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탐사하는 과학자들
ⓒ NASA
KBS '다누리 MOON을 열다' 특집 사이트는 한국 최초의 우주 탐사인 다누리의 달 탐사 과정과 의미를 깊고 풍부하게 전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지구를 떠나 이제 만날 수 없는 다누리를 입체적으로 살펴보고, 우주에서 펼쳐지는 다누리의 항행과 심우주 통신을
인터랙티브 궤적과 3D 그래픽으로 경험할 수 있습니다.
달에서 1년간 진행하는 과학 임무에 대해서는 다누리를 개발한 과학자와 공학자들의 전문적이고 상세한 설명을 담았습니다.
달 탐사선을 독자 개발하기까지 7년간 분투한 이들의 도전기와 우주 탐사에 성공한 소감을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세계 달 탐사에서 한국의 위치를 확인해보고, 다누리 발사에 이르기까지 우주 정책의 추진 과정을 되돌아봤습니다.
우리가 지금 달 탐사에 나선 이유를 함께 생각해보며 한국 우주 개발의 미래를 그려봅니다.
다누리 위치 정보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공하는 추정치로, 누적 이동 거리와 속력은 지구 관찰자 기준입니다.
다누리의 실제 이동 방향과 속도는 심우주지상안테나로 수신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 파악되고, 분석에 이틀 정도 시간이 걸립니다.
항행 타임라인과 심우주 통신, 우주 인터넷의 그래픽은 이해를 돕기 위한 개념도입니다. 천체와 탐사선, 안테나의 크기와 거리, 비율, 속도가 실제와 다릅니다.
다누리 본체와 탑재체, 관측 자료는 주관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탑재체 개발기관인 한국천문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경희대학교,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공식 자료 또는 연구자 제공 자료입니다.
세계 달 탐사 현황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제공한 자료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공개한 자료를 기준으로 정리했습니다.
국가별 현황에서 실패 후 비공개된 자료가 있을 수 있습니다. 탐사선의 종류에서 궤도선과 착륙선, 로버 등이 복합 구성된 미션은 연구자에 따라 수치를 달리 셀 수 있습니다.
달 탐사 성공률에서 탐사선의 임무가 일부만 성공하거나, 변경된 임무가 추가로 부여되는 경우가 있어, 연구자에 따라 성공/실패 판단이 다를 수 있습니다.
달의 기존 관측자료와 사진은 NASA가 공개한 자료를 출처를 표기해 사용했습니다.
내용은 2022년 12월을 기준으로 작성됐습니다.
다누리의 관측 자료는 공개되는 대로 업데이트됩니다.
자료와 관련해 수정이 필요한 사안은 argo@kbs.co.kr(이승종 기자)로 알려주시면, 검토 후 반영하겠습니다.
다누리에는 국내서 만든 탑재체 5개가 실렸다.
탑재체마다 연구책임자(PI, Principal Investigator)가 존재한다.
감마선분광기 개발을 주도한 김경자 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5명의 PI 가운데 유일한 여성이자, 행성 탐사 경험이 있는 과학자다.
태양풍이 달 표면에 충돌할 때 원소마다 다른 감마선이 방출된다.
감마선 분광기는 이를 측정해 달에 숨겨진 자원을 찾는다. 물과 철, 티타늄, 헬륨3 등 어떤 자원이 어디에 얼마만큼 매장돼 있는지를 파악한다.
행성 탐사에서 감마선 분광기가 많이 쓰이는 이유다.
“이번에 저희가 만든 분광기가 6.3kg인데 전 세계에서 가장 가벼운 겁니다. 지금까지 이 정도로 가벼운 탑재체를 만든 나라는 없었어요.”
가벼우면서도 성능은 좋아야 했다.
다누리 감마선 분광기는 기존 다른 나라 탑재체 대비 저에너지 영역을 관측하는 성능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더 정확한 자원 관측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현재 학계에서 주로 쓰는 달 자원 지도는 2019년 출판된 자료다.
김 연구원은 다누리가 더 정확한, 새로운 달 자원 지도를 만들 수 있으리라 본다.
다누리 감마선 분광기는 달 표면을 한 바퀴 관측하는 데 한 달 정도가 소요된다.
6번 정도 관측하면 비교 보정을 통해 신뢰도 높은 자원 지도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2032년 달 착륙선을 보낼 계획이다.
훗날 거주지 건설까지 염두에 둔다면 가장 중요한 자원은 ‘물’이다.
사람은 물이 있어야 살 수 있다.
물이 있어야 수소를 분리하고, 탐사선 추진제로 사용할 수 있다.
학계는 달 극지방에 10%가량 물이 있을 것이라 본다.
