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탐욕]④ 전사적인 비이자수익 극대화의 비극: 우리은행

입력 2020.08.06 (08:01) 수정 2020.08.0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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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DLF 사태에서 단일 지점으로서는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지점이 있습니다. 피해자만 40명이고 투자원금 70억 원에 이르는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입니다. 당시 위례신도시점 부지점장 김 모 씨는 1억 원 이상 고액을 맡겨둔 사람들에게 "선착순이다, 곧 마감된다"는 홍보 문자를 10차례 넘게 보냈고, 영업장에 찾아오라는 전화도 수시로 하면서 DLF를 팔았습니다.

최소 투자금액 1억 원이었는데, 수중에 9천만 원뿐이던 가사도우미에게 1천만 원을 더 끌어모아 투자하게 했습니다. 주택담보 대출금 2억 원을 갚으러 간 40대 주부에게는 "대출부터 갚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DLF에 가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치매 판정을 받은 80대 노인한테도 1억 1천만 원을 투자하게 했습니다.

■손태승 회장 "비이자수익 40%로 끌어올려라"

물론 위례신도시점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은행이 DLF를 판매한 금액은 4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 배경에는 당시 연임을 앞두고 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성과주의 경영 전략이 있었습니다. 특히 손 회장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비이자 수익을 강조했습니다.

손 회장은 비이자수익과 비은행, 해외수익 비중을 각각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40-40-40'을 우리은행의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직원들은 DLF와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들도 DLF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안전한 상품"이라면서 팔았고, 고객들도 DLF가 안전한 줄 알고 가입했다가 최대 원금 100% 손실에 이르는 DLF 사태가 터져버렸습니다. 성과주의 경영 전략이 선을 넘은 겁니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도 2천5백억 원 넘게 팔았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은행별 사모펀드 판매액은 우리은행 25조 5,886억 원, 하나은행 13조 5,280억 원, 신한은행 11조 7,081억 원, 농협은행 10조 3281억 원, 국민은행 8조 5,207억 원 순입니다. 우리은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금융당국 징계에 불복…소송 제기

금융당국은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현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3년 동안 금융권에서 새로운 자리를 맡을 수 없기 때문에 연임이 불가능한 징계였습니다.

우리와 하나은행에 대해선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함께 각각 190억 원대, 160억 원대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손 회장은 곧바로 중징계 행정처분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손 회장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까지 연장됐습니다. 심지어 과태료에 대해서도 이의제기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책임은 누가 지나요?"…피해자들의 호소

우리은행 경영진과 은행은 처벌을 피해갔습니다. 남은 건 피해자들입니다. 물론 금융당국이 DLF 피해자들에 대해 40~80% 배상 권고를 내린 덕분에 대부분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조금이나마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 피해는 감수해야 했고,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마음고생, 몸 고생한 건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우리은행 피해자들은 여전히 우리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태승 회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요?

금감원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판매 금액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사상 첫 100% 배상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650억 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우리은행은 이 배상 권고를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은행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피해자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8월 1일에 방송된 <시사기획 창> 사모펀드 위기 "그들은 알았다" 편은 KBS 홈페이지와 KBS 뉴스 앱,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뉴스 홈페이지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947
유튜브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SJGiLtjtrk&t=1577s

[은행의 탐욕]①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판 은행: 하나은행
[은행의 탐욕]②언제 환매될지도 모르는 디스커버리 펀드: 기업은행
[은행의 탐욕]③금투는 라임 부실 알았는데 은행은 몰랐을까?: 신한은행
[은행의 탐욕]④전사적인 비이자수익 극대화의 비극: 우리은행
[은행의 탐욕]⑤사모펀드 사태 재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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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의 탐욕]④ 전사적인 비이자수익 극대화의 비극: 우리은행
    • 입력 2020-08-06 08:01:50
    • 수정2020-08-07 09:00:26
    취재K

지난해 DLF 사태에서 단일 지점으로서는 피해 규모가 가장 컸던 지점이 있습니다. 피해자만 40명이고 투자원금 70억 원에 이르는 우리은행 위례신도시점입니다. 당시 위례신도시점 부지점장 김 모 씨는 1억 원 이상 고액을 맡겨둔 사람들에게 "선착순이다, 곧 마감된다"는 홍보 문자를 10차례 넘게 보냈고, 영업장에 찾아오라는 전화도 수시로 하면서 DLF를 팔았습니다.

