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게임에 등장한 광고에 ‘경악’…치열해지는 선전전 [특파원 리포트]
입력 2023.11.01 (14:18)
수정 2023.11.0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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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SNS나 광고 등을 활용한 선전전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영국 런던에 사는 마리아 카시스는 그녀의 6살 난 아들이 최근 휴대전화에 노출된 이스라엘 외무부 광고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당시 그녀의 아들은 휴대전화로 퍼즐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하마스 무장세력과 겁에 질린 이스라엘 가족들, 흐릿하게 처리된 전쟁 관련 영상 다수가 광고 형식으로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겁니다.
뒤이어 나타난 건 "우리를 해치는 자들은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이스라엘 외무부의 메시지였습니다.
그녀는 곧장 해당 게임을 삭제했습니다.
게임 속 등장한 이스라엘 외무부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관련 광고 영상 중 일부.
■ 게임까지 등장한 친이스라엘 광고…로이터 "최소 5건 이상 확인"
로이터는 해당 광고와 비슷한 로켓 공격과 화염 폭발, 복면을 쓴 무장 대원 등 장면이 담긴 친 이스라엘 동영상이 어린이를 포함한 게이머들에 노출된 사례를 유럽 전역에서 최소 5건 이상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여러 게임에서 광고 영상이 노출됐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앵그리 버드' 게임 내에서도 해당 광고 영상이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게임 개발사인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는 "불쾌한 콘텐츠가 포함된 광고가 실수로 게임 내로 유입됐다"면서 해당 광고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외무부의 디지털 책임자인 데이비드 사랑가도 해당 영상이 정부 홍보용 광고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당 영상이 어떻게 게임에 등장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해당 영상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외무부가 인터넷 광고에 150만 달러를 지출한 대규모 홍보 활동의 일환이라 설명했습니다. 또 광고주들에게는 18세 미만 사용자들에게는 해당 영상을 노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인질 SNS로 인질 상태 생중계한 하마스
하마스 역시 전쟁 초반부터 지금까지 SNS를 활용한 선전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기습 공격 이후 무장 대원 침투 영상부터 이스라엘 탱크 공격 장면까지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SNS 계정 등을 통해 공개해 왔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심지어 납치한 인질들의 SNS 계정을 선전 도구로 이용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 국경 키부츠에 살던 갈리 슐레징거 이단의 계정으로 접속해 이단의 친구와 친척에게 페이스북을 확인하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단의 계정에서 이단과 그녀의 가족들이 인질로 잡힌 모습이 45분간 생중계됐습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로 옮겨지는 이스라엘 인질
■ 텔레그램 공식 계정도 삭제된 하마스…"새로운 전술"
하마스가 인질 계정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계정과 달리 즉각적인 차단 우려가 없고 그들의 폭력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이 같은 행위를 '새로운 전술'로 보고 있습니다. 존스 홉킨스대 전략학 교수인 토마스 리드는 "(무장 단체들은) 우리가 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SNS를 무기화한다"며 "우리는 심리적으로 이에 대해 준비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하마스의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SNS 계정은 모두 차단된 상태입니다.
전쟁 관련 허위 정보 확산 관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아온 텔레그램도 지난달 25일 하마스 공식 채널인 하마스컴과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 카삼 여단 채널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가자나우와 같이 일부 다른 하마스 관련 텔레그램 채널은 여전히 접근 가능한 상태입니다.
■ 전쟁 중 허위 정보 온상 된 SNS…EU 칼 빼 드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 SNS엔 전쟁 초기부터 허위 정보가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했다는 영상은 비디오 게임을 연출한 것이었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8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는 백악관의 가짜 문서도 확산했습니다.
한창 전쟁이 진행 중일 땐 어떤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 만큼 허위 정보를 판별해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가자 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 참사 역시 초기엔 다수 언론이 이스라엘 폭격을 원인으로 보도했다가 이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사 보도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SNS를 통해 허위 정보가 확산하자 유럽연합(EU)은 최근 X(옛 트위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EU는 지난 8월 온라인 콘텐츠 종류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법안에 따라 EU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에 대한 답변을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공식 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벌금 징수, 한시적으로 해당 플랫폼 사용 금지를 법원에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가자 지구 내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선전전도 더 교묘해지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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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게임에 등장한 광고에 ‘경악’…치열해지는 선전전 [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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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 2023-11-01 14:18:01
- 수정2023-11-01 14:21:50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SNS나 광고 등을 활용한 선전전도 갈수록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영국 런던에 사는 마리아 카시스는 그녀의 6살 난 아들이 최근 휴대전화에 노출된 이스라엘 외무부 광고 영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당시 그녀의 아들은 휴대전화로 퍼즐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하마스 무장세력과 겁에 질린 이스라엘 가족들, 흐릿하게 처리된 전쟁 관련 영상 다수가 광고 형식으로 휴대전화 화면에 나타난 겁니다.