모두 간접 증거를 통한 추측이다. 다누리가 감마선분광기로 달 남극과 북극에서 물의 존재를 확인한다면
더 확실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다.
“물은 산소와 수소로 구성되는데 달에 산소는 굉장히 많아요.
관건은 수소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죠. 이번에 저희가 수소를 관측하는 데 주력을 두는 이유입니다.”
최근 주목받는 헬륨 3 자원 관측 여부도 관심이다.
헬륨 3는 핵융합 원료로 쓰이는데, 1톤당 가치가 4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달 자원은 지구로 가져와 사용할 수도 있고, 달 현장에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는 달 자원을 현장에서 사용하는데 방점이 찍혀 있고, 이를 위해 달 자원 지도가 중요합니다.”
김 연구원은 해외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미국에서 행성탐사 업무에 종사했다.
미국 오디세이 화성 탐사선, 일본 카구야 달 탐사선 등을 경험했다.
다누리는 자신에게 주어진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하고 임했다고 한다.
보장된 미국 연구원의 길을 버리고 15년 전 한국으로 들어온 건, 이제 막 달 탐사 얘기가 나오던 한국에 조금이나마 기여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원래는 이렇게 오래 있을 생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제가 담당한 자원 탐사 업무가 점점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차마 돌아갈 수가 없더라고요.”
김 연구원은 “이제 우리나라는 어느 행성을 탐사하더라도 자원 분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며 “이런 노하우가 사장되지 않도록 다양한 후속 미션이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구에선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나침반을 통해 남북 방향을 알 수 있다. 지구 내부의 거대한 핵이 만들어낸 지구 자기장의 결과물이다.
자기장은 행성의 현재를 나타내는 지표이자, 진화의 흔적이기도 하다.
진호 경희대 교수가 지난 7년 동안 자기장 측정기 개발에 매달린 이유도 그래서다.
우리나라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를 통해 달의 탄생과 진화의 흔적을 찾고 싶어서다.
“지구에 자기장이 있다는 건, 지구 내부에 핵이 살아 있고 활동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달은 어떤 상태인지가 궁금했습니다.”
현재 달 표면에는 군데군데 이상 자기 영역만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에서처럼 나침반을 들어봐야 일정한 방향을 알 수 없다. 달 내부의 핵이 소멸했거나, 최소한 활동을 멈춘 상태라는 얘기다.
자기장 측정기를 통해 달에 지구와 같은 자기장이 존재했었는지, 아니면 아예 없었는지를 관측할 수 있다.
또 이상 자기 영역이 얼마나 있는지, 또 있다면 얼마나 자기장이 강한지를 알 수 있다. 모두 달의 진화 과정과 연관된 요소들이다.
자기장 측정기는 정밀함이 핵심이다. 다누리에 실린 자기장 측정기는 지구 자기장의 60만분의 1까지 측정할 수 있다.
그만큼 민감한 장비이고, 개발 과정이 쉽지 않았다. 국내에는 정밀 자기장의 검교정 장비가 없어 성능 측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 진호 교수 연구실 소속 대학원생들이 자기장 측정기를 시험하고 있다. >
“무엇보다 우주 공간에서도 최대한 주변의 간섭을 줄이는 데 주력했습니다.
외부로부터의 왜곡을 배제해야 정확한 자기장 측정이 가능하니까요.”
다누리 자기장 측정기에 자기장 센서를 3개 분산 설치한 것도 이런 고민의 결과물이다.
3개 센서가 측정한 자기장 수치를 비교 검증해 인공적인 잡음을 걸러내는 식이다.
다누리는 발사 직후 자기권계면(지구 상공의 자구자기장 경계면으로 태양풍을 차단)을 관측, 진 교수를 비롯한 연구팀을 놀라게 했다.
교과서를 통해 존재만 알고 있던 것을, 실제 관측 자료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교과서에 실려 있는 그래프 그대로를 다누리를 통해 수신했던 순간은 저에게 오랫 동안 중요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누리 자기장 측정기는 5개 국내 탑재체 가운데 유일하게 대학에서 만든 탑재체다.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었던 데는 대학원생과 학부생 등 학교 차원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됐다.
진 교수는 “다누리 달 탐사는 다양한 우주 탐사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라며 “이를 기반 삼아 앞으로 도전적인 우주탐사가 보다 많이 시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영주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달탐사사업단에서 심우주 항행을 맡고 있다.
다누리의 심우주 궤도를 설계하고, 실제 궤도대로 날아가는지 확인 및 보정하는 일이다. 일종의 달 탐사 ‘길라잡이’다.
지금은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탄도형 달 전이 궤도(BLT)를 설계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처음에는 성공 가능성마저 의심할 정도였다.
