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 ‘미워할 수 없는’ 역전 대포

입력 2009.07.01 (22:41)

수정 2009.07.01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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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의 '하얀 갈매기' 카림 가르시아(34.멕시코)는 롯데 팬들에게 이번 시즌 내내 애증이 엇갈리는 존재다.
지난달말까지 타율 0.227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41명 중 타격순위 40위. 지난 시즌 타점왕의 면모는 오간 데 없고 연일 헛방망이질을 해대자 팬들의 한숨만 쌓여갔다.
시즌 초반 워낙 방망이가 안맞다보니 급기야 퇴출 얘기까지 거론됐지만 그때마다 제리 로이스터 롯데 감독은 "한 시즌 30홈런, 100타점은 쳐줄 수 있는 선수"라며 애써 가르시아를 감쌌다.
그나마 봐줄 만 했던 것은 우익수 자리에서 빨랫줄처럼 날아가는 미사일 송구로 상대팀 주자들을 척척 잡아내는 모습과 내야땅볼을 치고도 1루에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엎어지는 허슬플레이였다.
1일 저녁 롯데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펼쳐진 잠실구장.
6번 타자로 나온 가르시아는 첫 타석부터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땅볼로 돌아섰고 이대호의 추격타와 상대 폭투로 어렵사리 4-4 동점을 만든 뒤 2사 1,2루 찬스에서 맞이한 세 번째 타석에서도 삼진을 당하고 고개를 떨어뜨렸다.
전날도 병살타를 포함해 4타수 무안타로 역전패의 한 원인을 제공했던 가르시아는 이날도 그냥 물러서는 듯 싶었다.
8회초 홍성흔이 우전안타로 출루한 뒤 대주자 전준우가 나가고 맞이한 무사 1루 기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직감한 가르시아는 바깥쪽 높게 들어온 LG 구원투수 정찬헌의 밋밋한 체인지업을 놓치지 않았다.
모처럼 제대로 허리가 들어간 스윙은 타구를 우중간 펜스 너머로 날려보냈다. 125m짜리 역전 투런 홈런.
가르시아는 1루로 달리지 않고 타구가 외야 스탠드에 떨어지는 순간 한 손을 치켜들며 환호했다.
애타는 마음에 멀리 멕시코에서 날아와 한 달째 국내에 머무르는 가르시아의 부모가 더 기뻐했다. 관중석 한쪽에는 전통의상을 차려입은 멕시코 공연단이 응원단으로 가세해 환호성을 울렸다.
가르시아의 한 방은 이날 1회초 3점포를 먼저 쏘아 올린 LG 거포 로베르토 페타지니의 선제 대포를 무색케했다. 페타지니는 1999년 김재현(21개), 이병규(30개) 이후 10년 만에 20개 이상 홈런을 때린 LG 타자로 기록됐지만 가르시아의 역전포에 빛이 바랬다.
6월26일 한화와 경기 이후 닷새 만에 홈런을 쳐낸 가르시아는 이대호와 함께 홈런 13개로 팀내 1위가 됐다.
가르시아는 경기 후 "빠른 카운트에서 승부하려고 했는데 초구에 좋은 공이 와서 노려쳤다.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아 스스로 화가 났었다. 이제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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