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이 10일 천문학적인 사업비가 투입되는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대구.경북(신서)과 함께 공동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찰거머리 홍보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충북이 첨단의료단지 유치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 시설의 오송 유치는 기정사실화한 분위기였다.
충북 후보지인 오송생명과학단지는 보건의료 및 생명과학기술을 육성하기 위한 국내 유일의 바이오산업단지로, 신약과 첨단의료기기 개발 등 첨단의료단지 조성 목적과 상통하는데다 식약청 등 국책기관이 이전하고 의약.바이오 관련 기업들도 다수 입주하는 등 남부럽지 않은 경쟁력을 지녀서이다.
또 입지 선정 즉시 착공이 가능한 점, 전국 어디서나 2시간대에 접근할 수 있는 사통팔달의 교통, 저렴한 토지 분양가 등도 오송의 장점으로 부각됐다.
하지만, 전국 지자체들이 자신들만의 강점을 내세우면서 앞다퉈 유치 경쟁에 가세, '오송당위론'을 외치던 충북을 긴장케 했다.
평가 항목 중 의료인프라 면에서는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했던 대구.경북 등에 밀린다는 분석이 나왔고, 충북에 여당 국회의원이 1명밖에 없어 '정치적 결정'도 경계할 수밖에 없었다.
충북은 의료, 신약, 의료기기, 국토분야 전문가들에게 오송의 장점을 피부에 와 닿게 알리는 것이 관건이라고 보고 발품을 팔아 접촉하는 '정공법'을 택했고, 이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저인망식 홍보전..전문가 2천명 관리
도와 첨단의료단지오송유치위원회는 첨단의료단지 입지를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평가단(전체 240명)이 결정하는데 주목, 관련 학회, 병원 등을 통해 5천명의 연락처를 입수해 오송의 장점을 담은 홍보물과 이메일을 지속적으로 보냈다.
이어 평가단에 들어갈 가능성이 큰 전문가를 2천명으로 압축하고서 대면 홍보에 돌입했다.
오송유치위 측은 "복지부가 과열 방지를 위해 전문가 접촉을 금했지만, 워낙 경쟁이 심한 상태여서 손을 놓고 있을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도와 오송유치위는 첨단의료단지 후보지를 내지 않았거나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뒤처진다고 판단한 수도권, 호남권, 강원을 집중 공략 대상으로 삼고 암암리에 해당 지역 전문가를 방문해 지지를 당부한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접촉한 의료, 신약, 의료기기 등 전문가는 500여명.
도의 한 고위 공무원은 "역효과가 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이 지리적으로나 식약청 등과의 연계 업무를 위해서도 오송이 최적의 입지라는 태도를 보였다"고 '저인망 홍보'의 성과를 전했다.
오송유치 업무 실무자인 이종윤 도 바이오사업과장은 "모든 조건에 들어맞는 유일한 곳이 충북인데, 입지 조건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정치인 또는 자치단체장들이 선거 등 정치적 노림수 때문에 자기 지역으로 첨복단지를 끌어가려는 움직임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고 그동안의 고충을 털어놨다.
◇숨은 공신과 에피소드는
첨단의료단지 오송 유치가 정우택 지사, 이승훈 정무부지사를 포함한 도내 각계각층의 '합작품'이라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오송 유치를 위해 오랜 기간 물밑에서 몸을 던진 인사들도 적지 않다.
예산청장, 국무총리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안병우 충주대 총장은 총장과 오송유치위 명함 2장을 들고 중앙부처 곳곳의 인맥을 접촉해 첨단의료단지 관련 동향을 입수하고 대응법을 제시했으며,오송유치위 부위원장인 이태호 청주상공회의소 회장, 안재헌 충북도립대 총장도 중앙부처 등의 문턱을 쉴 새 없이 넘나들었다.
전국을 신발이 닳도록 누볐던 이종윤 과장과 유광준 조직위 사무국장은 '투톱'으로 불린다.
오송 유치 업무를 일선에서 총괄했던 이 과장은 2년간 몸무게가 7kg이나 줄 만큼 유치 전략 개발과 홍보에 온갖 노력을 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 바이오산업추진단장 출신의 유 사무국장은 특유의 달변과 '글 외교'를 앞세워 첨단의료단지 오송 유치에 일익을 담당했다.
그가 공략 대상 전문가 200명 이상의 한문 이름을 사전에 파악하고서 서예가인 지인에게 부탁, 해당 전문가의 이름이 들어간 서예작품을 제작한 뒤 접촉과 함께 선물로 전달해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