“그런 궤도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존재를 알기만 하는 것과, 그걸 실제로 적용해서 탐사선을 보내는 건 다른 얘기잖아요.”
궤도 설계를 시작한 2021년 초까지만 해도 BLT 궤적을 적용한 달 탐사 미션은 1990년 일본의 히텐, 2011년 미국의 그레일 뿐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궤도였고 참고할 만한 사례도 드물었다.
항우연에선 송 연구원을 포함한 6명이 궤도 설계에 매달렸다.
2021년 1월부터 7월까지 7개월 동안 밤을 새워가며 해외 연구논문과 보고서를 뒤졌다.
BLT 궤도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은 있었지만, 정작 핵심은 없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우주탐사는 말은 협력이지만, 보안상 이유로 실제 기술 이전이 이뤄지는 부분은 거의 없다. 하나부터 열까지 맨땅에 헤딩하듯 해결해야 했다.
“마지막에 미국 나사의 ‘그레일’ 미션 팀에게서 BLT 궤도 검토를 받았고, 수정할 부분이 없다는 회신을 받은 뒤에야 안도했습니다.”
나사의 그레일 팀은 2011년 BLT 궤도를 이용해 그레일 탐사선을 달로 발사한 경험이 있다.
심우주 항행은 다누리가 달 궤도에 도착해도 끝나지 않는다.
임무 기간 1년 동안 상공 100km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수정 기동을 해야 한다.
다누리에 실린 탑재체 6종이 최상의 성능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다.
다누리 임무 종료 후에도 업무는 멈추지 않는다.
다누리 궤도를 달 표면 상공 100km로 유지할지, 아니면 궤도를 변경해 새로운 탐사 업무를 수행할지 정해야 한다.
송 연구원이 “우주 탐사는 궤도에서 시작해 궤도로 끝난다”고 말하는 이유다.
우주탐사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미 나사와의 협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그들이 가진 많은 인적 자원과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력은 이제 막 달로 궤도선을 보낸 우리나라 연구진에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그 많은 인력이 부러웠습니다. 한 번은 ‘궤도 설계 인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는데, 웃으면서 ‘그걸 어떻게 일일이 다 세고 있느냐’고 하더군요.”
다누리의 심우주 항행은 우리나라가 계획하는 2032년 달 착륙선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실제 달로 날아가는 궤도를 설계하고 운영해 본 경험은 달 착륙선 개발 시 시행착오를 줄여줄 수 있다.
어린 시절 잠시 미국에 거주했던 송 연구원은 부모님이 데려간 워싱턴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을 계기로 우주 산업에 관심을 두게 됐다.
“우주왕복선을 보면서 나도 저런 일을 하면 재밌겠다 했는데 지금 그 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송 연구원은 “앞으로 우리도 새롭고 도전적인 우주 탐사 임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무산된) 아포피스 탐사 같은 시도가 더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포피스 탐사 : 우리나라 최초의 소행성 탐사 계획이었지만, 2022년 4월 예비타당성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며 사실상 무산됐다.)
“만약에 똑같은 사업을 다시 하라고 한다면, 전혀 다른 일이 벌어질 겁니다.”
김대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탐사 사업단장은 파란만장했던 다누리 개발 과정을 이렇게 요약했다.
최초의 달 탐사선 자체가 도전적인 과제인데, 처음 주어진 시간은 너무 짧았다.
한번 했던 걸 다시 하는 건 관심 없는 성격이라는 김 단장에게도 첫 달 탐사선 개발은 “너무 과할 정도로 모든 게 다 처음”이었다.
너무 힘들어서 달 탐사 사업에 참여한 걸 매일매일 후회한 날도 있었다. 지금은 “그때 그 선택이 제일 좋은 선택이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최초의 달 탐사선 사업은 탑재체들의 과학 임무 이전에, 탑재체를 실은 본체가 우주를 항행해 달까지 잘 가는 것이 최우선 임무다.
극한 온도 차와 태양풍을 견디며 심우주를 항행하는 탐사선의 설계는 처음이었다. 엔지니어 대부분이 ‘혹시 모르니까 더 튼튼하게’ 보수적으로 설계했다.
그러다 보니 무게가 차곡차곡 쌓였다. 다누리가 목표 중량을 훌쩍 넘어서면서 연료가 부족해졌고 내부 갈등이 불거졌고 궤도를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 단장은 “똑같은 디자인을 지금 다시 엔지니어들한테 설계해보라고 하면 무게는 상당히 많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우주기술 개발에서 경험은 그만큼 중요했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우주기술의 특성상 국제협력을 통한 기술이전을 기대할 수 없다.
연구원들이 방향을 다시 잡고 경험을 공유하고 서로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필요했다.
