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in뉴스] 이·팔 ‘폭격’ ‘오발’ 공방 속 확전 우려 고조

입력 2023.10.20 (12:39) 수정 2023.10.20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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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가자지구 병원 폭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이스라엘과 관련 아랍국 정상들과 해결책을 모색하려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누가 일으킨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갑니다.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기자]

8시간 남짓 되는 짧은 방문이었는데요.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고 이스라엘로부터 약간의 인도주의적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먼저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 남부에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데 대해 이스라엘이 동의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빠르면 현지 시간 오늘부터 구호물자가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요. 또 이스라엘을 위한 전례 없는 지원 패키지를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타이완 등에 대한 안보 지원 예산으로 천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혔습니다. 강 대 강 대치 국면에 변화를 줄 만한 굵직한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CNN 방송은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고 평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반쪽짜리'라는 얘기까지 듣게 된 건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요르단으로 가서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정상들과 만날 예정이었습니다. 확전 방지 노력을 요청할 계획이었던 거죠. 하지만 출발 직전 가자지구 병원 폭발이 일어났고 요르단은 이 사건이 이스라엘 책임이라고 밝히는 등 아랍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들 나라가 회담 취소를 결정한 거죠. 아랍 국가들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은 이번 병원 폭발의 심각성을 보여주면서도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랍국가들이 미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큰 거부를 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라는 거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던 이집트와 요르단 정상은 어제 이집트에서 따로 회담을 하고 가자지구의 긴장 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앵커]

가자지구 병원 참사, 누가 일으킨 것인지 공방이 치열하죠?

[기자]

현지 시각으로 지난 17일 오후 7경 가자 시티의 알 아흘리 병원에 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가자 지구 보건부는 이로 인해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중에 사망자가 471명이라고 수정 발표했습니다만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라고 단정하고 맹비난했습니다. 주변 아랍국들도 이를 사실로 보고 연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은 사망자 숫자는 부풀려진 것이며 폭발은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마흐무드 압바스/팔레스타인 정부 수반 : "오늘 밤 일어난 일은 용납하거나 책임 없이 지나갈 수도 없는 큰 비극이자 전쟁의 추악한 학살입니다. 오늘 밤 이스라엘은 가자시의 알 아흘리 병원을 공습했습니다."]

[다니엘 하가리/이스라엘군 대변인 : "우리 정보에 따르면 하마스는 오발한 이슬람 지하드 로켓이라는 것을 알았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 세계 언론에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또 사상자 수를 부풀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병원을 파괴한 건 이슬람 지하드가 오발한 로켓임을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때도 가자지구 내 테러그룹이 잘못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 보건부는 미국이 공범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미사일로 공습했고 관련 증거를 국제기구에 제출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앵커]

양측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의 BBC가 현장의 영상과 기자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BBC는 6명의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들었는데요. 아직까지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세 명의 전문가들은 일단 현장이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대규모 공습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밴더빌트대 안드레스 개넌 교수는 지상 폭발이 소규모였는데 이는 탄두가 폭발한게 아니라 로켓에 남아있던 연료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 역시 확신하기 어렵지만, 폭발이 실패한 로켓 부분이 주차장에 부딪혀 연료와 추진제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냈습니다. 발레리아 스쿠토 중동지역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미사일들은 반드시 큰 구덩이를 남기지는 건 아니지만 현장 영상은 이 설명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BBC는 또 폭발이 병원부지 정원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유리창이 깨지고 자동차가 불탔지만 주변 건물에 큰 피해가 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사일의 파편은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CNN은 미국 정부가 초기 정보 분석 결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나왔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자체를 재고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진입을 곧 할 듯 하면서도 아직 진격하지 않고 있죠?

[기자]

가자지구로 진입할 경우 민간인 피해에 대 국제사회의 우려가 워낙 높죠. 미국도 신중할 것을 요구했고, 엊그제 바이든 대통령이 다녀갔으니 이런 점이 고려할 때 작전을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200여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팔레스타인인 6천여 명 석방을 요구한 점도 고려돼야겠습니다. 석방 교섭을 하며 이스라엘을 흔들려는 작전일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로서는 군사 작전 시 인질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분석입니다. 일단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진입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작전 돌입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멘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이 발사됐고 이라크에서 미군 기지가 공격당하는 등 이스라엘 바깥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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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0 12:39:07
    • 수정2023-10-20 15: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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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이 가자지구 병원 폭발 이후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이스라엘과 관련 아랍국 정상들과 해결책을 모색하려던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보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누가 일으킨 것인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갑니다. 김혜송 해설위원과 함께 알아봅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을 방문했는데,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기자]

8시간 남짓 되는 짧은 방문이었는데요. 미국의 이스라엘에 대한 지지를 확인했고 이스라엘로부터 약간의 인도주의적 결정을 이끌어냈다는 정도라고 하겠습니다. 먼저 이집트를 통해 가자지구 남부에 구호물자를 제공하는 데 대해 이스라엘이 동의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빠르면 현지 시간 오늘부터 구호물자가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요. 또 이스라엘을 위한 전례 없는 지원 패키지를 의회에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타이완 등에 대한 안보 지원 예산으로 천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에 1억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 방침을 밝혔습니다. 강 대 강 대치 국면에 변화를 줄 만한 굵직한 발표는 나오지 않았고 CNN 방송은 실질적인 성과는 거의 없다고 평했습니다.

