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서면질의서, 어떤 내용 담았나?

입력 2009.04.22 (18:48)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22일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에 앞서 보낸 서면질의서에 어떤 내용이 담겼는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서면조사를 통해 먼저 필요한 쟁점을 정리한 뒤 노 전 대통령을 소환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서면질의서는 모두 7쪽 분량으로, 그동안 제기된 의혹들에 관한 질문이 폭넓게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주말쯤 답변서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청와대 공금 횡령, 몰랐나요(?) =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2005년부터 2007년 7월 사이 6차례에 걸쳐 대통령 특수활동비 12억5천만원을 빼돌려 지인 2명의 차명계좌에 보관했다.
그는 검찰 조사에서 퇴임 후 노 전 대통령에게 이 돈을 전달하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 전 대통령과의 관련성은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21일 자신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노 전 대통령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고 문재인 변호사 역시 "노 전 대통령이 알 리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그러나 비자금이 수차례에 걸쳐 뭉칫돈으로 만들어졌고 일부만 지출됐을 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점으로 미뤄 노 전 대통령이 조성 과정에 묵시ㆍ명시적으로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게다가 노 전 대통령의 `분신'과 다름없는 정 전 비서관이 보고도 하지 않은 채 `주인'의 통치자금을 함부로 건드렸다는 사실도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서면질의서에는 정 전 비서관이 대통령 특수활동비에서 12억5천만원을 빼돌린 것을 노 전 대통령이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이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600만 달러'의 주인은 당신인가요(?) = 검찰이 현재 노 전 대통령 몫으로 의심하는 불법성이 짙은 자금은 `600만 달러'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은 지난해 2월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 씨에게 500만 달러를 전달했는데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이 돈에 대해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결국 이 돈이 노 전 대통령 몫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박 회장은 또 2007년 6월 청와대에서 정 전 비서관에게 100만 달러를 줬는데 정 전 비서관은 이 돈을 권양숙 여사에게 전달했고 권 여사는 개인 빚을 갚기 위해 사용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이 돈이 결국 건호 씨의 유학비용 등으로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6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의 `핵심'이라고 보고 전달 과정에 개입한 인사들을 폭넓게 조사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서면질의서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이 돈의 전달 과정에 개입했거나 최소한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를 물어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이번 서면진술서에는 정대근 전 농협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회갑선물 명목으로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3만 달러와 관련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지와 사용처에 관한 질문도 포함됐을 것으로 보인다.
◇`3억원' 왜 권 여사의 것이라고 했나요(?) = 정 전 비서관은 2006년 8월 박 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뒤 이 돈을 권 여사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그러나 정 전 비서관에 대한 계좌추적을 통해 이 돈이 복잡한 자금세탁 과정을 거쳐 정 전 비서관의 차명계좌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노 전 대통령 측의 해명이 `거짓'이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검찰 안팎에서는 노 전 대통령이 일단 자신의 최측근인 정 전 비서관의 구속을 막고 관련 혐의를 무력화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관련 혐의를 모두 권 여사에게 떠넘기는 것이 `비도덕적'이기는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은 법적으로는 빠져나갈 수 있고 정 전 비서관 역시 단순 전달자에 그치면서 모두 `뇌물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에서 진술을 번복하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여정부 전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변호사는 그러나 "종전에 설명했던 우리 쪽 입장이나 답변에는 변함이 없다"며 이 돈이 권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어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 사실인지,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여부를 먼저 확인해봐야 한다"며 "정 전 비서관의 진술과 검찰이 발표한 내용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여서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3억원의 행방을 놓고 노 전 대통령 측과 검찰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만큼 검찰은 서면진술서를 통해 이 돈의 행방을 캐물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특히 노 전 대통령 측 해명의 허점을 파고들기 위해 3억원의 사용처를 밝히라고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기록물 유출 등은 빠져 = 이번 서면질의서에는 현재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국가기록물 유출 사건과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유족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
홍 기획관은 "질의서에 서울중앙지검 사건 관련 질문은 없다"며 "관련 의혹 조사 문제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록물유출 사건은 노 전 대통령과 비서진 10명이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외부에 빼돌렸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관련자 대부분을 소환조사했고 봉하마을의 `e지원' 시스템에 대한 분석까지 마쳤지만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 방법을 결정하지 못해 수개월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고(故)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 유족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의 피고소인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남 전 사장이 형 건평 씨에게 인사 청탁과 함께 3천만원을 전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우건설 사장처럼 좋은 학교 나오신 분이 머리 조아리고 돈 주는 일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해 고소를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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