최소 투자금액 1억 원이었는데, 수중에 9천만 원뿐이던 가사도우미에게 1천만 원을 더 끌어모아 투자하게 했습니다. 주택담보 대출금 2억 원을 갚으러 간 40대 주부에게는 "대출부터 갚는 건 어리석은 행동"이라며 DLF에 가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심지어 치매 판정을 받은 80대 노인한테도 1억 1천만 원을 투자하게 했습니다.

■손태승 회장 "비이자수익 40%로 끌어올려라"

물론 위례신도시점만의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우리은행이 DLF를 판매한 금액은 4천억 원이 넘습니다. 그 배경에는 당시 연임을 앞두고 있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겸 우리은행장의 성과주의 경영 전략이 있었습니다. 특히 손 회장은 저금리 시대에 은행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비이자 수익을 강조했습니다.

손 회장은 비이자수익과 비은행, 해외수익 비중을 각각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미로 '40-40-40'을 우리은행의 중장기 비전으로 제시했습니다. 이를 위해 우리은행 직원들은 DLF와 같은 고위험 투자상품을 팔 수밖에 없었습니다. 직원들도 DLF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로 "안전한 상품"이라면서 팔았고, 고객들도 DLF가 안전한 줄 알고 가입했다가 최대 원금 100% 손실에 이르는 DLF 사태가 터져버렸습니다. 성과주의 경영 전략이 선을 넘은 겁니다.

우리은행은 라임펀드도 2천5백억 원 넘게 팔았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년간 은행별 사모펀드 판매액은 우리은행 25조 5,886억 원, 하나은행 13조 5,280억 원, 신한은행 11조 7,081억 원, 농협은행 10조 3281억 원, 국민은행 8조 5,207억 원 순입니다. 우리은행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금융당국 징계에 불복…소송 제기

금융당국은 DLF 사태와 관련해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라는 중징계를 내렸습니다. 현재 임기는 채울 수 있지만 3년 동안 금융권에서 새로운 자리를 맡을 수 없기 때문에 연임이 불가능한 징계였습니다.

우리와 하나은행에 대해선 6개월 업무 일부 정지와 함께 각각 190억 원대, 160억 원대의 과태료를 부과했습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금융회사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경영진에 책임을 묻는 결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손 회장은 곧바로 중징계 행정처분의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손 회장이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 짓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손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임기는 오는 2023년 3월까지 연장됐습니다. 심지어 과태료에 대해서도 이의제기를 신청한 상태입니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책임은 누가 지나요?"…피해자들의 호소

우리은행 경영진과 은행은 처벌을 피해갔습니다. 남은 건 피해자들입니다. 물론 금융당국이 DLF 피해자들에 대해 40~80% 배상 권고를 내린 덕분에 대부분 피해자들이 투자금을 조금이나마 돌려받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경제적 피해는 감수해야 했고,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마음고생, 몸 고생한 건 어떤 보상도 받지 못했습니다. 우리은행 피해자들은 여전히 우리금융그룹을 이끌고 있는 손태승 회장을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까요?

금감원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된 라임자산운용의 무역금융펀드 판매 금액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를 적용해 사상 첫 100% 배상 결정을 내린 상태입니다. 판매사별로 보면 우리은행이 650억 원으로 가장 많습니다. 우리은행은 이 배상 권고를 받아들일지 거부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은행은 어떤 결정을 내릴까요? 피해자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8월 1일에 방송된 <시사기획 창> 사모펀드 위기 "그들은 알았다" 편은 KBS 홈페이지와 KBS 뉴스 앱, 유튜브 등을 통해 시청이 가능합니다.

뉴스 홈페이지 다시보기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507947
유튜브 다시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1SJGiLtjtrk&t=1577s

[은행의 탐욕]①DLF부터 헬스케어까지 모든 사모펀드를 판 은행: 하나은행
[은행의 탐욕]②언제 환매될지도 모르는 디스커버리 펀드: 기업은행
[은행의 탐욕]③금투는 라임 부실 알았는데 은행은 몰랐을까?: 신한은행
[은행의 탐욕]④전사적인 비이자수익 극대화의 비극: 우리은행
[은행의 탐욕]⑤사모펀드 사태 재발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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