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고양, 잔디 상태에 ‘희비 교차’

입력 2008.11.05 (22:34)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실업축구 고양 국민은행이 그라운드 사정에서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5일 오후 FA컵 축구선수권대회 8강 전북-고양 경기가 열린 고양종합운동장.
전·후반을 1-1로 끝낸 양팀은 결국 승부를 가리기 위해 잔인한 룰렛 게임인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전북은 본부석 오른쪽 골대에서 시작한 승부차기에서 첫 번째 키커 조재진이 가볍게 골에 성공했고 고양의 첫 번째 키커 김재구의 슛은 크로스바를 훌쩍 넘겼다.
김재구의 슛이 어이없이 허공을 가르자 홈 관중석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나왔다.
그러나 전북의 기쁨도 잠시.
전북 2-2 동점 상황에서 네 번째, 다섯 번째 키커로 나선 최태욱과 알렉스가 김재구와 비슷한 슛을 잇달아 쏘면서 전세가 뒤집혔다.
반면 고양은 다섯 번째 키커 류병훈이 오른발 슛으로 정확하게 오른쪽 상단 골망을 세차게 흔들어 3-2 역전승에 성공했다.
하늘을 향해 날아간 어이 없는 페널티킥은 이번 승부차기에서 전북과 고양 두 팀이 두 차례씩 모두 네 차례 나왔다. 여기에 전북의 루이스의 슛은 오른쪽 포스트를 한참 빗나갔다.
결국 전북, 고양 골키퍼가 막아낸 슛은 단 하나도 없이 고양은 세 명의 키커가 골을 넣어 두 명의 키커가 골을 성공한 전북을 한 점 차로 이겼다.
이처럼 볼이 엉뚱한 방향으로 나간 슛이 많은 이유에는 움푹 파인 잔디 영향이 컸다.
이 때문에 키커가 승부차기에서 강하게 발을 내디디고 차면 공이 하늘을 향해 나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고양 선수단은 털어놨다.
고양의 공격수 황연석은 "우리 팀이 이곳에서 운동을 많이 하면서 잔디가 파여 있는 곳이 많다"면서 "그래서 승부차기에서 발을 내디딜 때 힘 조절을 잘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훈련이 끝나고 나서 10분씩 승부차기를 연습했고 우리는 홈 경기장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면서 잔디 상태가 고양에 유리하게 작용한 점을 시인했다.
고양 골키퍼 김병곤도 "땅이 움푹 파여 공을 차면 하늘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우리도 그런 걸 알면서도 페널티킥을 실축하기도 했다. 그라운드 사정이 안 좋아 실책이 많을 수밖에 없다"고 이를 뒷받침했다.
이우형 고양 감독은 "극적인 승부였다. 전북에 미안한 마음도 없진 않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승부차기는 사흘 연습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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