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철 의혹’ 쟁점별 조사단 판단

입력 2009.03.16 (16:02)

수정 2009.03.16 (16:49)

신영철 대법관의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조사해온 대법원 진상조사단은 16일 신 대법관이 서울중앙지법원장 시절 재판과정과 내용에 "사실상 관여했다"는 결론을 냈다.
조사단은 또 "촛불사건 배당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되지 못해 사법행정권의 남용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각 의혹이나 쟁점에 대한 대법원 진상조사단의 판단이다.
◇ 촛불재판 진행에 관여했나 = 신 대법관은 촛불사건을 맡은 형사단독 판사들을 모은 회의석상이나 이들에게 수차례 보낸 이메일을 통해 재판 진행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조사 결과 신 대법관은 지난해 10월13일 사건을 담당한 형사단독 A판사와 "시국이 어수선할 수 있으니 피고인의 보석을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취지의 휴대전화 통화를 한 것을 시작으로 재판 진행에 개입했다.
조사단은 "재판 내용에 관여한 것으로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같은 날 형사단독 판사 14명이 참석한 회의를 열었는데 참석자들은 이번 조사에서 "신 대법관이 위헌제청이 있다고 해 재판 진행을 하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대체로 일치된 진술을 했다.
신 대법관은 회의 이튿날인 10월14일, 11월6일, 11월24일 세 차례 촛불사건을 맡은 형사단독 판사들에게 "현행법에 따라 통상적 방법으로 재판을 진행하라"는 취지의 이메일을 보냈다.
조사단은 이 회의와 이메일 발송에 대해 "`소신껏 재판하라'는 취지로 이해됐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문맥상 재판 진행을 독촉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이메일을 반복적으로 보냈고 실제 그런 취지로 이해한 판사들이 일부 있었던 점을 종합해 볼 때 재판 진행에도 관여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촛불재판을 맡았던 법원장으로서 사법행정 감독권자의 통상적인 직무감독의 범위를 벗어나 법관의 독립을 해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 촛불사건 배당 공정했나 = 신 대법관이 서울지방법원장 재직시 형사단독 사건으로 접수된 촛불사건은 106건으로, 62건은 일반 전산방식으로 무작위 배당됐다.
그러나 25건은 일부 재판부로 범위를 제한해 전산으로 무작위로 배당됐고 나머지 19건은 재판부를 특정하는 방식으로 배당됐다.
이는 초기 부장판사 1명에게 집중 배당되자 지난해 7월16일 배당에 문제가 있다는 형사단독 판사들의 이의제기를 받아들여 배당 방식을 변경했기 때문.
허만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는 조사에서 단독판사들의 경력, 사건 부담의 불균형, 직무상 언론 접촉이 잦은 판사에 대한 배려로 지정배당을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허 부장판사 자신도 "일부 사건은 배당기준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못했다"고 시인했고 일부 사건을 특정 재판부로 지정배당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지 못했다고 조사단은 밝혔다.
조사단은 객관적으로도 같은 유형의 사건을 배당하는 기준이 수차례 바뀌는 등 재판부 지정 기준이 모호하고 일관성이 없으며 신 대법관 등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사법행정권을 남용했다고 볼 소지가 있다고 결론 냈다.
배당 주관자의 임의성이 배제되는 방법으로 해야 한다는 예규(1조, 18조1항)의 취지를 벗어난다고 조사단이 결론을 낸 근거다.
◇ 단독 판사 압박받았나 = 신 대법관이 단독 판사들에게 수차례 이메일을 보낸데 대해 일부 단독 판사들은 심리적인 부담을 느꼈다고 진술했다.
조사단이 문제의 소지가 있었다고 판단한 이메일은 `항소부도 위헌 여부 등을 고려할 것이므로 구속사건이든 불구속사건이든 적당한 절차에 따라 통상적으로 처리하라'(11월6일), `피고인이 조문의 위헌여부를 다투지 않고 결과가 신병과도 관계없다면 통상적인 방법으로 현행법에 따라 결론을 내려달라'(11월24일)는 것 등이다.
특히 해당 이메일은 위헌 여부와 상관없이 우선적으로 재판을 진행하라는 취지로 이해됐고 신 대법관이 회의나 메일 등을 통해 같은 내용을 반복했기 때문에 단독 판사들이 압력으로 느꼈을 수도 있다고 조사단은 전했다.
조사단은 그럼에도 이메일 발송이 재판 진행이나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실제 영향을 받은 사례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신 대법관이 2008년 9월16일∼2009년 1월30일 판사들에게 보낸 이메일 469건과 일부 판사들의 메일함에 남아있는 이메일 16건을 분석한 결과, 문제가 될 만한 다른 이메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 다른 사건에도 관여했나 = 일각에서 신 대법관과 허 당시 형사수석부장이 담당 재판부에게 국가보안법 사건 등 시국사건의 선고를 연기하라고 요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조사단은 이는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 1월9일 퇴직 예정이던 담당 판사가 선고 여부에 대해 수석부장에게 조언을 구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또 집시법과 전기통신기본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 이후 형사 단독 판사들에게 위헌제청을 자제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재판 관여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단독판사들의 모임 성격이나 발언 경위 등에 비춰 개인적 의견 표명 수준이라는 것이다.
◇ 촛불사건 즉결심판 양형에 개입했나 = 신 대법관과 허 전 수석부장판사는 촛불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즉결심판에 회부된 피고인에게 벌금보다 형량이 센 구류형을 선고하라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받았다.
조사단은 그러나 이들이 구체적으로 구류형을 선고하라고 지시하거나 요구한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선고유예는 적절치 않다거나 벌금을 내게 하는 게 어떠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진술이 있었으나 이는 적정한 양형을 도모하라는 일반적인 수준의 발언이라는 것이다.
조사단은 또 촛불사건 당사자의 영장을 기각할 때 기각사유를 `범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로 쓰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이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지난해 7월13일 담당 판사와 공보관이 뇌물사건 영장기각 사유에 대해 의견을 나눈 적이 있는데 와전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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