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 ‘집념의 오뚝이’ 골프 인생

입력 2009.03.09 (08:00)

수정 2009.03.09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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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혼다 클래식에서 우승을 차지한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은 그동안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온 '집념의 인생'이라 부를 만하다.
2004년 일본프로골프에 진출해 첫해 2승 등 통산 4승을 거둔 양용은은 2006년 11월 유럽프로골프투어 HSBC 챔피언스에서 우승하면서 화려한 조명을 받는 듯했다.
당시 6개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거칠 것이 없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7연승을 저지한 선수로 세계 골프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
여세를 몰아 12월에 열린 PGA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한 양용은은 그러나 부진한 성적 끝에 스코어 카드 오기로 실격하며 세계의 높은 벽에 부닥치고 말았다.
2005년 Q스쿨에서도 낙방한 데 이어 2년 연속 PGA 투어 카드 획득에 실패하자 주위에서는 HSBC 대회 우승도 '어쩌다 한 번'으로 치부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미국 진출은 언감생심이니 한국, 일본을 왔다갔다하면서 활약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조언도 많았다.
현실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희박한 미국 무대에서 뛰기에는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HSBC 대회 우승 등으로 쌓은 랭킹을 바탕으로 2007년에 PGA 투어 9개 대회에 출전했지만 마스터스 공동 30위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1년간 PGA 투어에서 모은 상금이 5만3천달러에 불과해 웬만한 월급쟁이 수준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2007년 12월에 다시 Q스쿨에 도전장을 던진 양용은은 공동 6위로 합격증을 받아들어 다시 한 번 가능성을 엿보는 듯했다.
2008년부터는 정회원 자격으로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의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좌절감이 대부분이었다.
2월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대회에서 공동 9위에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10위권 내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상금 랭킹 157위로 밀려 다시 퀄리파잉 스쿨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한국과 일본을 거쳐 미국까지 입성한 행보가 비슷한 최경주의 성공을 재연하겠다던 각오는 간데없이 다시 미국에서 뛸 수 있을지가 걱정인 판이었다.
지난해 12월 열린 Q스쿨에서 공동 18위를 차지해 상위 25명에 주어지는 풀시드권을 사실상 막차로 얻은 양용은으로서는 올해가 마지막 기회였다.
올해도 지난해처럼 상금 랭킹에서 하위권을 전전한다면 더 이상 미국 무대에서 활약하는 의미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출발은 역시 좋지 않았다. 시즌 두 번째 대회였던 소니오픈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놓고 기권자가 나오기를 기다리다 결국 발길을 돌려야 했을 정도로 전망은 어둡기만 했다.
그러나 양용은은 AT&T 페블비치 내셔널 프로암 대회에서 공동 22위, 마야코바 클래식 공동 20위로 조금씩 감각을 끌어올리더니 역시 대기자 명단에서 출전 기회를 잡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06년 HSBC 우승 이후 다시 한 번 '인생 역전타'를 날린 셈이 됐다.
제주 출신으로 비교적 쉽지 않은 골프 인생을 살아온 탓에 '야생마'로도 불리는 양용은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2008년 한 해에 번 상금 46만 달러의 2배가 넘는 99만 달러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양용은에게 상금보다 더 값진 것은 언제나 초조하기 마련인 대기자의 설움을 훌훌 벗어던졌고 '너는 안된다'던 눈총을 더 이상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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