김 단장은 “그 시간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성숙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 경험이 다음 사업의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없이 나타난 과제들은 자력으로 신기술을 확보하는 결실을 맺었다. 어려운 BLT 궤도 설계를 해내자 이번엔 통신과 시간 지연 문제가 추가됐다.
교신 최대거리가 38만km에서 155만km로 늘어난 문제는 안테나 지향성 기술과 시간 동기 기술을 새로 고안해 풀어냈다.
여주 심우주지상안테나는 미국의 심우주네트워크와 호환되게 데이터 처리를 표준화했다.
무엇보다 문제를 해결하며 엔지니어들의 자부심이 올라갔다. 김 단장은 “한 명, 한 명이 다 자원”이라면서 “(우주 개발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인데, 그런 인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달로 가는 항행 도중 탑재체의 성능검사를 하며 영상을 확인할 때마다 연구원들이 아주 즐거워하고 있다며,
연구원들에게 그런 “즐거움이야말로 보상”이라고 전했다.
인공위성 전문가인 김 단장의 원래 꿈은 공군 조종사였다고 한다.
항공에 대한 관심으로 항우연에 입사했는데 위성 일을 더 많이 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꼈다.
달 탐사 사업은 문제가 심각할 때 참여했지만, 첫 달 탐사라는 ‘도전’이 그를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그가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언급한 단어도 ‘도전’이었다.
그는 “도전을 하지 않으면 결과도 없다”면서 “실패도 도전했기 때문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우주 개발은 ‘도전’ 그 자체다.
“저에게는 도전이고, 우주는 그 도전의 결과를 보여드릴 수 있는 무대죠. 지구에서는 그런 무대를 할 수가 없어요.
아무리 잘 만들어도 지상에다 우주선을 펼쳐놓으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저 우주에 있는 무대에 가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그렇게 해서 국민들을 즐겁게 해드리는 게
우주선의 무대이기 때문에, 우주는 저희한테 도전이자 무대죠.”
김 단장이 말하는 다누리의 무대는 우주뿐만이 아니다.
첫 우주 탐사선으로서 다누리는 국민들이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 나아가 필요성을 느끼도록 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그는 “심우주 탐사는 국민들의 호응이 없으면 명분이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다누리를 통해 국민들이 미래 우주개발을 위해 투자하는데 동의할 수 있도록 해야,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
< 2022년 8월 4일 다누리를 페어링(흰색 부분)에 실은 채 발사준비를 마친 팔콘9의 모습. 페어링을 닫기 직전 다누리의 마지막 순간을 지켜본 김 단장은 작업자에게 잠시 멈춰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그리고 “같이 응원할 테니까 꼭 성공하라”고 절을 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
- 출처 다누리공동취재단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무대에 오르기까지 다누리는 홀로 달을 향해 나아간다.
달을 보며 “저 껌껌한 데, 저 먼 데서 혼자 열심히 기쁘게 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기특한지…외롭지는 않은지 응원한다.”는 그에게 다누리의 마지막을 물었다.
달 궤도선은 통상 임무를 마치면 비행을 종료하고 우주에서 사라진다. 연료 부족으로 고도가 점점 낮아지면서 달에 추락해 충돌하거나, 그 전에 궤도 밖으로 밀어내 먼 우주로 흘러가게
하기도 한다. 달의 고정 궤도에 위치시킬 수 있지만, 다음 탐사선의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될 수 있다.
김 단장은 개인적인 의견이라면서, 다누리의 종료 방안으로 달 착륙선 궤도를 제안했다. 다누리에 착륙할 수 있는 장치는 없지만, 착륙선이 진행하는 달 하강 궤도처럼 달
표면에 연착륙을 시도해보자는 것이다. 연착륙은 2032년 발사 목표인 한국 첫 달 착륙선의 핵심 기술 중 하나다. 다누리의 임무 연장 여부와 종료 방안은 탑재체 기관 등과
협의를 거쳐 2023년 중반 결정된다. 궤도선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착륙선 기술로, 그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다누리에 실린 광시야편광카메라(Polcam)에 대한 국제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와 네이처의 평가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광시야편광카메라는 달 궤도에서 처음 시도되는 편광카메라로, 다누리의 과학 탑재체 5개 가운데 가장 큰 기대를 받고 있다.
“편광카메라는 그간 관측방식에 비해 완전히 다른 시각의 관측 자료를 얻을 수 있습니다.
카메라의 해상도보다 더 좁은 규모의 지역 정보를 얻을 수 있거든요.
서브 픽셀 수준의 달 표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면에서 굉장히 새로운 관측체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광시야편광카메라는 지질학자가 주도해 온 달 탐사에 천문학자가 도입한 새로운 탐사기기다.
