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보약 먹고’ 해켓, 5개월만 부활

입력 2007.08.23 (21:17)

지난 3월 자국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처참한 패배를 곱씹었던 ‘장거리 자유형의 황제’ 그랜트 해켓(27)이 5개월 만에 일본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해켓은 23일(한국시간) 지바 국제종합수영장에서 열린 2007 일본국제수영대회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14분48초70에 터치패드를 찍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01년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이 종목 세계기록(14분34초56)을 세우며 우승했던 해켓은 이후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 번도 1,500m 타이틀을 내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2005년 말 어깨 수술을 한 뒤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수술 이후 출전한 지난 3월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해켓은 1,500m에서 7위에 그쳤다.
자유형 800m에서도 해켓은 7위에 머물렀고 자유형 400m에서는 박태환(18.경기고)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해 끝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해켓에게 실패는 약이었다. 자존심에 큰 상처를 받은 해켓은 은퇴할 나이가 됐음에도 올림픽 1,500m 3연패를 이루겠다는 선언을 하고 맹훈련에 들어갔다.
하루 평균 1만m가 넘는 거리를 헤엄치며 고삐를 당겼다. 몸무게가 6㎏이나 줄어들 정도였다.
이번 대회에 전성기 때 탄탄했던 몸매를 되찾아 출전한 해켓은 하지만 곧바로 부활하지는 못했다. 자유형 400m에서 또 박태환에게 당한 것.
하지만 주종목 1,500m에서는 달랐다. 수 년 동안 수십 차례 출전했던 덕분에 거리 감각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레이스 전략도 좋았다. 처음부터 속도를 내며 경쟁자들의 힘을 떨어뜨렸고 4개월 간의 맹훈련으로 쌓은 지구력이 있었기에 막판에도 힘이 부치지 않았다.
결국 해켓은 세계선수권대회 때 14분59초59의 기록보다 10초 이상 당긴 좋은 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해켓은 "이 종목 세계선수권 우승자와 400m 챔피언과 함께 레이스를 폈고 우승하게 돼 만족한다"며 "세계대회 직후 쏟아졌던 비판을 더 이상 받지 않게 될 것 같다. 이번 우승을 계기로 동기부여가 많이 됐다. 특히 5개월이란 짧은 시간에 명예를 회복하게 돼 더욱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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