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환 후 검찰-盧 어느 쪽이 유리해졌나?

입력 2009.05.01 (17:17)

노무현 전 대통령이 소환조사를 받고 돌아간 1일 대검 중수부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으나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이 회심의 카드를 못내놨다'고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검찰은 또 그동안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던 증거자료 등 다양한 압박카드를 내놓았다고 했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오히려 "600만 달러가 노 전 대통령과 무관하다는 부분은 조금 명백해졌으리라 생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檢 "盧 순응적..조사 잘 됐다" = 검찰은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노 전 대통령이 신문을 받으면서 자칫 검사와 적대적인 언쟁이 벌어질까 봐 우려했으나 전반적으로 차분하고, 순응적인 분위기에서 조사가 잘 이뤄졌다고 전했다.
또 노 전 대통령은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내놓지 않은 반면 검찰은 그동안 찾아낸 방대한 증거자료를 제시, 이를 꼼꼼히 읽어 본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이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는 진술을 얻어냈다고 한다.
예를 들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씨에게 송금한 500만 달러를 이용해 장남 건호씨가 오르고스사를 설립하는 과정 등을 자료로 제시하자 노 전 대통령이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박 회장과 대질신문을 거부한데 대해 "혐의를 부인하는 피의자는 통상 대질을 원하기 마련인데, 노 전 대통령이 전적으로 이를 원치 않았다"며 자신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냐는 뉘앙스를 전하기도 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노 전 대통령의 대질거부가 기소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느냐는 질문에 "생각하는 바는 있는데 내심의 의사를 말씀드리기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검찰은 신문조사 전반에 걸쳐 "노 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100만 달러를 요구하고, 애들을 도와주라(500만 달러)"고 했다는 박 회장의 진술이 사실이라고 판단, 다음주 중 노 전 대통령을 기소할 방침이며 사전 구속영장 청구를 적극 검토 중이다.
◇盧 "객관적 증거 전혀 없어" = 신문에 번갈아 참여한 문재인ㆍ전해철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이 "아는 것은 안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했으며 검찰이 박 회장의 진술이 사실이라는 객관적 증거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권 여사가 자녀들에게 생활비 등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해 100만 달러와 관련이 있다는 의심을 갖고 노 전 대통령에게 물었는데, 노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이 오히려 무죄임을 반증한다고 변호인들은 주장하고 있다.
문 변호사는 "(100만 달러 중 일부가) 아이들에게 유학자금으로 송금되거나 한국에 왔을 때 조금 주거나 하는 식으로 쓰였다면 그야말로 노 전 대통령이 알지 못하는 가운데 박 회장으로부터 받아 사용한 것이라는 게 좀 더 분명해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500만 달러의 경우 모르는 상황에서 많은 일들이 이뤄져 다 대답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는데, 이 또한 건호씨가 500만 달러로 사업을 벌인 사실을 노 전 대통령이 알지 못했음을 입증해 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다양한 증거자료를 찾아내 제시했지만 노 전 대통령은 "몰랐다"고 대답한 이상, `아내와 아들이 하는 일을 몰랐을까'라는 상식의 선에서 머물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 측은 신문조사를 통해 박 회장의 전반적인 진술내용을 짐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혐의를 벗기 위한 자료를 확보하는 작업을 벌여 `방패'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