정민섭 천문연 우주탐사그룹 선임연구원은 “먼 천체에서 오는 정보는 빛뿐이어서, 천문학자들은 빛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획득하려 한다.
편광은 천문 관측에서 항상 이용하는 탐사기기”라고 설명했다. 앞서 100여 차례가 넘는 세계 각국의 달 탐사선에 편광 기기가 실리지 않은 이유는 “행성과학 전반에서
편광에 대한 관심이 낮은 데다 그동안 기술이 성숙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달 궤도선에서 편광 관측을 해보자는 구상의 시작은 정민섭 박사의 학위 논문 연구였다.
정 박사는 국내 최초의 달 박사로, 지상에서 달 앞면을 편광 관측해 표토 특성을 분석한 연구로 2017년 학위를 받았다.
당시 연구 자료는 미국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 주차장에서 직접 달의 앞면을 편광 관측해 수집했다. 관측에 유리한 위치라서 천문대로 갔지만, 달 전체를 관측해야 하는
연구 특성상 편광 필터를 넣은 작은 망원경을 주차장에 세워두고 관측했다. 그 연구 결과를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는데, 천문연 최영준 박사가 흥미를 보이며 다가왔다.
< 2012년 정민섭 박사가 달 편광 관측을 위해 미국 캘리포니아 릭 천문대 주차장에 설치했던 편광 카메라의 모습. >
“이거 달 탐사선에서 할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래서 당연히 ‘가능하다.’ 그런 얘기를 지도교수인 김성수 교수님과 함께 모여서 했습니다.
‘이거 너무 재밌다. 이거 한번 해보자, 같이 해보자!’ 해서 만들어진 게 지금 편광카메라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우주 분야 연구기관인 천문연은 젊은 연구자의 아이디어를 편견 없이 수용했다. 항우연이 달 궤도선 탑재체를 공모하자 천문연은
광시야편광카메라를 제안했고 다누리 탑재체로 선정됐다. 달 탐사선에서 편광 관측을 하면 지상과 달리 달의 뒷면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또, 특정 각도의
위상각(카메라와 달, 태양의 위치 관계가 이루는 각도)이 자주 만들어진다. 편광도는 위상각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특정 위상각을 반복 촬영하면 더 많은
정보를 얻는 데 유리하다. 이를 통해 달 편광 지도를 만들면 달 표면에 대한 전체적인 통계 연구가 가능하고, 달 표면의 특성과 변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달 탐사는 정 박사의 오랜 꿈이었다.
교실에서 산만하게 뛰어다니던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를 자리에 앉히기 위해 담임 선생님은 과학 만화 ‘코돌이 박사’를 안겨줬다.
정 박사는 “거기에서 천문학에 매력을 느꼈는데, 천문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바꾸지 않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경희대 우주과학과에 진학해보니
천문학은 닿을 수 없는 대상에 대한 연구였다. 반면 달은 유인 탐사가 가능하고 샘플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우주 탐사의 개척자에 도전해보자는
마음으로 달을 전공 분야로 정했다.
다누리로 처음 경험한 우주 탐사는 생각과 달랐다. 천문 관측의 연장일 거라 생각했는데, 매우 다양한 분야의 공학자들과 모여 집약적으로 일이 진행됐다.
과학자와 공학자는 쓰는 언어부터 달랐고 프로젝트 일정도 달랐다. 정 박사는 “서로 말하는 바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겼다.”고 했다.
맨 처음부터 해야하는 편광카메라 설계도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과거 탑재체를 분석해서 그 다음 탑재체를 설계하는데, 편광카메라는 우리가 처음으로 하다 보니 설계가 맞는 건지 의구심을 떨치기 위해 아주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최종 탑재체는 초기 설계에서 굉장히 많이 바뀌었어요. 두 카메라의 배치와 각도 등을 시행 착오 끝에 최적화시킨 거죠.”
다누리로 우주 탐사에 첫 발을 내딘 젊은 과학자는 천문연이 주관하려던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 계획이 무산된 상황을 무척 아쉬워했다.
정 박사는 "단기 프로젝트 방식에선 프로젝트가 종결되면 참여했던 공학자들이 다른 프로젝트로 분산되기 때문에 기술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누리의 경험을 우주 기술 발전으로 이어가려면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처럼 큰 목표와 장기 계획을 세우고 그 과정에서 필요한 세부 사업을 단계별로 연속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실험동에는 대형 태극기가 걸려있다.
다누리의 고해상도카메라를 개발한 허행팔 항우연 위성탑재체연구부장은 카메라를 설명하다가 새삼 이 사실을 언급했다.
