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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격차 확대]⑧ 공공부문 정규직화 85% 뒤에 남겨진 이들
입력 2019.04.23 (10:50) 수정 2019.04.23 (10:55) 취재K
[소득격차 확대]⑧ 공공부문 정규직화 85% 뒤에 남겨진 이들
시작은 인천공항에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2017년 5월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두 달 뒤에는 20만 5천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공공부문으로 잡았던 것이다. 환경미화원 등 상시·지속적 업무와 경비직 등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7년 7월 6개 기관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 인력은 41만 6천 명. 공공부문 총인원이 217만 명이니까 비정규직이 19.2%였다. 하지만 정부는 기간제 교·강사와 60세 이상 고령자, 의사를 비롯한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등 14만 1천 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20만 5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17만 5천 명 정규직화 결정…목표의 85.4%

정부는 우선 1단계로 2017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2단계로 2018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자회사 등을, 그리고 3단계로 민간위탁기관을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공공부문 853개 기관에서 17만 5천 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는 2020년까지 정규직 전환 목표인 20만 5천 명의 85.4%에 달하는 규모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17만 5천 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이 끝난 인원은 13만 3천 명이다.


정규직 전환실적을 고용형태별로 보면 기간제 근로자 7만 2354명 중 7만 11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중 6만 6030명은 정규직 전환이 완료돼 94.2% 달성됐다. 파견·용역 근로자는 10만 4758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6만 7407명이 정규직으로 바뀌어 64.3% 완료됐다.


중앙부처가 전환결정한 인원 2만 2,579명 가운데 2만 764명의 정규직 전환이 완료돼 92% 전환율을 보였고, 자치단체 89.2%, 공공기관 62%, 지방공기업 93.4%, 교육기관 91.1% 등으로 전환을 끝마쳤다.


■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에서 빠진 기간제 교사 등 반발

그래프와 수치만 보면 정규직화가 굉장히 많이 된 것처럼 보인다. 분명 양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에서 해방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규직화 과정에서 소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이 같은 수치가 오히려 고통이다. 정부는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와 다른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경우 정규직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국공립학교 기간제교사는 3만 2천여 명이고 사립학교까지 합하면 기간제교사는 4만 6천 명으로 전체 교사의 10%에 달한다. 임용권이 학교장에게 위임된 기간제 교사는 현재 1년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해 임용에 필요한 경우 3년 연장 가능하다. 기간제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담임을 맡는 등 일반 정규직 교원과 차이 없는 일을 학교에서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 신분이 불안하고 대우 등에서 차별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 노조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한다. 학급 담임, 생활지도부 등 기피 업무를 맡고 책임까지 지우지만 권리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차별과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일은 정규직화밖에 없기 때문에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등교할 때는 비정규직 기사가 운전하는 스쿨버스를 타고, 비정규직 학교 보안관 보호를 받으며 뛰어놀고,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들의 밥을 먹고, 그리고 비정규직 교사들의 수업을 들으며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비정규직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자회사 설립 남용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계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자회사 설립의 남용이다. 이용득 의원의 국감자료를 보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있는 곳은 2018년 9월 기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37곳이다. 이 중 공공기관 334곳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10%인 33곳이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화를 했거나 또는 추진하고 있다. 규모는 3만 2512명이며 공공기관 전체 정규직화 전환 결정 인원 가운데 52%에 달하는 수준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던 장소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2017년 9월 공항시설·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를 출범한 데 이어, 지난 1일 또 하나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서비스'의 운영에 들어갔다.

■ ‘민간위탁 정규직화’ 갈등의 불씨…7월 민주노총 공동파업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4월 18일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비정규 철폐 공동파업 선언 기자회견4월 18일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비정규 철폐 공동파업 선언 기자회견

민주노총은 특히 2월 발표된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대해 1, 2단계 전환 가이드라인과 달리 3단계 정규직화 대상인 '민간위탁 노동자' 전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지자체에 따라 노동자 지위가 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 또한 민간위탁 사무를 공공부문에서 직접 수행하거나 직영화하겠다는 정책 방향 없이 사실상 상시지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원칙을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공공부문 민간위탁 종사자는 19만 6천 명이며, 예산 7조 원 이상이 쓰이고 있다. 다양한 위탁 사무가 있으며, 어린이집과 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사무가 47%를 차지한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우리나라가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 못 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았나. 이걸 정부가 지자체 소관업무로 위임해서 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영세업체들에게 민간위탁하고 있다. 20만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하면서 정부의 3단계 전환 발표만 기다려왔는데, 정부가 결국 이들을 외면했다. 올해 민주노총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민간위탁 같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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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격차 확대]⑧ 공공부문 정규직화 85% 뒤에 남겨진 이들
    • 입력 2019.04.23 (10:50)
    • 수정 2019.04.23 (10:55)
    취재K
[소득격차 확대]⑧ 공공부문 정규직화 85% 뒤에 남겨진 이들
시작은 인천공항에서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사흘째인 2017년 5월12일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다. 두 달 뒤에는 20만 5천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출발점을 공공부문으로 잡았던 것이다. 환경미화원 등 상시·지속적 업무와 경비직 등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그리고, 2017년 7월 6개 기관 합동으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발표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체 인력은 41만 6천 명. 공공부문 총인원이 217만 명이니까 비정규직이 19.2%였다. 하지만 정부는 기간제 교·강사와 60세 이상 고령자, 의사를 비롯한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 등 14만 1천 명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고 20만 5천 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 공공부문 비정규직 17만 5천 명 정규직화 결정…목표의 85.4%

정부는 우선 1단계로 2017년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에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고, 2단계로 2018년부터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자회사 등을, 그리고 3단계로 민간위탁기관을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2018년 12월 기준으로 공공부문 853개 기관에서 17만 5천 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는 2020년까지 정규직 전환 목표인 20만 5천 명의 85.4%에 달하는 규모다. 정규직 전환이 결정된 17만 5천 명 가운데 정규직 전환이 끝난 인원은 13만 3천 명이다.


