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대신 北에 징집된 동생, 조카와 상봉

입력 2009.09.29 (17:34)

"아버님께선 당신 때문에 동생 둘이 죽었다고 생각하시고 명절때만 되면 술잔을 놓고 우셨습니다. 아직 살아계셨으면 이번 상봉 때 아마 기둥뿌리라도 뽑아 선물을 마련하셨을 겁니다."
추석 남북 이산가족 2차 상봉단에 포함된 어윤천(55)씨는 29일 오후 북에 있는 삼촌 어성우(76) 씨와의 만남을 앞두고 가슴이 설렌다. 한국전쟁 중에 아버지를 대신해 북한 의용군으로 나갔다는 작은아버지를 처음으로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삼형제 중 막내인 성우씨는 충주에 살던 중 한국전쟁을 맞았다.
큰 형인 원우(1994년 작고)씨에게 북한군 의용군 소집 명령이 떨어지자 성우씨는 "형님은 장남이니까 나가지 말고 집을 지켜야 한다"면서 대신 의용군으로 나갔다. 성우씨의 둘째 형 영우(85.생사불명)씨도 함께 징집됐다.
그러나 전쟁 후 성우.영우 형제의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자신 때문에 동생 둘을 잃었다고 생각한 원우씨는 죽기 전까지 동생들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했다고 한다.
윤천씨는 29일 "아버님이 동생 두 분의 호적 정리도 못 하고 그대로 두셨는데 1994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제가 사망신고를 하러 면사무소에 갔더니 면사무소측이 동생 두분 호적도 함께 정리하라고 해서 제가 사망신고를 그제야 했다"고 말했다.
윤천씨는 치솔, 치약 등 생필품, 속옷, 신발, 상비약 등 삼촌에게 줄 선물을 큼직한 여행가방 2개에 빼곡히 채웠다.
그는 "경제적으로 부담도 되지만 그래도 우리보다 북쪽에서 어렵게 사시는 게 분명한데 더 많이 드리지 못해 안타깝다"며 "아마 아버님이 살아계셨으면 기둥뿌리라도 뽑아서 선물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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