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 “저주 풀고 첫 우승했어요”

입력 2009.09.21 (09:23)

수정 2009.09.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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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다림 끝에 2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나연(22.SK텔레콤)은 우승없이 보냈던 세월을 `저주'라고 표현했다.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하다 LPGA 투어 55번째 대회에서 꿈에 그리던 우승을 차지했으니 그동안 마음 고생이 심했을 법도 했다.
신지애, 송보배, 박희영, 안선주, 이선화 등 한국여자프로골프의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워온 최나연은 중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2004년 ADT캡스 인비테이셔널에서 선배들을 누르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더욱이 최나연은 이 대회에서 최고의 스타 박세리(32)를 제치고 정상에 오르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고 2005년 프로로 전향한 뒤 국내 투어에서 3승을 거뒀다.
앳된 얼굴에 커다랗고 둥근 눈을 가진 최나연은 `얼짱 골퍼'라는 별명을 얻으며 큰 인기를 끌었지만 너무도 실력이 쟁쟁한 또래 선수들에 밀린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2007년 LPGA 투어 조건부 출전권을 받은 뒤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전반기까지도 조건부 출전권자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고 힘든 투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우승과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매 대회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라운드에서 맥없이 무너지면서 아쉬운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박인비, 오지영, 김인경 등 또래 선수들이 승전보를 날릴 때 옆에서 축하 인사를 건네야 했던 최나연은 석달전부터는 뒷바라지 해주던 부모님을 한국으로 보내고 혼자서 생활해 왔다.
최나연은 "혼자서 밥도 해먹고 주위에 많은 친구들이 있어 힘들지 않다"며 미국 생활에 점차 적응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비제이 싱(피지)과 많은 우승을 합작했던 캐디 폴 푸스코와 새로 호흡을 맞추며 우승에 도전해 왔다.
최나연은 "이전 캐디도 좋았지만 우승 경험이 있는 캐디가 필요했다"며 "새 캐디와는 네번째 대회에서 우승했다. 고비 때 마음을 다스릴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첫 우승 뒤 동료들에게 맥주 세례를 받았다는 최나연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준 김송희(21)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비슷한 나이의 LPGA 투어 한국 군단 중에서 우승못한 선수는 자신과 김송희 뿐이었기 때문이다.
최나연은 "송희에게 우승 못한 `저주'를 내가 먼저 풀었으니 다음에는 네가 우승하라고 말해 줬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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