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차별 감액 파문, 센테니얼이 요청”

입력 2008.02.25 (10:07)

수정 2008.02.25 (15:41)

박노준 "요청한 적 없다. KBO가 이미 결정한 일"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가 마구잡이 연봉 삭감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감액제한 폐지' 조치는 센테니얼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밝혀졌다.
25일 KBO 관계자는 지난 14일 열린 프로야구 단장회의에 옵서버로 참석한 박노준 센테니얼 단장이 "선수 연봉을 40% 이상 삭감하지 못하는 규정을 기왕 폐지한다면 당장 시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를 나머지 7개 구단이 받아들여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야구규약 제73조 `참가활동보수의 감액제한' 규정에는 `선수의 동의가 없을 경우 연봉 2억원 이상인 선수는 40%, 1억원이상 2억원 미만인 경우는 30%, 1억원 미만은 25%이상 깎을 수 없다'고 명시됐다.
감액제한은 8개 구단 스스로 만든 규정이지만 최근 들어 "연봉 상한선에 대한 규정은 없는데 왜 하한선에 대한 규정만 있느냐"는 불만이 구단들 사이에 퍼지면서 폐지안이 줄곧 논의됐었다.
그러나 박노준 단장은 감액폐지를 요청했다는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옵서버로 참석했는데 내가 무슨 발언권이 있느냐"고 밝힌 그는 "당시 안건에 이미 폐지안이 올라와 있었으며 시행 시기도 8개구단 단장들과 KBO가 결정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KBO 관계자는 "당시 참석한 단장들에게 확인해 보면 안다"고 말했고 모 구단 단장은 "강력한 요청은 아니었지만 박 단장이 시행시기를 문의했던 것은 사실이며 센테니얼이 첫 적용 구단이 된다고 논의했다"고 전했다.
박노준 단장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문제는 폐지안이 신생 팀에만 적용된다는 사실이다.
지난 해 파산한 현대 야구단을 제외한 7개구단은 대부분 연봉협상을 마친 상황에서 40% 이상 삭감금지 규정을 폐지해 새로 창단한 센테니얼만 선수들에게 적용하고 있다.
실제 센테니얼은 삭감 하한선이 없어지자 지나치다는 비난 여론에도 아랑곳없이 무자비하게 연봉을 후려쳐 선수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송지만, 김수경, 전준호, 김동수 등 2억원이 넘는 선수에게는 무려 60%∼80%까지 삭감된 금액을 제시해 선수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센테니얼은 네이밍스폰서를 비롯해 각종 스포츠마케팅으로 `메이저리그식 야구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선수들 연봉부터 반토막을 만들어 인건비를 줄이겠다는 얄팍한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박단장은 "선수들의 연봉을 대폭 삭감할 수 밖에 없는 것은 100% 고용승계했기 때문이다. 당시 7, 8명만 방출했어도 이 정도로 심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센테니얼이 마구잡이 연봉삭감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 준 KBO와 7개 구단에도 곱지 않은 눈길이 쏠리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센테니얼을 끌어들인 KBO나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였던 감액제한 폐지를 센테니얼을 통해 손 안대고 코풀려는 7개 구단 모두 형평성에 어긋난 비상식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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