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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격차 확대]⑩ 임금도 제대로 안 주면서 “어린 것이 돈만 밝힌다”
입력 2019.05.05 (09:01) 수정 2019.05.29 (17:54) 취재K
[소득격차 확대]⑩ 임금도 제대로 안 주면서 “어린 것이 돈만 밝힌다”
일본식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김연수(가명)씨는 몇 달이 지나도 가게 사장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자 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돈 대신 SNS 메시지를 보냈다.

"어린 것이 돈만 밝히고 벌써부터 그러면 너 사회생활 못 한다. 그리고 CCTV로 봤는데 너 빵 훔쳐 먹었더라. 고용노동부 찾아가든 말든 맘대로 해. 나도 널 절도로 고소할 테니" 이런 메시지였다. 통상 이런 경우 아르바이트생들은 기분이 나빠 일을 그만두곤 하는데, 김 씨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 선배의 도움으로 임금체불 진정을 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결국 연장근로수당을 받아냈다.

■ 청년 아르바이트 최대 분쟁은 최저임금 미준수

위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비정규직 청년들이 일하는 곳에서 피해를 입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청년들이 고용노동부에 찾아가기 전에 비정규직센터 등에서 노동상담을 받곤 하는데,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이다.

비정규직 노동상담을 해주는 안양군포의왕비정규직센터 안신정 사무국장은 "10대 20대 비정규직 노동상담은 주로 최저임금이 많은데,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단순노무직종을 제외하고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일 때만 최대 3달 동안 최저 시급의 90%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업주들이 6개월 정도 짧게 일을 시키면서도 3개월은 수습기간으로 두고 최저 시급의 90%만 지급하는 불법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최근 전국의 청소년 1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청소년 가운데 2018년 최저시급인 7,530원 미만으로 급여를 지급 받았다는 비율은 34.9%로 높게 나타났다.

■ 청년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미준수 25.1%…시간제 최저임금 미준수는 37.1%

또,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서도 2017년 기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25.1%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준수율 13.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주당 15시간 이내로 짧게 일하는 초단시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중 37.1%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했고, 시간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중 42.6%도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2004년 이후 시간이 갈수록 최저임금 미준수율이 높아져 왔다는 점이다. 안신정 사무국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안 사무국장은 "업주나 사장들이 최저임금법상 1년 이상 근로계약일 때만 3개월 최저 시급의 90%를 줄 수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1년 이상 일을 안하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불법으로 90%만 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분명히 업주의 잘못이다. 그런데,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점이 아니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일하는 청소년들과 자영업자들 모두 최저임금에 대해서 알고 근로계약서를 써야 나중에 서로 곤란해지지 않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청소년 근로계약서 미작성 61.6%…청년 미작성 45.3%

또 다른 문제는 근로계약서다. 앞서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르바이트 경험 청소년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청소년은 61.6%나 됐다. 근로계약서를 썼더라도 고용주로부터 계약서를 받은 경우는 58%에 그쳤다.

또 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2016년 기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가운데 45.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은 66.3%, 시간제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은 63.4%에 달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관성 연구원은 "시대가 변하고 청년들의 삶이 바뀌면서 청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누구나 한번 경험해야 하는 일이 돼 버렸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벌 수 있는 필수적 수단이기도 하다. 어쩌면 끝내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면 평생을 머무르게 될 일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라면서 "최근 정부가 근로감독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시행하는 등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이처럼 청년의 감수성을 갖고 일자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최저임금 미준수 문제, 청년 저임금 일자리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디디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사회를 접하게 되는 청년들. 그들이 접하는 아르바이트라는 일자리 공간이 사실은 바로 그들이 조금 더 성장해서 맞이할 사회이기도 하다. 최저임금도 지켜주지 않는 사회가 어찌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 [소득격차 확대]⑩ 임금도 제대로 안 주면서 “어린 것이 돈만 밝힌다”
    • 입력 2019.05.05 (09:01)
    • 수정 2019.05.29 (17:54)
    취재K
[소득격차 확대]⑩ 임금도 제대로 안 주면서 “어린 것이 돈만 밝힌다”
일본식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대학생 김연수(가명)씨는 몇 달이 지나도 가게 사장이 연장근로수당을 주지 않자 수당을 달라고 요구했다. 그랬더니 사장은 돈 대신 SNS 메시지를 보냈다.

