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32.요미우리 자이언츠)이 2008년 공식 경기 첫 대포를 베이징올림픽 야구 최종 예선이 열리고 있는 타이완 하늘에 쏘아 올렸다.
국가대표팀 역대 최강 중심타선을 이끌고 있는 이승엽은 8일 타이중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벌어진 최종 예선 2차전 호주전에서 7-1로 앞서던 3회 1사 1,2루에서 크리스 모데이가 던진 135㎞짜리 복판에 몰린 직구를 잡아 당겨 우측 스탠드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스리런포를 작렬시켰다.
지난해 아시아예선전을 치를 때만 해도 경기장 외야는 풀밭이었으나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스탠드가 생겼다. 이승엽이 때린 포물선은 120m는 족히 됨직한 큰 타구였고 착지와 동시에 의자에 부딪히는 둔탁한 음이 구장에 울리면서 '홈런'임을 확실히 알렸다.
전날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1회 우중간 펜스를 직접 때리는 결승 2루타로 타격감을 조율한 그는 이후 세 타석에서는 "힘이 들어간 탓에 범타에 그쳤다"고 실토했다.
그러나 "호주전에 대한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좀 더 집중하겠다. 개인성적보다는 출루해서 찬스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도 다짐했었다. 약속대로 그는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했고 기술과 파워는 군계일학이었다.
지난해 10월 왼손 엄지수술 후 재활훈련을 거쳐 지난달 일본 미야자키현 선마린스타디움에서 열린 소속팀 스프링캠프에서 밀어치기에 주력한 이승엽은 이날 호주전 1회 1사 1루 첫 타석에서 가볍게 밀어 좌전 안타를 만들며 욕심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이승엽 안타는 대량 득점의 도화선이 됐고 대표팀은 1회에만 4점을 뽑아내며 승기를 잡았다.
2회에는 이승엽 특유의 기술이 빛나는 타격이 나왔다. 1사 1,2루에 들어선 이승엽은 볼 카운트 2-2에서 시속 119㎞짜리 변화구를 손목으로 가볍게 꺾어 우익수 쪽 2루타로 타점을 올렸다.
모데이는 100㎞대 초반 느린 커브와 130㎞대 중반 직구로 완급조절을 해가며 타자를 상대했는데 이승엽은 직구를 노리다 갑자기 변화구가 들어오자 당황하지 않고 손목만으로 우익수 옆쪽으로 뻗어가는 안타를 생산했다.
3회에 터진 홈런은 전 타석에서 모데이가 변화구를 얻어맞자 직구를 던질 줄 알고 미리 준비했다가 맘껏 휘두른 아치였다. 처음 상대하는 투수임에도 노림수를 읽는 이승엽의 지능적인 플레이가 돋보였다.
일본프로야구 시범 경기 대신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을 베이징으로 이끌기를 선택한 이승엽은 공식 경기에서 결정적인 홈런을 기분 좋게 터뜨리면서 올해 맹활약을 예고했다.
3루타 빠진 사이클링히트를 기록한 이승엽은 4회 수비부터 김주찬으로 교체됐다. 두 경기에서 이승엽이 올린 타율은 0.571(7타수4안타)에 타점은 다섯 개다.
이승엽은 경기 후 "컨디션은 어제와 똑같았다. 항상 경기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홈런은 운좋게 터져나온 것 같다. 내일 멕시코를 이기면 본선 티켓은 50% 확보했다고 볼 수 있기에 오늘 대승은 잊고 첫 게임을 준비한다는 생각으로 나서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회 손목만 꺾어 친 2루타에 대해 "직구를 노렸는데 변화구가 들어와 손목으로 돌렸다. 야구 하면서 일본에서 그렇게 한 번 때리고 오늘 두 번째로 한 것 같은데 상황에 맞는 배팅을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