뒤이어 나타난 건 "우리를 해치는 자들은 반드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는 이스라엘 외무부의 메시지였습니다.
그녀는 곧장 해당 게임을 삭제했습니다.
■ 게임까지 등장한 친이스라엘 광고…로이터 "최소 5건 이상 확인"
로이터는 해당 광고와 비슷한 로켓 공격과 화염 폭발, 복면을 쓴 무장 대원 등 장면이 담긴 친 이스라엘 동영상이 어린이를 포함한 게이머들에 노출된 사례를 유럽 전역에서 최소 5건 이상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여러 게임에서 광고 영상이 노출됐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비교적 친숙한 '앵그리 버드' 게임 내에서도 해당 광고 영상이 등장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해당 게임 개발사인 로비오 엔터테인먼트는 "불쾌한 콘텐츠가 포함된 광고가 실수로 게임 내로 유입됐다"면서 해당 광고를 차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 외무부의 디지털 책임자인 데이비드 사랑가도 해당 영상이 정부 홍보용 광고라는 점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해당 영상이 어떻게 게임에 등장하게 됐는지 등에 대해선 "전혀 모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해당 영상이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 외무부가 인터넷 광고에 150만 달러를 지출한 대규모 홍보 활동의 일환이라 설명했습니다. 또 광고주들에게는 18세 미만 사용자들에게는 해당 영상을 노출하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도 덧붙였습니다.
■ 인질 SNS로 인질 상태 생중계한 하마스
하마스 역시 전쟁 초반부터 지금까지 SNS를 활용한 선전전에 열을 올렸습니다.
하마스는 지난달 7일 기습 공격 이후 무장 대원 침투 영상부터 이스라엘 탱크 공격 장면까지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SNS 계정 등을 통해 공개해 왔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심지어 납치한 인질들의 SNS 계정을 선전 도구로 이용하기까지 했습니다.
하마스는 가자 지구 국경 키부츠에 살던 갈리 슐레징거 이단의 계정으로 접속해 이단의 친구와 친척에게 페이스북을 확인하라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단의 계정에서 이단과 그녀의 가족들이 인질로 잡힌 모습이 45분간 생중계됐습니다.
■ 텔레그램 공식 계정도 삭제된 하마스…"새로운 전술"
하마스가 인질 계정을 사용하는 것은 자신들의 계정과 달리 즉각적인 차단 우려가 없고 그들의 폭력성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의 이 같은 행위를 '새로운 전술'로 보고 있습니다. 존스 홉킨스대 전략학 교수인 토마스 리드는 "(무장 단체들은) 우리가 전에 보지 못했던 방식으로 SNS를 무기화한다"며 "우리는 심리적으로 이에 대해 준비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하마스의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 주요 SNS 계정은 모두 차단된 상태입니다.
전쟁 관련 허위 정보 확산 관리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아온 텔레그램도 지난달 25일 하마스 공식 채널인 하마스컴과 하마스의 군사 조직 알 카삼 여단 채널 접근을 차단했습니다.
하지만 가자나우와 같이 일부 다른 하마스 관련 텔레그램 채널은 여전히 접근 가능한 상태입니다.
■ 전쟁 중 허위 정보 온상 된 SNS…EU 칼 빼 드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과 관련해 SNS엔 전쟁 초기부터 허위 정보가 빠르게 퍼져 나갔습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헬리콥터를 격추했다는 영상은 비디오 게임을 연출한 것이었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80억 달러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다는 백악관의 가짜 문서도 확산했습니다.
한창 전쟁이 진행 중일 땐 어떤 정보가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운 만큼 허위 정보를 판별해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가자 지구 알아흘리 병원 폭발 참사 역시 초기엔 다수 언론이 이스라엘 폭격을 원인으로 보도했다가 이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자사 보도에 실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도 했습니다.
이같이 SNS를 통해 허위 정보가 확산하자 유럽연합(EU)은 최근 X(옛 트위터),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운영하는 메타와 틱톡 등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허위 정보 확산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했습니다.
EU는 지난 8월 온라인 콘텐츠 종류를 규제하는 새로운 법안인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도입했습니다.
해당 법안에 따라 EU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콘텐츠에 대한 답변을 요청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 답변이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공식 조사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벌금 징수, 한시적으로 해당 플랫폼 사용 금지를 법원에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가자 지구 내 지상전이 본격화하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선전전도 더 교묘해지고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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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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