실험동의 태극기는 ‘항상 국민을 생각하며 우주 개발을 한다’는 의미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과학 임무와 함께, 국민에게 우주 탐사의 경험을 제공하는 것을 임무로 한다.
“우리 달 탐사선이 가서 우리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를 개발한 저희 팀에서는 그 영상을 제공했을 때 국민들이 감동하지 않을까,
그런 측면도 굉장히 크고요. 다누리가 지금 비행하고 있지만 어디 있는지 잘 와닿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자기가 있는 곳에서 다른 천체를 찍고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해상도카메라는 지구를 벗어나 천체를 관측한 한국의 첫 카메라다. 2022년 8월 26일 지구로부터 124만km 떨어진 거리에서 선명한 지구와 달 사진을 보내왔다.
허행팔 부장은 “사진이 무척 궁금했었다.”면서 “마치 제가 우주에서 지구와 달을 보는 듯한 느낌이어서 짜릿했다.”고 첫 소감을 전했다. 그동안 개발해 온 지구 관측 카메라의
이용자가 연구자로 제한된 반면, 다누리 사진은 자녀가 보고 “굉장히 멋있다.”고 한 얘기를 들으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도 했다.
< 고해상도카메라 개발을 마치고 개발팀이 촬영한 기념 사진. 고해상도카메라 오른쪽에 서서 맨손을 올린 이가 허행팔 부장이다. >
한국의 첫 우주 탐사라는 의미는 고해상도카메라 제작 과정에도 반영됐다.
허 부장은 “달 탐사는 우리 기술로 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면서 “국내 여러 업체를 최대한 많이 참여시키려 했고, 그래서 과정이 길었다.”고 설명했다.
부품 하나하나를 국산화하고, 조립하고, 정렬하고, 우주 환경을 실험하는 경험을 국내 업체들과 4년간 공유했다. 허 부장은 “이 과정에서 기술적인 진보가 엄청났다.”면서
“우주 개발 기술은 효용성을 평가하기에 앞서 기술 확보 자체가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고해상도카메라는 달 표면 관측을 위해 개발됐기 때문에, 달 궤도에서 달 탐사선 착륙 후보지의 정밀 지형을 관측하는 본 임무를 수행할 때 성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달 표면은 지구보다 균일한 물질로 덮여 있어 태양 빛을 반사하는 특성이 다르다. 고해상도 카메라는 이를 고려해 지구 관측 카메라보다 세 배 정도 폭이 넓은 빛을 처리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아주 희미한 빛에서부터 밝은 빛까지 빛의 세기를 감지해 카메라가 노출 시간으로 감도를 맞춘다. 이와 함께 달 표면에서 올라오는 복사 에너지에 카메라가
온도 변화를 겪지 않도록 냉각 판과 열선을 넣은 열 설계가 이뤄졌다. 허 부장이 추가 임무로 촬영한 천체 사진 보다 앞으로 촬영할 달 관측 사진의 품질이 더 좋을 것이라고
자신하는 이유다.
고해상도카메라의 최대해상도는 2.5m으로, 항우연의 지구 관측 카메라 제작 기술이 세계 수준임을 감안하면 다소 아쉽다.
2009년 발사된 미국의 달 궤도선 LRO의 카메라는 최대해상도가 0.5m다. 허 부장은 “무게가 더 주어지면 훨씬 더 좋은 성능으로 만들 수 있었는데, 달 탐사선이 수용할 수
있는 무게 제한이 크다 보니 할당된 무게 12kg에 맞춰 성능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LRO의 무게는 1,000kg인 반면, 다누리는 550kg을 목표로 설계됐다.
누리호의 성공으로 발사할 수 있는 탐사선의 무게가 늘어나면서, 다음 달 탐사선에선 초고해상도의 카메라가 탑재될 것으로 기대된다.
25년차 연구원인 허 부장은 항우연에서 위성에 탑재되는 카메라를 개발해왔다.
‘한번 발사하면 고칠 수 없는’ 위성의 특성상, 원리적인 측면부터 하나하나씩 단계식으로 철저하고 세밀하게 개발하는 과정에 매력을 느꼈다고 한다.
다누리 이후의 과제로는 요소 기술 확보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특정 행성을 목표로 하는 탐사보다는 착륙과 샘플 채취, 귀환 등 각 단계에 필요한 기술을 개발하고
‘더 안전하고 더 비용이 적게 드는’ 기술에 대한 심층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다누리가 보여준 달과 우주를 보며 다음 세대는 우주 탐사에 대한 꿈을 키울 수 있게 됐다. 허 부장은 우주 개발의 열정은 우주에 대한 호기심에서 나온다고 했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물질들은 거슬러 올라가면 우주의 빅뱅으로부터 출발했다. 또, 우리는 왜 사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죽음이란 무엇인지 같은 철학적 질문들도 우주 개발과 연관되어
있다.”면서 “우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동기부여가 될 때 우주를 탐사하는 과학자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우주 탐사가 성공하는 순간을 상상하면 누구나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관제실 앞 대형 모니터에 우주로 나가는 탐사선의 영상이 실시간으로 전해진다. 초조한 표정의 연구원들은 화면을 뚫어지게 주시한다.
