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유영구 재추대’ 대안이 없어!

입력 2009.02.09 (16:20)

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단이 9일 '버린 카드'로 여겼던 유영구(63)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한국야구위원회(KBO) 차기 총재로 재추대한 것은 '대안 부재론'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KBO 총재 자리는 신상우 전 총재가 지난해 12월16일 사퇴의사를 밝힌 뒤 2개월이 넘도록 비어 있다.
다음 달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물론 시즌 준비에도 적지 않은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총재 자리를 비워둘 수 없다는 압박을 사장단은 받아왔다.
그동안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총재감 물색에 손을 놓고 있던 사장단은 정부가 '알아서 하라'는 사인을 내자 부랴부랴 '구단주 총재'를 대안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유력하게 거론됐던 구단주가 "총재를 맡지 않겠다"고 고사하자 시간에 쫓긴 사장단은 유영구 이사장을 재추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분석이다.
A안이 무산되자 B안을 채택한 꼴이다.
유영구 이사장은 이미 지난해 12월16일 사장단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차지 총재로 추대됐기에 검증과정을 생략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 본인이 총재를 맡고 싶다는 강한 의욕을 직, 간접적으로 사장단에 피력한 것도 재추대에 힘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관례이던 '이사회 추대= 총재 선출' 공식이 이번에는 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장단이 이례적으로 '조건'을 달아 유영구 이사장을 총재를 선출하는 최고의결기구인 총회에 추천하겠다는 뜻을 밝혔기 때문이다.
조건은 '급료를 받지 않는 명예직 총재가 되어 달라'는 것과 '면접을 통해 비전과 조건을 확인하겠다'는 두가지이다.
면접 결과에 따라 사장단은 추대를 철회할 가능성도 열어 놓은 셈이다.
이는 프로야구 '수장'을 '모신다'는 개념과 너무나 동떨어진 것이다.
1982년 출범한 이후 10명의 총재가 거쳐갔지만 구단주와 동급 이상의 중량급 인사들이라 정중히 모셔오는 형식을 갖췄다.
1억8천만원의 연봉과 월 1천만원의 업무추진비, 운전기사가 딸린 고급 승용차 등 대기업 최고경영자급 예우를 해줬다. 이런 특급 대우는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능력과 경륜을 발휘해달라는 주문이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버드 셀릭 커미셔너에게 웬만한 스타 선수들보다 많은 1천750만달러(약 240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연봉을 지급한다.
급료도 안주고 면접까지 봐서 결정하겠다는 것은 한국프로야구를 관장하는 총책임자로서 리그 활성화와 수익 증대 뿐 아니라 구단 간의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총재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혀질 수 있다.
이에 앞서 KBO는 신상우 전 총재 재임시 예산편성권한을 8개 구단으로 넘겼다.
KBO 예산권이 8개구단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사장단의 의도대로 총재의 권위마저 추락한다면 프로야구를 이끄는 수장이 아니라 사장단이나 구단주들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2개월 동안 공백 끝에 새로운 총재를 영입하면서 KBO는 실무에서 배제하고 권위마저 인정하지 않는 순수 명예직 총재 제도를 도입을 시도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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