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구장 야구 사랑, 1구장 못지않네

입력 2009.08.09 (08:21)

수정 2009.08.09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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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와 두산 베어스 경기가 열린 지난 4일과 5일 마산야구장은 연이틀 2만 명의 관중으로 가득 들어찼다.
경기 시작 몇 시간 전부터 야구장 밖에는 표를 사려고 한여름 뙤약볕 아래서 줄을 서 기다리는 야구팬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 옆으로는 오랜만에 열리는 야구 경기 특수를 노리는 치킨과 김밥, 오징어 노점상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부산을 홈으로 하는 롯데의 제2 연고지인 마산에서 올 시즌 열린 5경기 중 3경기가 매진이었을 정도로 마산의 야구 열기는 뜨거웠다.
이 같은 제2 홈구장의 열기는 비단 마산뿐 아니라 한화 이글스의 제2 홈구장인 청주구장과 KIA 타이거즈의 군산구장에서도 비슷했다.
◇평균 관중 웬만한 1구장 능가
`제2 구장'이라고 해서 관중 수도 적을 것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마산구장에는 올 시즌 비로 한 경기가 취소된 것을 빼면 지난 6일까지 총 5경기가 열렸다.
2만 명이 정원인 마산구장에서 올 시즌 만원이 된 사례만도 7월8일 롯데-삼성, 8월4, 5일 롯데-두산 등 세 번이나 됐다.
5경기 총 관중은 8만3천653명, 평균 관중은 1만6천731명에 달했다.
비록 롯데의 제1 홈구장인 사직구장(평균 1만9천876명)보다는 평균 관중이 3천 명가량 적지만 잠실구장(평균 1만5천248명), 문학구장(평균 1만1천877명), 대구구장(평균 5천217명), 목동구장(평균 4천829명)을 훨씬 뛰어넘은 숫자다.
시골 장날 같은 축제 분위기에서 1년에 단 몇 경기만 열리는 제2 홈구장과 시즌 중 거의 매일 경기가 열리는 제1 홈구장의 관중 수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겠지만 제2 홈구장 도시의 야구 열기를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른 제2 홈구장을 봐도 이런 현상은 똑같았다.
7천500명 수용 인원의 청주구장에서도 올 시즌 9경기 중 5경기가 매진됐으며 평균 관중은 7천51명으로 한화의 제1 홈구장인 대전구장(평균 6천93명)보다 많았다.
1만1천명이 정원인 군산구장에서는 지난 6일까지 3경기가 열렸으며 이 중 5월1일과 3일 KIA-한화 경기 입장권이 매진됐다. 평균 관중은 9천469명. 역시 KIA 제1구장인 광주구장의 평균 관중(8천365명)보다 더 많았다.
◇경기 수는 하늘과 땅 차이
경기 수는 이런 제2 홈구장의 열기를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올 시즌 페넌트레이스에서 각 팀은 133경기씩 총 532경기를 치른다.
하지만 532경기 중 제2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는 3.9%인 21경기에 불과하다. 제2 홈구장 중에서는 청주구장이 9경기로 그나마 가장 많고 마산구장과 올해 4년 만에 다시 KIA 경기가 열린 군산구장이 각 6경기다.
가뭄에 콩 나듯 열리는 경기에 제2 홈구장 야구팬들은 뿔이 났다.
6일 롯데와 두산 경기가 열린 마산구장을 찾은 롯데 팬 박선호(40)씨는 "마산과 창원 등 주변 지역을 합하면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데 1년에 고작 6경기만 한다는 것은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니냐"고 화를 냈다.
이 때문에 1년에 단 6번 마산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잔치를 행여나 놓치지나 않을까 봐 팬들은 땡볕에서 몇 시간씩 기다리거나 암표를 사야 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각 구단은 제1 홈구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수용 인원이 적은 제2 홈구장에서 경기를 더 많이 개최하면 행여나 입장 수입이나 부대 수익 등이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한다.
또 홈경기라고는 하지만 제2 홈구장에서 경기를 치르면 숙식 등에서 사실상 원정경기와 같을 수밖에 없고 나쁜 그라운드 사정으로 부상 위험도 더 크다는 것이 고민거리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마산시도 올 시즌 롯데 구단에 더 많은 경기를 마산에서 열어 달라고 요청했으나 롯데는 이런 어려움 때문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 시즌 제2 홈구장의 프로야구 열기를 확인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내년에는 각 구단에 더 많은 경기를 제2 홈구장에서 개최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정금조 KBO 운영팀장은 "제1,2 홈구장의 경기 수는 각 구단이 자체적으로 결정할 사안이지만 제2 홈구장의 열기가 뜨거운 만큼 프로야구 저변 확대를 위해 내년에는 더 많은 경기를 제2 홈구장에서 열도록 협조를 구할 것이고 경기 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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