이윽고 첫 교신 성공이 확인되는 순간 연구원들이 일제히 환호하며 성공을 자축한다. 이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보던 이들도 함께 기쁨을 나눈다.
8월 5일 오전 9시 40분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가 첫 교신에 성공한 순간, 하지만 관제실의 모습은 생중계되지 않았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순간 생방송의 중압감이 더해지면 작은 실수라도 나올까 봐 대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달 궤도선 임무운영 관제실을 생중계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첫 교신에 성공하는 역사적인 순간은 미리 설치한 카메라로 녹화했다가 교신 성공을 확인한 뒤 방송됐다. 한국 첫 우주 탐사에 연구원들이 얼마나
큰 부담감이 느꼈는지 보여주는 에피소드다.
심우주 통신을 담당하는 구철회 책임연구원은 그때 50시간을 연속 근무했다고 한다. 다누리가 전이 궤도에 정상 진입했는지, 태양전지판을 펼쳐 전력 생산을 시작했는지,
탑재체 간 통신은 정상인지 다누리로부터 수신한 정보를 실시간 분석하는 작업이 쉼 없이 이어졌다. 그로부터 약 두 달 뒤 다누리가 지구로부터 최대 거리인 155만 km의
최고점을 돈 시점에 구철회 박사를 만났다. 심우주와 교신한 소감을 물었더니 예상 외로 담담한 대답이 돌아왔다.
“사실은 다누리가 발사되고 나서 처음 교신됐을 때 가장 기뻤습니다. 그리고 점점 다누리가 멀리 가면서 100만 km 넘어가고 150만 km까지 가면서, 사실 좀 감흥이
없더라고요. 여전히 다누리가 잘 있구나, 확인할 수 있었고 저희 통신 능력이 이제 많이 발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감흥 없는 소감은 자신감의 표현이다. 다누리는 준비했던 궤적 수정 기동을 생략할 정도로 계획한 궤도대로 순항하고 있다.
소수점 단위의 정밀한 오차를 분석해 자세 제어를 하는 정도다. 달에 도착해서 과학 임무를 빨리 시작할 수 있도록 탑재체를 시험하는 운영도 순조롭게 되고 있다.
궤도선 본체의 자세를 틀어 고해상도카메라로 천체를 촬영하는 추가 임무도 이상 없이 수행했다. 이상률 원장이 “의외로 너무 잘 가니까 이게 생각만큼 어려운 게
아니었나 잠시 생각했다.”고 농담할 정도다.
심우주 항법이 쉽지 않다는 것은 다누리처럼 BLT 궤적으로 달에 가고 있는 미국의 큐브위성 캡스톤이 보여준다. 한달 앞서 항행을 시작한 캡스톤은 궤적 수정 기동
이후 오류가 발생해 안전모드로 들어갔다. 추력기 밸브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서 자세 제어가 안됐고 한때 통신까지 두절됐다가 복구됐다. 구 박사는 “다누리는 캡스톤과
체급이 다른 위성이어서 자동 복구 기능이 탑재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다누리는 명령받은 임무를 마치면 스스로 최단 시간에 태양점을 찾아서 최대로 전력을 모으는
자세로 복구된다. 24시간 운영되는 관제실은 본체와 궤도, 전력 등이 정상을 유지하도록 계속 점검하고 관리한다.
이 같은 운영은 심우주 통신을 이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은 국제 협력으로 이루어진다. 다누리는 NASA의 심우주통신망을 함께 이용한다. 항우연은 대신 미국
아르테미스 계획의 하나인 영구음영지역카메라의 운영 위탁을 받아 다누리에 명령을 전송하고 데이터를 수신받아 전달한다. 구 박사는 “운영 위탁 경험은 처음”이라면서
다누리를 계기로 국제 협력의 수준이 한 단계 올라섰다고 평가했다. 또, “지금 운영방식이 만족스럽다.”면서 “NASA의 협조에 굉장히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운영 기술이
검증되면서 다누리 운영이 종료된 뒤 항우연은 해외 탐사선 운영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다누리의 항행은 2022년 12월 중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다누리는 최고점을 지나면서 달을 향해 가속하고 있는데, 달 근처로 가면 달 궤도에 포획되기 위해 감속을 해야 한다.
