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왕언니 “죽을 각오로 뛰었다”

입력 2009.10.23 (18:10)

수정 2009.10.23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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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각오로 뛰었습니다."
제90회 전국체육대회 육상 여자 일반부 1,600m계주가 열린 23일 대전 한밭종합운동장.
육상 종목 마지막 경기였던 이 레이스에서 경북을 1위로 올려놓으며 대회 4관왕을 차지한 김하나(24.안동시청)에게 온통 관심이 집중됐다.
하지만 대전 대표로 나서 2위를 차지한 대전서구청 선수들은 1위를 한 것만큼 기뻐했다.
이날 경기를 뛴 대전서구청 소속 선수 네 명 중에는 한국 육상의 왕언니인 정설미(37)와 최해남(33)이 끼어 있다. 둘 다 육상 선수로는 환갑이 지난 나이다. 게다가 최해남은 2002년 결혼해 우리 나이로 다섯 살 난 딸(임규빈)까지 있는 아줌마다.
1999년 대전서구청에 입단한 최해남은 각종 국내 대회를 휩쓸었고, 한때 허들 400m에서 한국 최고 기록도 갖고 있던 여자육상의 간판선수였다.
첫 아이 출산으로 잠시 운동화를 벗었다가 돌아와서도 지난해까지 전국체전 허들 400m 우승은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잦은 부상 등으로 이제는 물러나야 할 때라고 생각했다.
이 날 경기는 최해남의 은퇴 무대였다.
이번 대회 400m 허들에서 3등에 머물렀던 최해남은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오늘이 마지막 경기라 정말 죽을 각오로 뛰었다"고 밝혔다.
후배를 먼저 떠나 보내는 정설미는 "같이 더 운동하고 싶은데 아쉽다. 400m 허들에서 성적이 좋지 않아 더 열심히 뛰었다. 해남이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고 말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같이 뛴 후배들도 "언니 수고했어요"라고 서로 축하하면서 부둥켜안고 눈시울을 붉혔다.
육상 여왕에서 이제 평범한 한 가정의 주부로 돌아가는 최해남은 "이제 미뤘던 둘째 아이를 가져야겠다"며 웃었다. 그는 "둘째를 낳고도 기회가 된다면 또 트랙으로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전하며 경기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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