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자금줄 죄는 미국…‘호화 생활’ 지도자 정조준

미국이 카타르에서 호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그가 관리하는 막대한 자금줄을 정조준하고 나섰습니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현지 시간 2일, 미국 재무부 고위 관리들이 카타르·사우디아라비아·유럽을 잇따라 방문해 하마스의 자금원을 표적으로 한 공조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지난주 영국 런던의 한 싱크탱크 행사 연설에서 “재무부는 오늘날 하마스의 금융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데 극도로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니예는 이미 2018년부터 미국의 경제 제재를 받고 있지만, 이제 더 강도 높은 제재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27일 하마스 자금줄 차단을 위해 하마스가 투자한 기업과 하마스의 제재 우회를 돕는 개인 등을 대상으로 일련의 제재를 발표하며 제재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습니다.

미 당국은 하니예가 이끄는 하마스의 불법적인 국제 금융 네트워크가 유례없는 대규모로 펼쳐진 이번 이스라엘 공격을 위한 자금 조달에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무장대원 급료, 탄약과 기타 무기체계에 상당한 비용이 필요했을 것이라는 추산입니다.

전직 미 재무부 관리인 매슈 레빗에 따르면 하마스는 가자지구로 수입되는 물품에 20%나 되는 세금을 매기는 등 연간 약 4억 달러(약 5,340억원)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마스는 또 암시장 밀수 수수료로 4억5,000만 달러(약 6,000억원)의 수입을 얻고 있다고 미국의 반이란 시민단체 이란핵반대연합(UANI)의 대니얼 로스는 밝혔습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이란도 하마스 등 팔레스타인 단체들에 1억2,000만 달러(약 1,600억원)를 제공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하마스가 카타르 등 다른 나라에서도 수억 달러를 받고 있다고 추산됩니다.

이 밖에 하마스는 수단, 튀르키예, 사우디아라비아, 알제리,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의 자산에 5억 달러(약 6천600억원) 이상, 최대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미 관리들은 추산했습니다.

하니예가 카타르를 근거지로 외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하마스의 금융 네트워크를 관리하며 이번 공격 등을 위한 자금을 조달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이스라엘 외무부는 하니예의 개인 재산도 수십억 달러 규모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독립적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는 없다고 WP에 전했습니다.

그간 미국과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접촉할 채널이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카타르에서 하니예의 활동을 용인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격으로 미 의회에서는 하니예 등이 외국에서 자금줄을 관리하지 못하도록 미국이 확실히 해야 한다는 압력은 이미 커지고 있습니다.

후안 바르가스(민주·캘리포니아) 미 하원의원은 “행정부는 카타르 사람들에게 이 사람들을 미국이나 이스라엘에 넘겨야 한다고 말해야 한다. 그들은 거기(카타르)에 있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습니다.

하니예는 1948년 가자지구 내 샤티 난민촌에서 난민 부모로부터 태어나 이스라엘에 맞서 저항운동에 참가했고, 1987년과 1988년 두 차례 수감생활을 거쳐 하마스 지도부 인물로 부상했습니다.

싱크탱크 유럽외교협회(ECFR)에 따르면 그는 하마스 간부들로 구성된 위원회에서 2017년 지도자로 선출됐고 2021년 4년 임기로 재선했습니다.

이번 이스라엘 공격 직후 하니예가 카타르 수도 도하의 사무실에서 하마스 지도부 구성원과 함께 깔끔한 양복 차림으로 공격 장면을 TV로 시청한 뒤 미소 짓고 바닥에 엎드려 감사 기도를 올리는 모습이 온라인에 확산했습니다.

다만 하니예가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사전에 얼마나 알고 있었는지도 불분명하며, 하니예가 이끄는 하마스 정치조직이 이번 공격을 행한 하마스 군사조직을 얼마나 통제하는지를 놓고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린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