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축구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2차전 남북 대결이 7일 결국 북한 평양이 아닌 중립지역인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는 것으로 결정되기까지 대한축구협회는 북한축구협회와 태극기 게양과 애국가 연주 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었다.
축구협회는 작년 11월 남아공 더반에서 열린 대륙별 월드컵 예선 조추첨에서 북한과 함께 3조에 속하게 됐을 때만 해도 이번 대결이 남북 관계 정상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졌다.
이번 남북 대결은 역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1993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94 미국월드컵 아시아 예선 이후 15년 만에 월드컵 예선 무대에서 북한과 맞닥뜨리게 된 것이었고, 평양 원정은 1990년 10월11일 남북통일축구 이후 두번째였다.
새해 들어 북한이 남북 대결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올 때까지만 해도 남북 대결은 예정대로 평양에서 열리는 듯했다.
축구협회는 2월5일 개성에서 열린 첫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국기와 국가로 한반도기와 아리랑을 사용하자는 의사를 내비쳤을 때만 해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이번 대결이 통일축구 같은 친선 경기가 아니라 월드컵 본선 출전권을 놓고 다투는 실전이기 때문에 북한도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북한은 절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2월16일부터 중국 충칭에서 열린 동아시아축구대회에서 북한 측과 만나 이 문제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충칭에는 책임을 갖고 협상에 나설만한 북측 인사가 파견되지 않아 무위에 그쳤다.
양측의 협상이 최종 결렬된 것은 지난달 26일이었다. 공교롭게도 그날은 뉴욕 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평양에서 성조기를 걸고 미국 국가를 연주한 '역사적인' 날이었는데 남북 축구는 태극기와 애국가 문제로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결국 축구협회는 FIFA에 중재요청을 할 수밖에 없었고 평양에서 경기를 한다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중재를 기다렸지만 방향은 자꾸 중립지역인 제3국 개최 쪽으로 흘러갔다.
일부 언론은 북한이 중국 선양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을 희망하고 있다고 했고, FIFA가 평양에서 경기를 하되 국기와 국가를 FIFA기와 FIFA가로 대체한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태극기와 애국가를 양보할 수 없었던 축구협회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고, 제3국 개최라면 선양보다는 오히려 상하이가 낫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FIFA는 애초 5일 중재안을 양국 협회에 통보할 예정이었지만 남북대결이라는 민감함 때문에 고민이 길어졌다. 결국 FIFA는 예정보다 이틀 늦은 7일 상하이에서 경기를 개최한다는 중재 결정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