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도 포기’ 보르친, ‘경보황제’ 변신

입력 2009.08.16 (07:26)

15일(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개막한 제12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남자 20㎞ 경보의 발레리 보르친(23.러시아)은 자타가 공인하는 '걷기 황제'다.
6년 전이던 2003년 17세 늦깎이로 경보 선수 생활을 시작해 3년 만에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은메달을 땄고 작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독주시대를 열었다.
키 178㎝에 몸무게 63㎏의 균형잡힌 몸매를 갖춘 보르친은 기초 종목 육상을 시작해 다른 종목으로 옮겨가는 대다수 선수와 달리 역도를 했다가 육상으로 전환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역도를 시작한 발레리는 3~4개월 하다가 때려치우고 '적성'에 맞는 운동을 다시 찾기로 했다.
보르친의 고국인 러시아 내 자치국가 모르도비아공화국은 전통적으로 인내심이 강한 나라로 잘 알려졌다.
인내심은 타고났던 보르친은 장기를 살릴 종목으로 여름에는 3,000m와 5,000m 달리기를, 겨울에는 스키를 택했다. 보르친은 역시 지구력이 필요한 크로스컨트리를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2002년 무릎을 다쳐 달리기마저 포기해야 했던 보르친은 마침내 통증을 덜 느낄만한 경보로 방향을 틀었다.
첫해부터 강훈련을 시작한 보르친은 2년째이던 2004년 말 러시아 주니어 선수권대회 10㎞에서 2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그러나 금지약물인 에페드린을 복용한 게 드러나 2005년 6월 1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고 그 사이 20㎞로 거리를 늘려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보르친은 2006년 정지가 풀리고 나서 출전한 러시아선수권대회 20㎞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단숨에 올림픽 금메달 유망주로 떠올랐다.
마침내 베이징의 살인적인 무더위를 이겨내고 보르친은 정상에 올랐고 5~6년간 이 종목을 양분해 오던 제퍼슨 페레스(에콰도르)와 프란시스코 페르난데스(스페인)는 패배를 깨끗이 인정하고 각각 은퇴와 50㎞ 전향을 선언, 보르친의 독주시대를 터줬다.
올림픽이 끝나고 러시아 정부로부터 올림픽 우승 상금과 함께 BMW 지프를 받은 보르친은 당장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올림픽 챔피언으로 국내 선발전도 거치지 않고 세계선수권대회 무대를 밟은 보르친은 1시간18분41초라는 우수한 기록으로 세계 최정상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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