정규직 전환실적을 고용형태별로 보면 기간제 근로자 7만 2354명 중 7만 110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이중 6만 6030명은 정규직 전환이 완료돼 94.2% 달성됐다. 파견·용역 근로자는 10만 4758명의 정규직 전환이 결정됐고, 6만 7407명이 정규직으로 바뀌어 64.3% 완료됐다.


중앙부처가 전환결정한 인원 2만 2,579명 가운데 2만 764명의 정규직 전환이 완료돼 92% 전환율을 보였고, 자치단체 89.2%, 공공기관 62%, 지방공기업 93.4%, 교육기관 91.1% 등으로 전환을 끝마쳤다.


■ 공공부문 정규직화 대상에서 빠진 기간제 교사 등 반발

그래프와 수치만 보면 정규직화가 굉장히 많이 된 것처럼 보인다. 분명 양적으로 큰 변화를 가져다준 것은 사실이며,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비정규직에서 해방시켰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정규직화 과정에서 소외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겐 이 같은 수치가 오히려 고통이다. 정부는 고도의 전문적인 직무를 수행하는 경우와 다른 법령에서 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기간제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의 경우 정규직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국공립학교 기간제교사는 3만 2천여 명이고 사립학교까지 합하면 기간제교사는 4만 6천 명으로 전체 교사의 10%에 달한다. 임용권이 학교장에게 위임된 기간제 교사는 현재 1년 범위 안에서 기간을 정해 임용에 필요한 경우 3년 연장 가능하다. 기간제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담임을 맡는 등 일반 정규직 교원과 차이 없는 일을 학교에서 하는데도, 비정규직이라 신분이 불안하고 대우 등에서 차별이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박혜성 전국기간제교사 노조위원장은 KBS와의 인터뷰에서 "기간제 교사는 정규직 교사와 같은 일을 한다. 학급 담임, 생활지도부 등 기피 업무를 맡고 책임까지 지우지만 권리는 인정해주지 않는다. 차별과 고용 불안을 해소하는 일은 정규직화밖에 없기 때문에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학교에서 학생들이 무엇을 배우겠는가? 등교할 때는 비정규직 기사가 운전하는 스쿨버스를 타고, 비정규직 학교 보안관 보호를 받으며 뛰어놀고, 비정규직 급식 노동자들의 밥을 먹고, 그리고 비정규직 교사들의 수업을 들으며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비정규직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자회사 설립 남용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에서 노동계가 지적하는 또 하나의 문제는 바로 자회사 설립의 남용이다. 이용득 의원의 국감자료를 보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정규직 전환을 하고 있는 곳은 2018년 9월 기준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 37곳이다. 이 중 공공기관 334곳을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10%인 33곳이 자회사를 통해 정규직화를 했거나 또는 추진하고 있다. 규모는 3만 2512명이며 공공기관 전체 정규직화 전환 결정 인원 가운데 52%에 달하는 수준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던 장소인 인천국제공항공사 역시 2017년 9월 공항시설·시스템 유지보수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인 '인천공항시설관리'를 출범한 데 이어, 지난 1일 또 하나의 자회사인 '인천공항운영서비스'의 운영에 들어갔다.

■ ‘민간위탁 정규직화’ 갈등의 불씨…7월 민주노총 공동파업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이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7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공동파업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4월 18일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비정규 철폐 공동파업 선언 기자회견4월 18일 민주노총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비정규 철폐 공동파업 선언 기자회견

민주노총은 특히 2월 발표된 '민간위탁 정책추진방향'에 대해 1, 2단계 전환 가이드라인과 달리 3단계 정규직화 대상인 '민간위탁 노동자' 전환 계획을 밝히지 않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같은 일을 해도 지자체에 따라 노동자 지위가 달라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 내용 또한 민간위탁 사무를 공공부문에서 직접 수행하거나 직영화하겠다는 정책 방향 없이 사실상 상시지속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원칙을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현재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공공부문 민간위탁 종사자는 19만 6천 명이며, 예산 7조 원 이상이 쓰이고 있다. 다양한 위탁 사무가 있으며, 어린이집과 사회복지관 등 사회복지사무가 47%를 차지한다.

우문숙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우리나라가 쓰레기를 제대로 처리 못 해 국제적 망신을 당하지 않았나. 이걸 정부가 지자체 소관업무로 위임해서 하고 있는데 엄청나게 영세업체들에게 민간위탁하고 있다. 20만 노동자들이 비정규직 신분으로 일하면서 정부의 3단계 전환 발표만 기다려왔는데, 정부가 결국 이들을 외면했다. 올해 민주노총의 핵심과제 중 하나가 바로 이런 민간위탁 같은 공공부문 정규직화 문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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