[앵커]

이렇게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반쪽짜리'라는 얘기까지 듣게 된 건 무엇 때문인가요?

[기자]

사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 방문을 마치고 요르단으로 가서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정상들과 만날 예정이었습니다. 확전 방지 노력을 요청할 계획이었던 거죠. 하지만 출발 직전 가자지구 병원 폭발이 일어났고 요르단은 이 사건이 이스라엘 책임이라고 밝히는 등 아랍권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 여론이 크게 일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이들 나라가 회담 취소를 결정한 거죠. 아랍 국가들이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한 것은 이번 병원 폭발의 심각성을 보여주면서도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전 같지 않음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랍국가들이 미국 대통령에게 이렇게 큰 거부를 할 용기가 없었을 것이라는 거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을 취소했던 이집트와 요르단 정상은 어제 이집트에서 따로 회담을 하고 가자지구의 긴장 완화 방안 등을 논의했습니다.

[앵커]

가자지구 병원 참사, 누가 일으킨 것인지 공방이 치열하죠?

[기자]

현지 시각으로 지난 17일 오후 7경 가자 시티의 알 아흘리 병원에 큰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가자 지구 보건부는 이로 인해 500명 이상이 숨졌다고 발표했습니다. 나중에 사망자가 471명이라고 수정 발표했습니다만 팔레스타인과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공습이라고 단정하고 맹비난했습니다. 주변 아랍국들도 이를 사실로 보고 연일 강하게 규탄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군은 사망자 숫자는 부풀려진 것이며 폭발은 무장 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발사 실패 때문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마흐무드 압바스/팔레스타인 정부 수반 : "오늘 밤 일어난 일은 용납하거나 책임 없이 지나갈 수도 없는 큰 비극이자 전쟁의 추악한 학살입니다. 오늘 밤 이스라엘은 가자시의 알 아흘리 병원을 공습했습니다."]

[다니엘 하가리/이스라엘군 대변인 : "우리 정보에 따르면 하마스는 오발한 이슬람 지하드 로켓이라는 것을 알았고 사실을 숨기기 위해 전 세계 언론에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또 사상자 수를 부풀리기까지 했습니다. 그들은 병원을 파괴한 건 이슬람 지하드가 오발한 로켓임을 확실히 알고 있었습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때도 가자지구 내 테러그룹이 잘못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가자지구 보건부는 미국이 공범이라고 비난하면서 이스라엘군이 미사일로 공습했고 관련 증거를 국제기구에 제출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앵커]

양측 주장이 맞서고 있는데 확인하기 위한 노력이 있습니까?

[기자]

영국의 BBC가 현장의 영상과 기자의 현장 방문 등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관련 보도를 했습니다. BBC는 6명의 전문가로부터 의견을 들었는데요. 아직까지는 결론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전제하면서 관련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세 명의 전문가들은 일단 현장이 이스라엘의 전형적인 대규모 공습에서 볼 수 있는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미국 밴더빌트대 안드레스 개넌 교수는 지상 폭발이 소규모였는데 이는 탄두가 폭발한게 아니라 로켓에 남아있던 연료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습니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의 저스틴 브롱크 연구원 역시 확신하기 어렵지만, 폭발이 실패한 로켓 부분이 주차장에 부딪혀 연료와 추진제에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견해를 냈습니다. 발레리아 스쿠토 중동지역 분석가는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미사일들은 반드시 큰 구덩이를 남기지는 건 아니지만 현장 영상은 이 설명과는 일치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BBC는 또 폭발이 병원부지 정원에서 일어난 것으로 보이며 유리창이 깨지고 자동차가 불탔지만 주변 건물에 큰 피해가 난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미사일의 파편은 중요한 증거가 되는데 이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전했습니다. 이밖에 CNN은 미국 정부가 초기 정보 분석 결과 이스라엘이 공습을 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나왔다면 바이든 대통령의 이스라엘 방문 자체를 재고했을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 진입을 곧 할 듯 하면서도 아직 진격하지 않고 있죠?

[기자]

가자지구로 진입할 경우 민간인 피해에 대 국제사회의 우려가 워낙 높죠. 미국도 신중할 것을 요구했고, 엊그제 바이든 대통령이 다녀갔으니 이런 점이 고려할 때 작전을 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 200여명을 풀어주는 대가로 팔레스타인인 6천여 명 석방을 요구한 점도 고려돼야겠습니다. 석방 교섭을 하며 이스라엘을 흔들려는 작전일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로서는 군사 작전 시 인질의 안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는 분석입니다. 일단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진입 태세를 유지하고 있고 작전 돌입의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예멘에서 이스라엘을 향한 것으로 보이는 미사일이 발사됐고 이라크에서 미군 기지가 공격당하는 등 이스라엘 바깥에서도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어서 어떤 변수가 돌출될지 긴장감이 높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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