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긴장·흥분·환호의 90분

입력 2005.11.07 (09:36)

수정 2005.11.07 (09:40)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홈 구장 올드 트래포드로 가는 길은 경기 시작 3시간 전부터 자동차 행렬로 꽉 막히기 시작했다.
6만8천명이나 수용할 수 있는 올드 트래포드의 좌석은 이미 오래 전에 매진됐고 암표는 무려 170파운드[31만원] 넘게 호가했다.
올드 트래포드 주변에서 \'팬존\' 역할을 하는 펍[선술집]은 현지시간 일요일 오후 경기에 앞서 대낮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미처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은 펍에서 TV가 잘 보이는 자리를 잡으려고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맨유 구단은 한 주 전 미들즈버러전 대패[1-4], 주중 챔피언스리그 릴전 패배[0-1]와 주장 로이 킨의 독설로 벌집 쑤셔놓은 분위기였지만 맨유의 열성 팬들은 언제나 그랬듯이 그들이 그토록 자랑하는 홈팀이 골리앗을 넘어뜨릴 다윗이 될 수 있다고 철석같이 믿는 분위기였다.
올 시즌 리그에서 한 번도 지지 않은 최강 첼시를 맞닥뜨렸지만 팬들의 응원 열기는 한층 더 강한 응집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후반 37분. 마침내 올드 트래포드에 13번 박지성이 교체 투입되자 홈 팬들은 일제히 \'컴 온, 박[Come on, Park]\'을 외쳐댔다.
박지성은 비록 12분 밖에 뛰지 못했지만 첼시의 파상공세를 역공세로 막아내는 데 단단히 한몫했다.
경기가 끝나자 올드 트래포드를 빠져나온 맨유의 서포터스 \'레드 데블스\'는 첼시의 40경기 무패행진을 저지한 홈팀을 위해 목이 터져라 응원가를 불렀다.
경기가 시작되기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팬들은 초조했다.
혹시 미들즈버러전처럼 대패의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맨유 지휘봉을 잡은 지 19년째가 되는 날 기념비적인 승리를 거둔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은 그러나 힘든 승리에 앞서 어떤 압박감도 받지 않았다며 명장의 여유를 보였다.
퍼거슨 감독은 \"팬들은 이미 다 잊어버렸겠지만 예전엔 13경기를 치르면서 한 번도 이기지 못한 적도 있었다. 난 그런 비난에 신경쓰지 않는다. 선두가 아니라면 어차피 비난은 있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그는 \"첼시와 대결하는 한 시간 가까이 지독하게 힘들었다. 마지막 10분 간은 곤봉으로 얻어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 어린 선수들은 냉철한 머리로 침착하게 공세를 막아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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