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가자 남부 이미 과밀…이스라엘 대피령 부당”

가자지구 공세를 재개한 이스라엘군이 현지 주민들에게 제시한 새 대피처가 피란민 수용능력이 부족한 곳이어서 부당하다고 유엔이 지적했습니다.

현지시간 4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 1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조건 위반을 문제 삼아 가자지구 공세를 재개하면서 주민들에게 민간인 대피로를 새로 제시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 3일 대피령을 내린 지역은 칸유니스 내 20%에 해당합니다. 이스라엘군은 칸유니스 동쪽의 알푸카리 마을과 이집트와 접경 지역인 라파의 아쉬 샤보라, 텔 아스 술탄 지역으로 이동할 것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대피 지역으로 제시한 곳은 이미 수용능력 이상의 피란민이 있는 과밀 지역이라고 OCHA는 지적했습니다.

전쟁이 터진 후 가자지구 인구의 80%가량인 180만여명이 피란민이 됐고, 이들 가운데 110만명이 유엔 보호시설 156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19만여명은 공립학교와 병원 등지에 있고, 나머지는 친척의 집에 함께 머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처럼 대규모 피란민이 발생한 상황에서 가자 남부는 과밀화 부작용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OCHA는 전했습니다.

OCHA는 “가자 남부 보호시설로 피란민이 몰리면서 위생 환경이 열악해졌고 급성 호흡기 감염과 피부병, 기타 전염성 질병이 생기는 사례가 많이 증가한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사정을 알고도 내려진 이스라엘군의 대피령은 사실상 민간인 보호 의무를 규정한 국제인도법에 배치된다는 점을 OCHA는 짚었습니다.

OCHA는 “국제인도법에 따라 분쟁 당사자는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할 모든 예방조치를 해야 하며 여기에는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안전한 장소, 위생 여건 등을 제공하는 일이 포함된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출처 : 로이터=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