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1,000선이 무너지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심한 충격입니다"
24일 설마 했던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지자 투자자들은 말을 잃은 채 극도의 절망과 공포에 휩싸였다.
주가가 급락할 때마다 이제는 바닥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에 실낱같은 기대를 걸었지만 코스피지수가 4자리 수에서 3자리 수로 꺼지자 패닉 상태에 빠진 것이다.
이날 오전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진 직후 여의도 D증권사 객장에는 10명 안팎의 투자자들이 넋을 잃은 채 벽에 걸린 주식 시세판만 바라보고 있었다. 온통 파란색으로 변한 시세판이 투자자들의 공포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대부분 증권사 객장에는 투자자들의 발길이 뚝 끊어져 쥐죽은 듯이 조용했지만 투자자들의 탄식 소리가 가끔 들리기도 했다.
객장을 찾은 40대 후반의 한 남성은 "투자금이 3분의 1토막 났다"며 "설마 설마 했는데 코스피지수 1,000선이 무너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며 한탄했다.
그는 "10일 전에만 주식을 팔았어도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며 "전문가들의 말만 믿고 보유했는데 이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주가가 연일 폭락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기다리는 게 능사가 아니다"는 인식도 확산하고 있다.
상당수 투자자는 주가 폭락을 바라보며 여전히 속만 태우고 있지만 코스피 1,000선 지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일부에서는 "이제 더는 못 참겠다"며 보유주식을 팔아달라는 주문이 나오고 있다.
펀드 투자자 가운데 거치식 해외펀드를 환매하거나 적립식 펀드의 적립을 중단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모 증권사 영업점 직원은 "적립식 펀드계좌로 들어가는 자동이체를 끊어버리는 고객들이 나오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시장을 전혀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증권정보사이트인 팍스넷에도 "미친 세상", "주식이 나를 가지고 논다" "항복문서" 등 코스피지수 1,000선 붕괴에 대한 누리꾼들의 절망 목소리가 들끓었다.
한 네티즌은 '탐으로 인한 절망감'이라는 글에서 "외국유학을 위해 모은 5천만 원과 대출 등을 통해 총 1억 원을 투자했다가 주가폭락으로 반대매매를 당해 이제 손에 쥔 돈은 200만 원에 불과하다. 꿈꿔왔던 유학이 물거품이 됐고, 집에서는 밥만 축내는 자식으로 변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