민연금에 ‘국가’는 없다
[국민연금]① 국민연금 고갈 위기라면서…정부는 왜 쌈짓돈처럼 빼쓰나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49434
[국민연금]② ‘국민연금 크레딧’은 빛 좋은 개살구? 정부가 미래에 떠넘긴 빚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0345
[국민연금]③ “국민연금 100년 이상 끄떡없다”…‘3-1-1.5’ 개혁안, 내용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1360
[국민연금]④ 공무원연금에는 국고 5조 원 투입…국민연금엔?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7050
[국민연금]⑤ 국민연금 ‘소득재분배’는 공정한가요?…월급쟁이에 의존하는 연금복지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2226
[국민연금]⑥ 국민연금 1,000조 원 시대…최고 부자 나라에 사는 가장 가난한 노인들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4605
[국민연금]⑦ 정치가 키운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위협한다고?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5665
[국민연금]⑧ ‘주객전도’ 국민연금…연기금은 가입자 돈인가 정부 돈인가?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7437
[국민연금]⑨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만큼 늘지 않아…연금 늦어지면 생길 재앙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9269
[국민연금]⑩ 2023년 국민연금 개혁에 ‘국가’는 없었다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4577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자 국민연금. 곧 1,000조 원에 달하는 기금을 가지게 된다. 정부가 기금에서 쌈짓돈 쓰듯 수백억 원을 쓰더라도 당장은 별로 티가 안 날 정도로 큰 돈이다. 그러나 한국의 고령화 속도로 볼 때 연금 개혁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순식간에 날아갈 수도 있는 돈이다.

정부는 연기금이 빠르게 고갈되지 않도록 재정적 지원을 높여 가야 할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정부가 써야 할 돈까지 연기금에서 지출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금 크레딧' 제도이다. 현재 정부는 국고에서 써야 할 '크레딧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연기금에서 지출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크레딧 제공에 들어가는 재원을 수십 년 후, 미래 세대(미래 정부와 연기금)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크레딧 제도가 뭐예요?

국민연금 크레딧 종류. 출처:국민연금공단국민연금 크레딧 종류. 출처: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의 크레딧 제도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쉽게 설명하면 정부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의 연금 보험료를 일정 기간 대신 내주는 것이다. '실업 크레딧'처럼 연금 보험료를 내기 힘들어진 근로자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노후소득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계층을 지원해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출산과 군 복무, 실업크레딧 3가지 제도가 있다.

■ '199조 원 연기금 부담'....출산 시점이 아니고 연금 받을 때 준다고?

올해 정부가 편성한 출산크레딧 급여지원 예산은 5.2억 원. 제도는 있지만 거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2008년 이후 출산 크레딧은 제공됐지만 아직 연금을 받을 나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살인 A씨가 2020년 둘째 아이를 출산해 출산 크레딧을 받았다면, A씨는 65세가 되는 2055년에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재 정부는 생색(약속증서)만 내고, 돈은 미래 연기금과 정부에게 받으라는 것이다.

출산크레딧 재원은 국가 30%  연기금 70%. 자료:국민연금공단출산크레딧 재원은 국가 30% 연기금 70%. 자료:국민연금공단

출산자에게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정부의 재원 마련 방법은 문제가 있다. 우선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경제활동인구를 가진 현재 정부(상대적으로 부자 정부)가 초고령사회로 인해 복지 지출이 더 많아질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게 큰 문제이다.
둘째는 출산 장려 정책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의 70%를 연기금이 부담하도록 해 정부가 연기금 고갈을 가속화 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출산크레딧 제도 운용에 2083년까지 총 199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런 비용이 연기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2040년대 이후 발생한다는 점에서 미래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크레딧 비용을 미래에 지급하는 것보다 당장 지급하는 것이 재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 둘째 아이 출산 때부터 지원하는 유일한 나라

저출산 극복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연금제도를 통한 한국의 출산 장려책은 낙제점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둘째 아이 출산 때부터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출산 장려책으로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아이 5명을 출산하면 최대 50개월까지 크레딧을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이런 혜택을 받을 국민이 몇 퍼센트나 될지 의문이다.

유럽의 출산(양육) 크레딧 (출처: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김아람 정책보고서)

독일 : 자녀당 3년 + 추가 양육 크레딧
프랑스 :자녀당 2년 + 추가 양육 크레딧
스웨덴 : 자녀당 4년
영국·스위스 : 자녀 양육 시 자녀 16세까지 지원

연금 선진국들은 출산이란 행위를 넘어 아이를 돌보는 여성에게 양육 크레딧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크레딧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취업을 미룬 채 공부(직업훈련)를 하는 학생, 장애아동이나 노인을 수발하는 가정, 실업은 물론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도 국가가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크레딧 제도를 제공한다.

이는 미래 연금소득이 취약해질 수 있는 사람들 (실제로 이들이 노후빈곤층으로 전락할 경우 결국 국가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노후소득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또 이런 방식으로 국가 재정이 정책적 목표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연기금 재정을 뒷받침함으로써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되는 구조다.

