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켓도 인정한 ‘수영 최강자 박태환’

입력 2007.12.28 (09:30)

수정 2007.12.2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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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언 마린보이' 박태환(18.경기고)의 목표는 내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놀라게 하며 금빛 물살을 가르는 것이다.
작년 말 도하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르며 아시아 최고의 물개로 우뚝 섰을 때에도 박태환이 세계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었다.
아무리 목표를 크게 잡아도 베이징에서 그저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오르는 정도였다.
아시안게임 직후 운동량이 현저히 줄어 3개월 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당시도 메달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진단이 대다수였다.
박태환 아버지도 "주위의 기대가 너무 큰 데 메달을 못 따서 망신을 당하느니 차라리 출전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을 정도였다.
하지만 박태환은 세계대회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을 시작으로 2007년 한 해 동안 거침없이 헤엄치며 이 모든 부정적 평가를 잠재웠다.
수영계를 비롯해 국민들은 8월 일본 지바에서 열린 프레올림픽, 11월 FINA 경영월드컵까지 금메달 행진을 그치지 않은 박태환을 보며 올림픽 수영 금메달이 더 이상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으로 믿고 있다.
부력과 유연성, 빠른 회복 능력, 승부욕 등 수영 선수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타고난 점이 원동력으로 꼽히지만, 수영용품 전문 브랜드 '스피도'와 수십억원의 후원 계약을 하고 코치, 웨이트트레이너, 물리치료사, 매니저까지 자신만 전담하는 팀을 꾸려 훈련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힘이 됐다.
베이징에서 가장 우승 가능성이 큰 종목은 자유형 400m.
박태환은 자유형 400m에서 이미 최강자에 올라 있다. 이안 소프(호주)가 은퇴했고, 그랜트 해켓(호주)마저 계속 무너뜨리며 지존의 자리를 굳힌 것이다.
해켓은 "박태환은 소프의 세계기록까지 깨뜨릴 가장 유력한 선수"라며 양보하고 있다.
문제는 자유형 1,500m다. 인터뷰나 기자회견 때마다 박태환이 밝히는 수영 2관왕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지만 자유형 400m 만큼 가능성이 크지 않다.
아직 세계 최강자들과 대결에서 우승해 본 적이 없는 데다 지구력이 최상으로 가다듬어지지 않았고 경쟁자도 강하다.
해켓은 400m를 포기하는 대신 1,500m에 주력하며 이 종목 올림픽 3연패를 겨냥하고 있고 더불어 10㎞ 야외수영까지 노리고 있다. 여기에 멜버른 세계대회에서 우승한 마테우츠 쇼리모비츠(폴란드)가 버티고 있는 데다 유리 프릴루코프(러시아)도 호시탐탐 우승을 넘보고 있다.
이 때문에 박태환은 베이징을 향한 준비의 첫 걸음으로 29일 떠나는 호주 전지훈련에서 1,500m를 위한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맞춘다.
전담팀 내부 분열로 전훈 출발 직전 박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와 결별했지만 박태환은 이번 전훈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훈련에만 매진한다는 계획이다.
전훈에서는 호주의 중거리 자유형 강자 켄릭 몽크를 가르치고 있는 토니 쇼 코치로부터 일단 지도를 받는다.
여기에 박태환은 자유형 200m에도 도전한다. 베이징에서 8관왕에 도전하는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세계 기록(1분43초86)을 보유하고 있는 종목인데 박태환의 최고 기록은 아시아기록인 1분46초73이다.
멜버른 세계대회 자유형 200m에서 동메달을 따낸 박태환은 우승까지 노리고 있지는 않지만 은메달이나 동메달을 목에 거는 보너스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04년 8월14일 그리스 아테네 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아테네올림픽 경영 첫날 남자 자유형 400m 예선. 당시 대청중 3학년으로 한국 대표 최연소 선수였던 박태환은 출발대에 올랐다가 스타트 준비 구령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물 속에 빠져버렸다.
부정출발이었다. 스타트에서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올림픽 경영에서 실격하며 제대로 물길질도 못하고 짐을 싸야 했던 박태환은 3년 사이 세계 최강으로 성장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때의 수모를 영광으로 바꾸는 것 뿐이다. 남은 8개월 동안 박태환은 베이징만 바라보고 헤엄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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