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운 김성근 “SK는 꼭 부활한다”

입력 2009.07.21 (08:29)

수정 2009.07.2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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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전수전 다 겪은 백전노장, '야신'(野神)에게도 시련이 왔다.
프로야구 최고령 사령탑 김성근(67) SK 감독이 쓰디쓴 술과 함께 고뇌에 찬 밤을 보내고 있다.
최근 10경기에서 1승9패. 아등바등 선두를 지켜왔으나 지난 주말 인천 문학 홈경기에서 롯데에 연패, 2위로 내려앉았다.
10경기에서 뽑은 점수는 35점으로 경기당 평균 3.5득점에 그쳤고 맞붙은 팀에는 56점을 줘 심각한 공수 불균형을 겪었다. 워낙 못 때리다 보니 최근 김 감독은 타격 지도에 직접 팔을 걷어 붙였다.
비효율적인 공격은 시즌 내내 계속됐다. 팀 타율은 0.281로 전체 1위이나 득점권 타율은 한참 못 미치는 0.242다. 타선의 '외화내빈'을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온 셈이다.
2년 연속 투타의 압도적인 전력을 앞세워 정규 시즌에서 1위를 독주한 끝에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안았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이다.
김 감독은 요즘 야간 훈련까지 지켜보고 술집으로 향한다. 속이 상해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는 탓이다.
김 감독은 20일 "SK가 계속 지니까 다들 기뻐하는 것 같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SK가 흔들리면서 상위권 판도가 요동쳤고 팬들은 사상 유례없는 순위 전쟁을 흥미롭게 관전 중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심사까지 즐거울 순 없다. 김 감독은 "너무 괴롭다"면서 한숨만 내쉬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잘하고 있다
김 감독은 "전지훈련 때 부상 때문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돌려보낸 선수가 몇 명이냐. 시즌 전 미디어데이 행사 때도 우리는 주전이 10명 이상이 바뀌어 전혀 새로운 팀이 됐다고 하지 않았나. 선수가 없다"고 말했다.
SK는 엄청난 훈련을 통해 1,2군 간 격차를 좁혀왔지만 부상 도미노 앞에서는 장사가 아니었다.
김 감독은 "박재홍은 허벅지가 아프다. 박정권은 왼쪽 엄지발가락이 아파 제대로 스윙할 수가 없다. 하지만 박정권을 경기에 내보내야 한다. 정근우는 양쪽 발목이 아프고 포수 정상호는 고관절에 통증이 있어 원바운드 볼을 제대로 잡을 수도 없다. 이호준이도 무릎이 아프고..."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불쌍하다.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 이겨내보고자, 살아보고자 구슬땀을 흘리는 선수들이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팬들의 야유나 받아야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19일 경기에서 수비 도중 정상호가 홈으로 쇄도하던 이대호를 막다 쓰러져 앰뷸런스에 실려 나간 과정에서 박수를 치는 등 매너를 잃은 일부 롯데 팬들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팀이 정상적이지 못한 상황에서도 2위 하고 있으면 잘 하고 있는 것 아닌가. 순위가 더 떨어질 수도 있겠지만 선수들이 알아서 야간 훈련을 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게 아닌 자기가 살기 위한 훈련이다. 이게 SK 야구다. 악착같이 야구하는 건 프로로서 당연한 일이고 정당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최근에는 앞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요즘엔 2군 타자들과 투수들을 중점적으로 지켜본다"며 '히든카드'을 육성해 후반기 승부수를 띄울 것임을 시사했다.
◇정대현 살리려고 투수 인스트럭터도 고민했는데
투수 출신 김 감독의 고민은 타자보다는 투수진에 있었다. 특히 지난해 정우람, 윤길현처럼 불펜에서 확실하게 막아줄 좌우 셋업맨이 사라졌다.
김광현(11승2패), 송은범(10승2패) 원투 펀치가 막강하지만 카도쿠라 켄(4승4패, 평균자책점 5.56)이 부진하고 게리 글로버도 안정감을 주기엔 부족하기 때문.
특히 마무리 정대현을 마음대로 마운드에 올리지 못하는 사실을 김 감독은 안타깝게 여겼다.
정대현은 37경기에 등판해 1승2패 8세이브 8홀드를 올렸고 평균자책점도 1.03으로 특급이지만 세이브가 기대 밖으로 적다. 팀에서도 무리하지 않도록 등판 일정을 조절해줬지만 정대현이 유독 아픈 탓에 김 감독으로서도 걱정이 크다.
김 감독은 "정대현이 무릎과 어깨가 좋지 않아 투구폼을 바꾸는 등 변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왼손 타자가 3명 이상 나오면 정대현을 내보낼 수 없는 실정이다. 정대현에게 상황에 따라 마무리를 맡길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토로했다.
김 감독은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대현의 구위를 살리려고 일본 출신 잠수함 전문 인스트럭터를 데려올 계획이었다.
지난해 히어로즈에서 뛴 일본인 투수 다카쓰 신고, 요미우리 출신 사이토 마사키,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일본대표팀 투수코치를 맡았던 야마다 히사시에 가토리 요시타카까지 4명을 후보로 거론하고 접촉했으나 포수 박경완이 불의의 부상으로 빠지면서 일이 꼬였다.
사정이 다급해진 김 감독은 결국 이들 대신 미우라 마사유키 전 요코하마 코치를 인스트럭터로 데려와 포수 육성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패했는데 남의 탓을 할 수도 없고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진) 없는 선수를 거론해서도 안된다. 선수들도 의지가 강해 아픈 걸 참아가며 열의를 보이고 있다"면서 지옥훈련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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