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 ‘비상식적 인사’ 씁쓸한 결말

입력 2009.03.11 (15:04)

수정 2009.03.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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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의 `비상식적 인사'가 결국 씁쓸한 결말로 끝났다.
흥국생명의 이승현 감독은 11일 스스로 지휘봉을 내려놨다. 구단에 따르면 이 감독은 8일 GS칼텍스전 패배 직후부터 성적 부진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로 사의를 표명했고, 구단의 만류에도 뜻을 접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단은 결국 이날 한국배구연맹(KOVO)에 어창선 수석코치를 감독대행으로 등록했다.
이 감독은 이로써 지난해 12월30일 구단에 의해 갑자기 경질된 황현주 전 감독에 이어 사령탑에 오른 지 70여일 만에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프로배구 사상 최단명 감독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번 사태는 애초부터 정도(正道)가 아니었다. 한창 1위를 달리던 팀의 감독을 경질한 이유로 구단은 ▲부상 선수 기용을 둘러싼 황현주 감독과 구단의 갈등 ▲승부에만 집착하는 배구로 실추된 구단 이미지 ▲장기레이스 뒤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우승을 일굴 수 없는 지도방식 등을 들었지만 `해고'를 정당화하는 이유로는 옹색했다.
선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인데다 2006-2007 시즌 우승을 통해 지도력을 입증했으며 배구단을 통해 가장 이미지가 상승한 구단이나 모기업은 흥국생명이라는 것을 자타가 인정하기 때문이다.
황 감독도 구단의 경질 사유에 대해 한 가지라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다.
`얼떨결'에 프로구단 사령탑을 맡은 이승현 감독도 어찌 보면 피해자다.
구단측은 "온화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소유자로 1995년부터 세화여고를 맡아 학생 배구단의 모범을 보여왔다"며 기대감을 내비쳤지만 프로 경험이 전무한 이 감독이 `카리스마'로 스타 선수들을 다잡았던 황 전 감독의 리더십을 단기간에 따라가기는 무리였다.
4연패 기간 김연경, 이효희 등 주전 선수들은 노골적으로 경기 중에도 짜증을 드러냈지만 이 감독은 제대로 통제도 못한 채 얼굴만 벌겋게 달아올랐다.
`동네북' 신세가 된 뒤 대책을 묻는 기자들에게 "나도 답답하다. 방법이 있으면 좀 알려달라"라고 하소연하는 이 감독의 모습은 개인의 능력을 떠나 팀을 맡을 준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었다.
구단 고위층의 경솔한 결정으로 `흥국생명호'는 조용한 바다 위를 미끄러지다 갑작스럽게 소용돌이에 휘말려 결국 좌초하기 일보 직전의 위기에 처했다.
상식적이고 이성적인 결정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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