■ 군 복무 크레딧 6개월...실업자 연금보험료를 왜 연기금에서 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금 크레딧'은 정부가 필요한 일에 써야 할 돈을, 연금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는 방식으로 씀으로써,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고 동시에 연기금 재정을 지원하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18개월 근무하는 군 복무에 6개월 치 크레딧만 제공한다. 이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젊음을 바친 이들에 대한 보상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부가 '군복무 크레딧'을 위해 쓴 예산은 0원이다. 이 역시 연금수급권이 발생할 때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크레딧이 주어지고 약 40년이 지나야 실제 보상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실업크레딧: 근로자 본인(25%), 국가(25%), 고용보험기금(25%), 국민연금기금(25%) /자료:국민연금공단실업크레딧: 근로자 본인(25%), 국가(25%), 고용보험기금(25%), 국민연금기금(25%) /자료: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크레딧 가운데 유일하게 발생 시점에 돈이 나가는 것이 '실업크레딧'이다. 구직급여를 받는 실업자에 한해 최대 1년 치 보험료를 내준다. 실업크레딧의 경우 실업자의 연금보험료를 근로자 본인(25%), 국가(25%), 고용보험기금(25%), 국민연금기금(25%)이 1/4씩 책임지도록 설계됐다. 실업크레딧 제도 시행 이후 연기금에서 지원된 돈은 약 1,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미래 실업률을 예측하기 힘들겠지만, 이 사업에도 향후 50년 동안 수십조 원의 연기금이 지출될 수 있다.

실업자를 위한 지원은 강화돼야 하겠지만, 국민연금이 이를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그러나 약방의 감초를 쓰듯이 정부가 도맡아야 할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연기금'을 쉽게 동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공적연금에 대한 국고지원을 강화해 국민연금제도의 대국민 신뢰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국민연금 크레딧’은 빛 좋은 개살구? 정부가 미래에 떠넘긴 빚 [국민연금]②
    • 입력 2023-08-17 09:30:22
    • 수정2023-11-10 08:03:29
    심층K
<b>[연속기획] 국민연금에 ‘국가’는 없다</b><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49434" target="_blank">[국민연금]① 국민연금 고갈 위기라면서…정부는 왜 쌈짓돈처럼 빼쓰나</a><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49434<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0345" target="_blank">[국민연금]② ‘국민연금 크레딧’은 빛 좋은 개살구? 정부가 미래에 떠넘긴 빚</a><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0345<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1360" target="_blank" title="(새창)">[국민연금]③ “국민연금 100년 이상 끄떡없다”…‘3-1-1.5’ 개혁안, 내용은?</a><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1360<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7050" target="_blank" title="(새창)">[국민연금]④ 공무원연금에는 국고 5조 원 투입…국민연금엔?</a><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57050<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2226" target="_blank" title="(새창)">[국민연금]⑤ 국민연금 ‘소득재분배’는 공정한가요?…월급쟁이에 의존하는 연금복지</a><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2226<br /><a href="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4605" target="_blank" title="(새창)">[국민연금]⑥ 국민연금 1,000조 원 시대…최고 부자 나라에 사는 가장 가난한 노인들</a><br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7764605<br /><a href="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5665" target="_blank" title="(새창)">[국민연금]⑦ 정치가 키운 기초연금이 국민연금을 위협한다고?</a><br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75665<br /><a href="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7437" target="_blank" title="(새창)">[국민연금]⑧ ‘주객전도’ 국민연금…연기금은 가입자 돈인가 정부 돈인가?</a><br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87437<br /><a href="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9269" target="_blank" title="(새창)">[국민연금]⑨ 건강수명은 기대수명만큼 늘지 않아…연금 늦어지면 생길 재앙</a><br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799269<br /><a href="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4577" target="_blank">[국민연금]⑩ 2023년 국민연금 개혁에 ‘국가’는 없었다</a><br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7814577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부자 국민연금. 곧 1,000조 원에 달하는 기금을 가지게 된다. 정부가 기금에서 쌈짓돈 쓰듯 수백억 원을 쓰더라도 당장은 별로 티가 안 날 정도로 큰 돈이다. 그러나 한국의 고령화 속도로 볼 때 연금 개혁이 제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순식간에 날아갈 수도 있는 돈이다.

정부는 연기금이 빠르게 고갈되지 않도록 재정적 지원을 높여 가야 할 상황이지만, 실제로는 정반대이다. 정부가 써야 할 돈까지 연기금에서 지출하는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연금 크레딧' 제도이다. 현재 정부는 국고에서 써야 할 '크레딧 비용'의 상당 부분을 연기금에서 지출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크레딧 제공에 들어가는 재원을 수십 년 후, 미래 세대(미래 정부와 연기금)에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크레딧 제도가 뭐예요?

국민연금 크레딧 종류. 출처: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의 크레딧 제도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행위에 대한 보상으로 국민연금 가입 기간을 추가로 인정하는 제도이다. 쉽게 설명하면 정부가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한 사람의 연금 보험료를 일정 기간 대신 내주는 것이다. '실업 크레딧'처럼 연금 보험료를 내기 힘들어진 근로자를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노후소득을 마련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계층을 지원해 연금 사각지대를 줄이려는 목적도 있다. 출산과 군 복무, 실업크레딧 3가지 제도가 있다.

