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형제’ 천신일-박연차 30년 인연

입력 2009.05.19 (11:12)

수정 2009.05.19 (17:46)

천신일(66)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박연차(64) 전 태광실업 회장은 `의형제'로 불릴 정도로 특별히 가까운 사이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두 사람 모두 경남 밀양 출신인 데다 박 전 회장이 30여년 전인 1970년대 초 부산 사상구에서 가내수공업 규모의 신발공장을 시작했는데 이 공장이 천 회장의 집 옆에 있었다고 한다.
성실하긴 했지만 아무런 기반이나 도움없이 신발사업을 시작한 박 전 회장을 딱하게 여긴 천 회장은 자신의 땅을 떼주는 등 여러모로 어려운 사정을 봐줬다고 전해진다.
애초 박 전 회장은 동갑내기인 천 회장의 동생 문일씨와 친분이 깊었는데 문일씨가 심장마비로 숨지자 장지까지 찾아가 천 회장에게 "제가 대신 친형으로 모시겠다"고 했고, 이에 감동한 천 회장은 이때부터 두 살 어린 박 전 회장을 친동생처럼 여겼다.
천 회장이 1997년부터 지난 1월까지 대한레슬링협회 회장을 맡았을 때 박 전 회장은 이 단체 부회장으로서 보좌했고, 태광실업이 인수한 휴켐스의 사외이사직을 흔쾌히 수락한 이도 천 회장이었다.
이 같은 형제적 관계로 볼 때 박 전 회장이 국외로 출장을 갈 때마다 세중나모여행사(합병 전 세중여행사)만을 이용한다거나, 두 사람이 의심을 받을 만한 주식거래를 했다는 사실은 이상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태광실업을 일으켜 부산ㆍ경남 지역에서 이름을 알린 지역 사업가였던 박 전 회장이 `전국구' 유명인사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 천 회장 인맥의 도움이 컸다는 소문도 있다.
박 전 회장의 든든한 형님이자 후원자인 천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고려대 61학번 동기생으로 과는 달랐지만 친구사이였고, 특히 3공화국 초기 한일 국교정상화 반대 시위를 함께한 `6ㆍ3 동지'로 알려져 있다.
천 회장은 1982년 세중여행사를 세운 뒤 뛰어난 사업수완으로 국내 경제계에 영향력을 미쳐왔을 뿐 아니라 정.관계에도 폭넓은 인맥을 자랑한다.
2007년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고려대 교우회장이 돼 이 대통령을 물밑 지원했으며, 자기 예금을 담보로 이 대통령의 특별당비 30억원을 대출받아 낼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점 때문에 세간에서는 천 회장이 현 정권의 `숨은 실세'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박 전 회장이 작년 7월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의형님'인 천 회장에게 `SOS' 신호를 보낸 것도 이런 천 회장의 위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하지만 30여년에 걸친 인연은 의형제를 나란히 검찰청사로 보내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9일 소환된 천 회장과 박 전 회장 사이에 실제로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이를 대가로 한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를 밝히는 데 필요하다면 대질신문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30여년을 의형제로 지낸 두 사람이 검찰 조사실에서 마주 보며 범죄 혐의를 다퉈야 하는 애꿎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