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⑦ 트럼프의 여성 비하…막말인가? 의도적 발언인가?

입력 2016.05.19 (08:34) 수정 2016.05.19 (09:56)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1분 남짓한 분량의 광고에 등장하는 발언은 모두 트럼프의 입에서 나온 것입니다. 공화당 슈퍼팩(정치행동위원회) '우리의 원칙'이 만든 영상에는 트럼프가 토론 등에서 말한 여성 비하 발언들이 담겼습니다.

'빔보(Bimbo)', '개', '살찐 돼지'



'빔보', 예쁘지만 머리에 든 것이 없는 여자를 폄하하는 비속어인데 논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폭스 TV 앵커인 매긴 켈리입니다. 발단은 지난해 8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 토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동 진행자인 켈리가 과거 트럼프가 여성에 대해 '살찐 돼지'(fat pig)라고 말한 내용을 공격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렇게 답변하죠.

"모든 여성이 아니라 여성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을 언급한 것이다"



더 나아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켈리의 공격적인 질문 태도를 꼬집으면서 "눈에서 피가 나왔다"고 묘사했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여러 군데서 나왔을 것"이라며 여성의 생리 현상을 언급해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2주 뒤엔 자신의 트윗을 통해 켈리를 '빔보'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막말인가, 의도적 발언인가

트럼프는 여성에 대해 왜 이런 막말을 쏟아낼까요? 다른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대로 멍청이(jackass) 혹은 바보(idiot)일까요? 글쎄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막말이 나올 때마다 잠시 주춤했던 지지율은 곧 회복됐고, 사실상 공화당 대선 주자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죠.

트럼프의 막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계산된 막말과 즉흥적인 막말로 나누어집니다.'트럼프 현상'(2016/최경규)에 따르면 계산된 막말은 공화당 예비 선거에서 백인 장년층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인종차별 발언을 통해 백인 남성들의 결집을 유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은 미국 내 전체 유권자의 반발을 사긴 했어도, 트럼프가 공화당 내 1위 주자를 줄곧 유지하는 데 굳건한 지지층이 되어준 백인 장년층 남성들의 표심은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설수에 올랐다가 지지율은 더 뛰어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여성 후보였던 칼리 피오리나에 대해 외모 비하 발언을 한 것은 즉흥적인 막말로 분석됩니다.



"저 얼굴 좀 봐(Look at that face). 저 얼굴을 보고 누가 찍어주겠어."

그의 즉흥적인 발언이 잡지에 소개되자 좀처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도 나중에 피오리나 얼굴을 예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했습니다. 한때 HP(휴렛패커드)의 CEO였던 피오리나는 역으로 "이 얼굴을 봐주세요. (Look at this face)"라는 TV광고를 통해 반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여성표 공략 전략은 어떻게?



그동안의 과정에서 트럼프가 여성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본선에서 여성표를 얻기 위해 보다 '전략적인 막말'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성격상 본인의 발언을 모두 부정하거나 막말을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올가을 대선 TV 토론에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클린턴 전 장관의 앞에서 들춰내며 인신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막말 전략은 트럼프가 과거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설에 휩싸인 경력을 희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인신공격에 나서더라도 클린턴 장관이 남성에 의해 모욕당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지 않도록 돌직구성 발언은 자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한결 조심스러운 모욕(gentler humiliatio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트럼프의 전략은 민의에 따라 탄력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거짓말쟁이 테드'(테드 크루즈), '꼬마 마코'(마코 루비오) 등의 별칭으로 공화당 경쟁자를 녹다운시켰던 트럼프 진영에서 여성 대선 주자인 힐러리를 공격할 심리학적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절반의 유권자, 수많은 여성의 반감을 극복할 회심의 카드는 무엇일까요? 마이크 머피 공화당 전략가가 지적했듯이 트럼프는 과연 '클린턴을 무는 큰 개 (a great Clinton attack dog)'가 될 수 있을까요?