"어린 것이 돈만 밝히고 벌써부터 그러면 너 사회생활 못 한다. 그리고 CCTV로 봤는데 너 빵 훔쳐 먹었더라. 고용노동부 찾아가든 말든 맘대로 해. 나도 널 절도로 고소할 테니" 이런 메시지였다. 통상 이런 경우 아르바이트생들은 기분이 나빠 일을 그만두곤 하는데, 김 씨는 아르바이트 경험이 많은 선배의 도움으로 임금체불 진정을 내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서 결국 연장근로수당을 받아냈다.

■ 청년 아르바이트 최대 분쟁은 최저임금 미준수

위에서 소개한 사례처럼 비정규직 청년들이 일하는 곳에서 피해를 입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청년들이 고용노동부에 찾아가기 전에 비정규직센터 등에서 노동상담을 받곤 하는데,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이다.

비정규직 노동상담을 해주는 안양군포의왕비정규직센터 안신정 사무국장은 "10대 20대 비정규직 노동상담은 주로 최저임금이 많은데,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단순노무직종을 제외하고 1년 이상의 근로계약일 때만 최대 3달 동안 최저 시급의 90%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업주들이 6개월 정도 짧게 일을 시키면서도 3개월은 수습기간으로 두고 최저 시급의 90%만 지급하는 불법 사례가 많다"고 말한다.

실제로 여성가족부가 최근 전국의 청소년 1만 5천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던 청소년 가운데 2018년 최저시급인 7,530원 미만으로 급여를 지급 받았다는 비율은 34.9%로 높게 나타났다.

■ 청년 아르바이트 최저임금 미준수 25.1%…시간제 최저임금 미준수는 37.1%

또, 통계청 자료를 토대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분석한 결과에서도 2017년 기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25.1%로 전체 임금노동자의 최저임금 미준수율 13.4%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특히 주당 15시간 이내로 짧게 일하는 초단시간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중 37.1%가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일을 했고, 시간제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중 42.6%도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일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눈여겨 봐야 할 점은 2004년 이후 시간이 갈수록 최저임금 미준수율이 높아져 왔다는 점이다. 안신정 사무국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안 사무국장은 "업주나 사장들이 최저임금법상 1년 이상 근로계약일 때만 3개월 최저 시급의 90%를 줄 수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1년 이상 일을 안하는 청소년, 청년들에게 불법으로 90%만 돈을 주는 경우가 있다. 이는 분명히 업주의 잘못이다. 그런데, 대기업이나 프랜차이즈점이 아니고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법을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데 일하는 청소년들과 자영업자들 모두 최저임금에 대해서 알고 근로계약서를 써야 나중에 서로 곤란해지지 않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 청소년 근로계약서 미작성 61.6%…청년 미작성 45.3%

또 다른 문제는 근로계약서다. 앞서 여성가족부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아르바이트 경험 청소년 가운데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청소년은 61.6%나 됐다. 근로계약서를 썼더라도 고용주로부터 계약서를 받은 경우는 58%에 그쳤다.

또 노동사회연구소가 통계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2016년 기준 청년 아르바이트 노동자 가운데 45.3%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초단시간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은 66.3%, 시간제 아르바이트 비정규직은 63.4%에 달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박관성 연구원은 "시대가 변하고 청년들의 삶이 바뀌면서 청년들에게 아르바이트는 누구나 한번 경험해야 하는 일이 돼 버렸다.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를 벌 수 있는 필수적 수단이기도 하다. 어쩌면 끝내 정규직으로 취업하지 못하면 평생을 머무르게 될 일자리가 될지도 모른다"라면서 "최근 정부가 근로감독을 전담하는 조직을 만들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를 시행하는 등의 방향성은 바람직하다. 이처럼 청년의 감수성을 갖고 일자리 정책을 지속적으로 시도해야 최저임금 미준수 문제, 청년 저임금 일자리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사회에 발을 디디기 전에 아르바이트로 사회를 접하게 되는 청년들. 그들이 접하는 아르바이트라는 일자리 공간이 사실은 바로 그들이 조금 더 성장해서 맞이할 사회이기도 하다. 최저임금도 지켜주지 않는 사회가 어찌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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