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버린’ KBO, 프로야구 근간 흔들

입력 2008.11.19 (15:59)

수정 2008.11.19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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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를 관장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무능한 행정력이 장원삼 트레이드 사태로 최정점에 이르렀다.
8개 구단 이해당사자의 첨예한 갈등을 중재해야 할 KBO 수뇌부가 조정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면서 프로야구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KBO는 아무도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무섭고 암담한 현실을 받아들여야 할 판이다.
추락하는 KBO의 중심에는 신상우 총재가 있다. 7선 의원의 관록은 찾아볼 수 없고 '정치의 꽃'이라는 협상력마저 바닥을 드러냈다.
히어로즈가 현금 30억원을 받고 에이스 장원삼을 삼성에 팔겠다고 14일 트레이드를 발표한 뒤 KBO는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아시아시리즈 참관차 일본에 갔던 하일성 사무총장과 이상일 총괄본부장은 이날 모두 귀국, 대책회의에 몰두했다.
그러나 다음 날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자 KBO는 트레이드 최종 승인권이 있는 신상우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17일 2차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도 신 총재는 결정을 못 내렸고 19일 각 구단 사장들을 소집, 의견을 들어보기로 했다.
선수 트레이드는 각 구단이 결정하고 KBO가 원칙대로 최종 승인만 내리면 되는 사안이다. 이사회를 열 만한 안건도 아니었다.
애초 트레이드를 반대해 온 6개 구단 사장은 이사회에서 종전 태도를 고수했고 삼성과 히어로즈 사장만이 승인을 요구했다. 6개 구단은 내년 시즌 삼성전 보이콧을 주장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견지했다.
신상우 총재는 장원삼 트레이드가 중재자로서 각 구단을 진정시킬만한 사안이 아니라는 점을 비로소 확인한 것이었다.
KBO로부터 폭발 직전의 폭탄을 넘겨받은 각 구단 사장들은 "총재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이사회 시작 두 시간 만에 자리를 떴고 다시 KBO에 공을 떠넘겼다. 이익집단의 최고 경영자들은 난파선에 힘을 보탤 바보가 아니었다.
고민에 휩싸인 신상우 총재는 이미 트레이드 불가 뜻을 제시한 KBO 수뇌진과 세 시간 가까운 회의를 벌였지만 이 자리에서도 선택을 내리지 못했다.
신 총재는 이날 "생각할 시간을 달라"며 트레이드 유보를 선언했다. KBO 실무진은 20일 오후 2시까지 총재가 확실한 뜻을 밝힐 것이라고 전했으나 신 총재의 장고는 더욱 길어질 수도 있다.
원칙대로 처리하면 간단하게 끝난다. KBO가 히어로즈에게 내건 '5년간 구단 매각 금지 및 트레이드시 KBO 사전 승인' 조건을 삼성과 히어로즈가 어겼다면 이를 원상복구하면 된다.
신상우 총재가 부산상고 선후배 관계인 김응용 삼성 사장과 인연에 번민한다면 원칙은 신기루에 불과할 것이다.
이번 결정은 한국야구의 얼굴이라는 KBO의 위상과 결부된 중대사안이기에 신상우 총재의 판단에 모든 이의 관심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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