구 박사는 “역분사를 잘 해서 속도를 줄이고 달 궤도에 포착되어 임무 궤도에 정상 진입하는지가 가장 획기적인 분수령이 된다.”고 설명했다. 역추진이 부족하면 탐사선은
달을 스쳐서 돌아오지 않는 궤도로, 심우주로 흘러가게 된다. 지구 궤도 위성 운영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기술이다.
< 2012년 달 착륙선 지상시험모델 시험장치와 당시 연구진의 모습. 왼쪽부터 착륙 제어 로직을 개발한 류동영 박사, 소프트웨어 개발을 맡은 구철회 박사, 추진계를 개발한 김수겸 박사. >
구 박사는 심우주 통신 전문가인 20년 차 연구원으로, 달 탐사 사업에는 10년 전부터 본격 참여했다.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물었더니 그는
2012년 달 착륙선 지상시험모델 시험을 꼽았다. 달 착륙선 사업은 2022년말을 기준으로 아직 예비타당성조사를 진행하는 단계인데, 항우연 차원의 선행 연구는
이때부터 준비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당시 달 착륙 제어 성능과 탐사선 추력 성능 점검 결과는 성공이었다. 그는 추운 날씨 속 밤샘 연구로 하나하나 개발한 과정이 지금까지 연구의 밑거름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주 탐사의 작은 길을 개척하는 것이 다음 세대가 미지의 우주 영역까지 탐사할 수 있는 준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누리에 실린 국내 개발 탑재체 5개 가운데 우주인터넷(DTN)은 용도가 다른 4개와는 조금 다르다.
탑재체의 기술을 달에서 바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훗날 달 착륙 등을 대비해 기술 시험을 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미리 검증해보는 셈이다.
이병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위성탑재체연구실장이 “우주인터넷 시험 탑재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당장 쓰는 게 아니라 앞으로 쓸 기술입니다. 미 나사도 아르테미스(유인 달 탐사 계획)에 우주인터넷을 통신 네트워크로 사용할 계획이라 우리 탑재체에 관심이 많습니다.”
우주인터넷은 기존 심우주 통신과 달리 데이터를 쪼개어 전송하는 게 핵심이다. 이때 우주에 떠 있는 탐사선과 정거장들을 중간지점인 ‘노드’로 활용한다.
전송한 데이터가 노드에 저장됐다가 다시 다음 노드로 이동하는 식이다. 택배 거래에서 집하장과 같은 개념이다. 이렇게 하면 주변에 노드만 있으면 언제든 통신할 수 있고,
필요한 송신전력도 줄어든다. 지구와의 통신 장치를 경량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 나사가 아르테미스 계획에서 우주인터넷을 통신 네트워크로 사용하려는 것도 그래서다.
아르테미스가 미국의 차세대 우주탐사 중심인 점을 감안하면, 우주인터넷은 앞으로 우주탐사 시대의 핵심 통신 네트워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우주인터넷을 최초로
달에서 시험하는 게 우리나라 다누리다.
“우주인터넷 국제 표준인 CCSDS(우주데이터시스템자문위원회)를 적용해 메시지와 파일, 동영상을 지상으로 전송할 예정입니다.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국제 표준을 준수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주력했습니다.”
우주인터넷 시험을 위해 다누리에는 몇몇 파일이 실렸다. 38만km 떨어진 달에서 신호를 받고 지구로 쏘아 보낼 자료들이다.
사진은 전자통신연구원의 사계절 사진이 저장됐다. 동영상은 전자통신연구원과 우주인터넷 홍보영상, BTS의 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등이다.
BTS의 노래를 싣자는 생각은 연구원 직원의 가족이 제안했다.
이 실장은 1989년부터 통신 위성 업무를 수행했다. 무궁화 위성과 천리안 위성 등 우리나라의 주요 통신 위성을 경험했다.
그에게도 지구 궤도를 벗어난 우주 통신 장비를 만드는 건 새로운 경험이다.
“이번 탑재체 시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우주인터넷 장치를 달에서 성공한 최초의 나라가 됩니다. 앞으로 관련 기술 개발에서도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겁니다.”
우주인터넷 기술은 이제 시작인 만큼, 이 실장은 미래 우주탐사에서 우리나라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2025년까지 달로 인류를 보내고 우리나라는 2032년 달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미 나사가 추진하는 민간 달착륙선 사업인 ‘CLPS’도 있다.
모두 우주인터넷이 활용될 수 있는 영역이다.
“2032년까지는 여러 우주탐사가 진행될 겁니다. 우주인터넷도 적용될텐데 우리나라 기술이 많이 활용됐으면 좋겠고,
우리나라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 있는 시도를 많이 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