■ '199조 원 연기금 부담'....출산 시점이 아니고 연금 받을 때 준다고?

올해 정부가 편성한 출산크레딧 급여지원 예산은 5.2억 원. 제도는 있지만 거의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다. 2008년 이후 출산 크레딧은 제공됐지만 아직 연금을 받을 나이가 안 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0살인 A씨가 2020년 둘째 아이를 출산해 출산 크레딧을 받았다면, A씨는 65세가 되는 2055년에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현재 정부는 생색(약속증서)만 내고, 돈은 미래 연기금과 정부에게 받으라는 것이다.

출산크레딧 재원은 국가 30%  연기금 70%. 자료:국민연금공단
출산자에게 보험료를 대신 내주는 건 좋은 일이지만, 정부의 재원 마련 방법은 문제가 있다. 우선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경제활동인구를 가진 현재 정부(상대적으로 부자 정부)가 초고령사회로 인해 복지 지출이 더 많아질 미래 세대에 부담을 전가하는 게 큰 문제이다.
둘째는 출산 장려 정책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인데도 불구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의 70%를 연기금이 부담하도록 해 정부가 연기금 고갈을 가속화 시킨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연금공단은 출산크레딧 제도 운용에 2083년까지 총 199조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다.
특히 이런 비용이 연기금이 급격히 줄어드는 2040년대 이후 발생한다는 점에서 미래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국회 입법조사처는 크레딧 비용을 미래에 지급하는 것보다 당장 지급하는 것이 재정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 둘째 아이 출산 때부터 지원하는 유일한 나라

저출산 극복이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지만, 연금제도를 통한 한국의 출산 장려책은 낙제점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로 떨어졌는데도 정부는 둘째 아이 출산 때부터 크레딧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출산 장려책으로 너무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아이 5명을 출산하면 최대 50개월까지 크레딧을 주겠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아프리카 국가도 아니고 이런 혜택을 받을 국민이 몇 퍼센트나 될지 의문이다.

유럽의 출산(양육) 크레딧 (출처: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김아람 정책보고서)

독일 : 자녀당 3년 + 추가 양육 크레딧
프랑스 :자녀당 2년 + 추가 양육 크레딧
스웨덴 : 자녀당 4년
영국·스위스 : 자녀 양육 시 자녀 16세까지 지원

연금 선진국들은 출산이란 행위를 넘어 아이를 돌보는 여성에게 양육 크레딧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크레딧을 확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취업을 미룬 채 공부(직업훈련)를 하는 학생, 장애아동이나 노인을 수발하는 가정, 실업은 물론 질병에 걸린 사람에게도 국가가 연금보험료를 지원하는 등 다양한 크레딧 제도를 제공한다.

이는 미래 연금소득이 취약해질 수 있는 사람들 (실제로 이들이 노후빈곤층으로 전락할 경우 결국 국가 책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노후소득을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또 이런 방식으로 국가 재정이 정책적 목표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연기금 재정을 뒷받침함으로써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게 되는 구조다.

■ 군 복무 크레딧 6개월...실업자 연금보험료를 왜 연기금에서 주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연금 크레딧'은 정부가 필요한 일에 써야 할 돈을, 연금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는 방식으로 씀으로써,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고 동시에 연기금 재정을 지원하는 두 가지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그러나 18개월 근무하는 군 복무에 6개월 치 크레딧만 제공한다. 이는 국방의 의무를 위해 젊음을 바친 이들에 대한 보상으로는 부족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정부가 '군복무 크레딧'을 위해 쓴 예산은 0원이다. 이 역시 연금수급권이 발생할 때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 때문에 크레딧이 주어지고 약 40년이 지나야 실제 보상이 이뤄지도록 설계됐다.

실업크레딧: 근로자 본인(25%), 국가(25%), 고용보험기금(25%), 국민연금기금(25%) /자료: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크레딧 가운데 유일하게 발생 시점에 돈이 나가는 것이 '실업크레딧'이다. 구직급여를 받는 실업자에 한해 최대 1년 치 보험료를 내준다. 실업크레딧의 경우 실업자의 연금보험료를 근로자 본인(25%), 국가(25%), 고용보험기금(25%), 국민연금기금(25%)이 1/4씩 책임지도록 설계됐다. 실업크레딧 제도 시행 이후 연기금에서 지원된 돈은 약 1,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미래 실업률을 예측하기 힘들겠지만, 이 사업에도 향후 50년 동안 수십조 원의 연기금이 지출될 수 있다.

실업자를 위한 지원은 강화돼야 하겠지만, 국민연금이 이를 책임져야 할 이유는 없다. 정부는 그러나 약방의 감초를 쓰듯이 정부가 도맡아야 할 취약계층 지원 사업에 '연기금'을 쉽게 동원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의원은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큰 상황에서 정부가 공적연금에 대한 국고지원을 강화해 국민연금제도의 대국민 신뢰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