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의료복합단지에는 앞으로 30년간 정부와 민간으로부터 5조6천억원(잠정)이 투입된다.
정부가 10일 발표한 계획에는 2012년까지 단지 조성을 완료하고 연구개발 지원을 지속해 첨단의료복합단지를 한국판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나 '싱가포르 바이오폴리스ㆍ투아스 바이오메디컬파크'로 키운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 등 민간의 참여를 얼마나 이끌어내느냐가 이번 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1곳만 선정하겠다"던 당초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의 발언과 달리 복수 후보지가 선정돼 총투입 금액에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또 두 단지 간 이견이 발생할 경우 향후 추진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 역시 제기되고 있다.
◇다음 달 기본설계 시작 = 후보지 간 치열한 경쟁을 거쳐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와 대구 신서혁신도시가 첨단의료복합단지로 선정됨에 따라 다음 달부터 본격적인 추진 일정이 시작된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설계요구서 용역결과를 최종 보고받고 다음 달 기본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설계도면과 시방서 작성 등 실시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7월에는 세부시설 공사를 발주해 2012년에는 단지 조성을 마치는 것으로 일정이 짜여 있다.
기존 계획대로라면 우선 올해부터 2011년까지 단지 조성에 1조1천억원이 소요되고 이후 2018년까지 7천억원이 추가되며 2019년부터 2038년까지는 전체 투자금액의 절반이 넘는 3조8천억원이 투입될 계획이다. 총투자비 5조6천억원중 중앙과 지방정부가 지원하는 금액은 각각 1조9천억원과 3천억원이다.
중앙정부는 연구개발 핵심 인프라와 개발단계의 연구비 지원 등을 담당하며 자치단체는 부지와 기반시설 등 지역 파급효과가 큰 시설비를 맡고 민간부문은 임상시험센터와 임상시험 비용 등을 부담하게 된다.
그러나 당초 '집중'의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복수 선정을 하지 않겠다던 복지부의 입장 표명과 달리 복수 후보지가 선정돼 정부 지원금액에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자연히 민간 투자금액 변화도 예상된다.
두 단지별 사업 내용과 예산 배분에 따라 어느 한쪽의 반발이 터져나온다면 추진 일정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1~2년간 입안 과정에 참여했던 제약업계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어느 곳이 최적지인지 업계에서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추진 과정에서 '정치적인 고려'가 사업 내용과 입지선정에 영향을 미쳤다"며 "복수 후보지 선정은 사업의 효과를 약화시키고 추진일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업계, 선정지역 추진경과 주시 = 이번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할 당사자인 제약업계 등은 일단 지역 선정과 추진 경과를 좀 더 지켜본 뒤 입주와 투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다.
연구소와 생산시설을 쉽사리 이전할 수 없기 때문에 첨단의료복합단지에 입주할 때 얼마만큼의 인센티브가 부여될지에 따라서도 민간의 투자 정도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충북의 경우 최근 2~3년 새 주요 제약사들이 오송생명과학단지 인근에 첨단 생산시설을 완공한 터여서 추가 입주가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될 전망이다.
대구 역시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제약과 국내 광동제약, 신풍제약 등 신규 투자계획이 있는 국내외 업체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유치할 경우 단지 내에 입주하거나 임상시험 투자를 하겠다는 내용의 '조건부 양해각서'를 체결한 상태다.
한미약품 이관순 소장은 "각 업체의 투자 여부와 규모는 현재 보유 중인 공장이나 연구소와의 거리가 큰 영향을 미친다"며 "입지가 선정됐으니 주요 업체들이 단지의 기능과 정부의 '선물 보따리'를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취약 기능에 특화해야" =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성공하려면 총 투자금액의 약 61%를 차지하는 민간 투자가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기업과 병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인센티브 부여와 함께 단지의 '가동률'을 확보하기 위한 기능과 역량, 제도적 지원이 보장돼야 한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LG생명과학 추연성 개발전략상무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신약후보물질 가치평가'와, 해외 파트너십 구축 등 비즈니스 컨설팅, 시제품 생산 대행 등 국내 업계의 취약한 부분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추 상무는 또 "단지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 정상 가동되려면 초기부터 '일거리'가 있어야 한다"며 "정부 지원을 받는 신약개발과제 등은 이 단지의 시설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신상구 국가임상시험사업단장은 "후기 임상시험은 기존 대형병원들이 잘 수행하고 있는 편"이라며 "첨단의료복합단지가 외국에서 데이터를 인정받을 수 있는 높은 품질의 전임상단계와 초기 임상시험을 수행하는 인프라를 제공한다면 국내 신약·의료기기 개발업체들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