[집중분석 트럼프]
☞ ① 여론조사 힐러리와 엎치락뒤치락
☞ ② 험난한 대선가도…3대 난제
☞ ③ ‘트럼프 바람’에 비상 걸린 한국 외교
☞ ④ “돈 찍어 빚 갚겠다”…오락가락 경제정책
☞ ⑤ 여론조사 클린턴과 초박빙…3대 변수가 좌우
☞ ⑥ 트럼프의 ‘셀프 대변인’ 의혹은 사실?
☞ ⑦ 트럼프의 여성 비하…막말인가? 의도적 발언인가?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집중분석] ⑦ 트럼프의 여성 비하…막말인가? 의도적 발언인가?
    • 입력 2016-05-19 08:34:12
    • 수정2016-05-19 09:56:30
    취재K
1분 남짓한 분량의 광고에 등장하는 발언은 모두 트럼프의 입에서 나온 것입니다. 공화당 슈퍼팩(정치행동위원회) '우리의 원칙'이 만든 영상에는 트럼프가 토론 등에서 말한 여성 비하 발언들이 담겼습니다. '빔보(Bimbo)', '개', '살찐 돼지' '빔보', 예쁘지만 머리에 든 것이 없는 여자를 폄하하는 비속어인데 논란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폭스 TV 앵커인 매긴 켈리입니다. 발단은 지난해 8월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공화당 대선후보 첫 TV 토론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공동 진행자인 켈리가 과거 트럼프가 여성에 대해 '살찐 돼지'(fat pig)라고 말한 내용을 공격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는 이렇게 답변하죠. "모든 여성이 아니라 여성 코미디언 로지 오도넬을 언급한 것이다" 더 나아가 CNN과의 인터뷰에서 켈리의 공격적인 질문 태도를 꼬집으면서 "눈에서 피가 나왔다"고 묘사했습니다.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여러 군데서 나왔을 것"이라며 여성의 생리 현상을 언급해 당혹스럽게 했습니다. 2주 뒤엔 자신의 트윗을 통해 켈리를 '빔보'라고 폄하하기도 했습니다. 막말인가, 의도적 발언인가 트럼프는 여성에 대해 왜 이런 막말을 쏟아낼까요? 다른 공화당 의원들의 주장대로 멍청이(jackass) 혹은 바보(idiot)일까요? 글쎄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막말이 나올 때마다 잠시 주춤했던 지지율은 곧 회복됐고, 사실상 공화당 대선 주자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죠. 트럼프의 막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계산된 막말과 즉흥적인 막말로 나누어집니다.'트럼프 현상'(2016/최경규)에 따르면 계산된 막말은 공화당 예비 선거에서 백인 장년층을 겨냥한 발언입니다. 인종차별 발언을 통해 백인 남성들의 결집을 유도한 것과 마찬가지로, 여성에 대한 비하 발언은 미국 내 전체 유권자의 반발을 사긴 했어도, 트럼프가 공화당 내 1위 주자를 줄곧 유지하는 데 굳건한 지지층이 되어준 백인 장년층 남성들의 표심은 흩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구설수에 올랐다가 지지율은 더 뛰어오르는 기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반면, 공화당 여성 후보였던 칼리 피오리나에 대해 외모 비하 발언을 한 것은 즉흥적인 막말로 분석됩니다. "저 얼굴 좀 봐(Look at that face). 저 얼굴을 보고 누가 찍어주겠어." 그의 즉흥적인 발언이 잡지에 소개되자 좀처럼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지 않는 트럼프도 나중에 피오리나 얼굴을 예쁘다고 생각한다며 사실상 사과했습니다. 한때 HP(휴렛패커드)의 CEO였던 피오리나는 역으로 "이 얼굴을 봐주세요. (Look at this face)"라는 TV광고를 통해 반격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여성표 공략 전략은 어떻게? 그동안의 과정에서 트럼프가 여성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본선에서 여성표를 얻기 위해 보다 '전략적인 막말'을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성격상 본인의 발언을 모두 부정하거나 막말을 멈추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가 올가을 대선 TV 토론에서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성 추문을 클린턴 전 장관의 앞에서 들춰내며 인신공격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막말 전략은 트럼프가 과거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설에 휩싸인 경력을 희석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인신공격에 나서더라도 클린턴 장관이 남성에 의해 모욕당하는 모양새가 연출되지 않도록 돌직구성 발언은 자제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를 "한결 조심스러운 모욕(gentler humiliation)"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트럼프의 전략은 민의에 따라 탄력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거짓말쟁이 테드'(테드 크루즈), '꼬마 마코'(마코 루비오) 등의 별칭으로 공화당 경쟁자를 녹다운시켰던 트럼프 진영에서 여성 대선 주자인 힐러리를 공격할 심리학적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절반의 유권자, 수많은 여성의 반감을 극복할 회심의 카드는 무엇일까요? 마이크 머피 공화당 전략가가 지적했듯이 트럼프는 과연 '클린턴을 무는 큰 개 (a great Clinton attack dog)'가 될 수 있을까요? [집중분석 트럼프] ☞ ① 여론조사 힐러리와 엎치락뒤치락 ☞ ② 험난한 대선가도…3대 난제 ☞ ③ ‘트럼프 바람’에 비상 걸린 한국 외교 ☞ ④ “돈 찍어 빚 갚겠다”…오락가락 경제정책 ☞ ⑤ 여론조사 클린턴과 초박빙…3대 변수가 좌우 ☞ ⑥ 트럼프의 ‘셀프 대변인’ 의혹은 사실? ☞ ⑦ 트럼프의 여성 비하…막말인가? 의도적 발언인가?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