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리사 선수촌장, “애절한 응원 부탁”

입력 2008.04.27 (15:13)

수정 2008.04.2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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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올림픽을 즐겁게 보시지만 마시고 우리 선수들에게 애절한 마음으로 응원을 보내 주십시오. 그러면 그 정성이 전달돼 우리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낼 것입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 개막을 100여일 앞두고 국가대표선수들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있는 이에리사 태릉선수촌장을 만났다.
2005년에 사상 첫 여성 선수촌장에 오른 탁구 선수 출신 이에리사 촌장은 가장 큰 대회인 하계올림픽을 치러야 하는 중책을 맡았지만 의외로 담담했다.
워낙 오랫동안 승부의 현장에서 있었던 탓일까. "올림픽이라고 특별한 것은 없다"는 이 촌장은 "선수들에게도 베이징이 종착역이 아니다. 선수들이 후회 없는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촌장으로부터 올림픽 준비 상황과 성적 전망에 대해 들어 봤다.
--올림픽이 다가오면서 더 바빠질 것 같다.
▲사실 일과라는 것이 매일 똑같다. 워낙 승부의 현장에서 오래 생활했었기 때문에 특별히 달라진 것을 느끼지 못한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처럼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고 외부 방문객이 많아진다는 것 정도다. 지난 달부터 올림픽 쿼터를 따내는 종목들이 늘어나고 있다.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원하는 대로 전지훈련 계획이나, 연습 파트너를 구하는 계획에 대해 올림픽이 끝난 뒤 어려움이 있더라도 후회 없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있다.
--선수 지원 예산은 충분한가.
▲예산은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2005년 105일이었던 훈련일수가 180일로 늘었다. 훈련비가 하루에 1억원이 드는데 75억원이 늘어난 셈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선택과 집중으로 훈련 일수가 적게 지원되는 종목도 있다. 잘 하는 종목만 지원해서는 안된다. 비인기 종목도 지원해야 하는데 못하고 있다. 골고루 분배되는 체제가 돼야 한다. 그래야 전체 한국 스포츠가 발전한다. 태릉선수촌 시설도 낙후돼 있었지만 개선하고 있는 과정이다. 프로나 실업팀은 여건이 좋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유능한 외국인 코치를 영입하고 지도자들의 수당을 현실화 하는데 죽을 힘을 다해 노력했다.
--선수촌 문제로 문화재청과 갈등을 빚었는데.
▲시위 같은 것도 했는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현재 태릉선수촌은 3년간 무상 임대로 돼 있어 3년이 지나면 또 허가를 받아야 한다. 선수촌을 1966년에 개촌했는데 우리가 문화재를 훼손했나? 우리도 대한민국을 세계에 널리 알린 살아있는 문화재다. 이곳에서 최선을 다해 국위를 선양했다. 다른 문화재에 비해 역사적 가치가 떨어질지는 몰라도 국가를 알리고 국민에게 자부심을 주는 역할을 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도 얘기했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이사가라, 못 간다는 논란이 반복됐다. 태릉선수촌도 40년이 넘었다.
--베이징올림픽 10위 내 입상을 목표로 세웠다.
▲선수들이 하루 훈련 계획을 세울 때는 힘든 목표, 불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훈련한다. 할 수 있기에 목표를 세우는 것이 아니다. 체육인의 자존심, 한국의 위상을 지켜야 되는 목표가 10위 이내 입상이다. 그래서 사수해야 한다.
--구체적인 메달 전략은.
▲상대적인 전력을 놓고 분석할 때 금메달 10개는 나와 줘야 한다. 양궁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메달권에) 쉽게 들어가느냐 어렵게 들어가느냐가 중요하다. 양궁월드컵을 보니까 상대팀 전력이 매우 좋더라. 양궁에서 싹쓸이 얘기도 나오지만 다 따내기는 어렵지 않겠나. 태권도가 최악 상태로 몰고 갈 수도 있다. 수영 박태환이나 역도 장미란도 메달 가능성은 반반이다.
--목표에 미치지 못할 불안한 종목도 있는 것 같다.
▲금메달 1개를 목표로 세운 레슬링과 유도를 제외한 모든 종목이 유동적이다. 사상 최고의 전력이라는 여자 펜싱 플뢰레에서 단체전 티켓을 못 딴 것은 충격이었다. 개인전만 나가게 됐는데 단체전도 함께 뛰어야 몸도 풀리고 경기 감각이 살아난다. 그래서 이변이 나와야 하는데 사격에 기대를 걸고 있다. 사격은 선수들의 체격이나 체력에 크게 좌우되지 않는 종목이다. 사격에서 선전을 해 준다면 목표 달성은 무난하다.
--중국의 편파 판정이나 대기오염 우려가 나오는데.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우리에게 홈그라운드 이점이 있었다. 중국도 그렇다. 하지만 이것 또한 경기력의 한 부문일 뿐이다. 경기력에는 환경, 운, 심판, 응원의 문제가 포함된다. 올림픽에는 실력 있는 선수들만 나온다. 그런 얘기 하면 안된다. 당연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환경 오염문제 등도 나오는데 건드려서는 안될 문제다. 그것은 국제 매너다. 우리만 느끼는 것 아니다. 천재지변으로 감수해야 할 문제도 있지만 경기장에서 불시에 일어날 수 있는 사고에 대처하지 못해 우리 선수가 피해를 보지 않도록 경기장에 인원 배치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다. 현지 상황은 대사관 등을 통해 준비해야 할 상황을 체크하고 있다. 얼마 전 감독들도 중국에 다녀와 기후 등을 파악했다.
--문화부와 체육회 갈등 등 경기 외적 문제도 있는데.
▲내가 해야 할 일은 문화부, 체육회 다 떠나 선수들이 4년간 노력한 결과가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선수들을 보호하고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다. 이 대답으로 대신하겠다.
--이번 대회에 남다른 감회가 있다면.
▲선수촌장으로서는 하계올림픽을 처음 치르게 된다. 과정이 중요하다. 베이징이라 특별한 것은 없다. 올림픽이 4년 마다 열리는데 언제나 큰 기대와 보상이 걸려 있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싶다. 베이징이 종착역은 아니다. 결과에는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다. 내가 나갈 때 떳떳하게 나가고 싶다. 고생한 후배들이 잘 됐으면 좋겠다. 사기 진작을 위해 베이징에서 가서 뭘 좀 챙겨줘야 되나 고민하고 있다.
--올림픽에 기대를 걸고 있는 국민에게 한 말씀.
▲우리 선수들이 베이징올림픽에서 잘 할 것이다. 확신을 가지고 지켜봐 주시면 정성과 용기, 신념이 선수들에게 전달된다. 올림픽을 즐겁게 보시지만 말고 애절한 마음으로 응원해 달라. 또한 매번 하는 얘기지만 메달을 못 딴 선수들을 격려할 수 있는 말 한마디에 관심을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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