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남북 현실 놓고 장고 끝 중재

입력 2008.03.07 (20:51)

수정 2008.03.07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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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예선 남북대결이 애초 예정됐던 평양이 아닌 제3국인 중국의 상하이에서 치러지게 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이 같은 결정을 통보받은 7일 "우리 측의 기본적 입장은 충분히 전달했다. 우리 의견이 많이 반영된 중재안이라고 본다"며 FIFA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축구협회 고승환 대외협력국장은 "FIFA와 남북이 정상적인 경기 개최를 위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선의를 갖고 해결점을 찾은 것이다. FIFA가 남북과 협의해 파국을 피하고 좋은 방향으로 중재안을 마련하다 보니 시간이 다소 걸린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제3국 개최는 그 동안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었다.
하지만 이번 개최지 변경을 두고 FIFA가 규정을 어긴 북한의 주장에 끌려간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찮다. 물론 홈 경기 개최권을 박탈당했지만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는 북한은 어떠한 징계도 받지 않고 월드컵 예선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북한은 평양에서 경기를 개최할 때 애국가 대신 아리랑을 연주하고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를 게양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이는 '월드컵 예선 경기장 안에는 양국 국기가 게양되고, 국가가 연주돼야 한다' FIFA 규정 제22조에 반하는 것이다.
FIFA 미디어 담당자도 지난 5일 연합뉴스의 이메일 질의에 "오는 26일 평양에서 열릴 예정인 월드컵 예선전이 최상의 조건에서 개최될 수 있도록 하고, 축구라는 스포츠의 이해를 우선시할 수 있도록 풀어나가려고 한다"고 답했다.
이는 월드컵 예선과 같은 주요 경기에 축구 이외에 정치 논리가 개입되지 않도록 한다는 원칙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이번 결정에서는 남북한의 정치적 현실을 놓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FIFA는 북한에 규정 준수를 요구하고 북한이 이를 거부하면 응당한 징계를 내리면 된다. 하지만 FIFA는 예정된 경기를 원활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중재 요청 후 제3국 개최 결정까지 다소 시간이 걸린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축구협회에 따르면 FIFA는 이 같은 상황이 재발했을 경우의 조치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남북이 나란히 3차 예선을 통과하면 최종예선도 다시 맞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다.
이번 일은 국제 축구계에서 좋지 않은 선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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