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과학 만남, “인간 한계를 넘어라”

입력 2008.04.27 (15:13)

수정 2008.04.2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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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27일 오전 수영 대표팀이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말레이시아 샤알람의 한 수영장.

전날 밤 늦게 팀에 합류한 박태환(19.단국대)에게 노민상 대표팀 총감독이 처음 지시한 것은 ‘스텝테스트’였다.
스텝테스트란 자유형 200m를 6분 주기로 7회 실시하고 각 회마다 맥박을 재 몸상태를 점검하는 것.

처음 1회에는 자신의 최고기록인 1분46초73의 70% 수준인 2분18초15에 골인했다.
6분까지 쉬고 난 뒤 2회 째는 5%가 늘어난 2분13초41에 200m를 헤엄을 쳐야 하는 등 회수가 증가할 때마다 스피디를 5%씩 늘려 마지막 7회에는 100%인 자신의 최고 기록에 들어와야 한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운동량도 쌓이기 때문에 맥박도 가빠질 수 밖에 없다. 훈련을 겸해 실시하는 이 테스트는 선수의 현재 몸 상태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 그동안 훈련을 제대로 했는지 알 수 있고, 향후 훈련방향도 잡을 수 있다.
아니나다를까 2월 한 달 동안 각종 행사에 불려다니느라 훈련을 거의 하지 않았던 박태환은 5회째에 맥박 수가 1분에 최대인 180여개를 넘기며 지쳐버렸다. 6회나 7회 째는 목표 기록에 접근하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
노민상 감독은 "지구력이 떨어졌다는 증거였다. 7회까지 가지 못하고 5회에서 뻗어버린 것은 곧 단거리 선수의 페이스였다. 이후 태환이의 훈련을 지구력 단련에 집중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노민상 감독은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의 협조를 받아 영법, 유연성과 기초체력 등을 모두 측정해 박태환의 몸 전체를 과학적으로 수치화시켰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박태환의 몸 상태가 최상이었던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직전 데이터와 비교하며 훈련 프로그램을 짠 노 감독은 결국 지난 17-21일 울산에서 열린 동아수영대회 자유형 400m, 200m에서 박태환이 연거푸 아시아신기록을 수립하는 것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태릉에서도 가장 많은 양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소문난 여자핸드볼대표팀도 무작정 뛰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테네올림픽을 앞둔 2003년 임영철 감독은 한.일월드컵 당시 거스 히딩크 축구대표팀 감독이 사용하던 파워트레이닝프로그램을 응용한 ’퀵퀵테스트’를 개발해 훈련에 접목시켰고, 체력을 키운 태극낭자는 금메달보다 값진 은메달의 감동을 선사했다.
신장이 크고 힘이 센 유럽 선수를 상대하기 위해 스피드 지구력을 키우는 이 테스트는 베이징을 앞두고도 그대로 쓰이고 있다.
퀵퀵테스트는 10m 셔틀런을 10분 이상 실시하고 실전 경기를 20분 더 뛴 뒤 젖산을 검사하는 방법인데 핸드볼이 축구에 비해 더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셔틀런 외에 실전을 뛰는 것을 추가했다.
극한까지 몸을 내몰기 때문에 아테네 직전 훈련에서는 탈진하는 선수들도 여러 명 나왔고, 아예 구급차를 대기시켜 놓는 경우도 있었다.
이 방법은 과학적으로도 효과가 입증됐다. 임영철 감독과 함께 젖산 체크 및 데이터 산출을 하고 있는 윤성원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과연 이 테스트가 스피드지구력을 키울 수 있는지 신뢰도를 측정해봤더니 0.84가 나왔다. 신뢰도가 1이면 똑같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상당히 높은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영이나 핸드볼 뿐 만 아니라 태릉선수촌에서는 스포츠과학을 현장에 접목시켜 선수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상대 선수를 집중 분석해 경기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스포츠가 곧 과학이 된 것이다.
올림픽을 앞두고 과학이 응용되는 것은 훈련만이 아니다. 각종 스포츠 용품 업체들도 올림픽을 겨냥해 혁신적인 과학 기술을 접목시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제품을 개발했다.
대표적인 것이 수영용품 브랜드 스피도가 새로 개발한 수영복 ’레이저 레이서(LZR Racer)’.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함께 개발해 지난 2월 출시된 이 수영복은 물 뿐만 아니라 피부 마찰력까지 급격히 줄여 저항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5% 정도의 기록 단축 효과가 있다고 스피도 측은 설명하고 있다.
수영복 개발 직후 효과 검증 실험에 참여했던 미국의 ’수영 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몸이 로켓처럼 빨라지는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을 정도였다.
실제로 이 수영복을 입은 선수들이 두 달 사이 30개 이상의 세계신기록을 수립했다.
그 결과 이 수영복은 8년 전 시드니올림픽을 앞두고 전신수영복이 처음 수영계에 선을 보이면서 뜨거운 논란을 일으켰던 것처럼 핫 이슈로 부각됐다.
특히 기록의 주인공이 최정상급 선수가 아닌 중상위권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스피도의 경쟁 업체들은 새 수영복이 곧 ’기술적인 도핑’이라고 주장하며 착용을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결국 국제수영연맹(FINA)은 규정에 어긋난 것이 없다며 착용을 허용했다.
유명 스포츠용품업체인 나이키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첨단제품을 엄청나게 쏟아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프리쿨 베스트(Freecool Vest)’라 불리는 얼음조끼다. 베이징의 후텁지근한 날씨를 고려해 만든 이 조끼는 얼음이 들어가 선수들의 체온을 서늘하게 유지시켜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가볍지만 강도가 높은 실인 플라이와이어, 초경량 신발 쿠션인 ’루나 폼’ 등 혁신 과학이 가미된 재료를 이용해 육상 뿐 아니라 테니스, 농구, 양궁 등 종목마다 특성에 맞는 신발을 개발해 출시했다.
나이키와 함께 세계적인 스포츠브랜드인 아디다스도 뒤지지 않는다. 아디다스는 압박 섬유가 적용된 경기복 ‘테크핏(TechFit)’을 선보였다.
아디다스는 운동능력과 통기성, 편안함을 극대화시키고 솔기가 없어 피부 마찰로 인한 부상을 최소화한 테크핏 경기복을 선수들이 입고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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