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숨 돌린 차범근 ‘어려운 경기였다’

입력 2009.11.08 (18:45)

수정 2009.11.08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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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리그 챔피언이지만 이번 시즌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좌절로 자존심을 구겼던 차범근(56) 수원 삼성 감독이 2009 하나은행 FA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며 가까스로 체면을 살렸다.
차 감독이 이끄는 수원은 8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FA컵 결승에서 성남을 상대로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막판 에두의 페널티킥골로 1-1 동점을 만들고, 승부차기 끝에 '신의손' 이운재의 선방을 앞세워 4-2로 이기면서 지난 2002년 이후 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경기 시작 직전 언제나 그렇듯 기도로 경기를 시작한 차 감독은 골 운이 따르지 않는데다 전반 27분 성남의 라돈치치에게 선제 헤딩골까지 내주면서 위기에 몰렸다.
이 때문에 차 감독의 얼굴은 경기 내내 편하지 않았고, 후반 42분 에두의 동점 페널티킥이 들어가서야 겨우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마침내 연장 전후반까지 득점 없는 공방을 펼친 수원은 승부차기 끝에 이운재가 두 명의 키커를 막아내는 활약을 펼치며 FA컵 우승트로피의 기쁨을 맛봤다.
무엇보다 이날 우승이 기쁜 것은 이번 시즌 '명장'으로서 바닥까지 추락했던 자존심을 그나마 살려냈다는 데 있다.
차 감독은 지난해 K-리그와 컵 대회 2관왕에 오르면 '레알 수원'이라는 칭송까지 받았지만 '통곡의 벽' 마토와 조원희(위건), 이정수(교토), 신영록(부르사스포르) 등 팀의 주축들이 해외로 이적하면서 대체 요원을 만들지 못해 끝없는 추락을 맛봐야 했다.
핵심 선수들의 공백은 정규리그와 더불어 컵 대회는 물론 200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영향을 끼쳤고, 지난 3월과 5월에는 정규리그 꼴찌까지 내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도 16강의 벽을 넘지 못한 수원은 정규리그마저 10위로 마감하며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좌절이라는 최악의 성적표까지 받고 말았다.
이 때문에 마지막 자존심의 무대를 FA컵에 걸었던 차 감독은 이날 성남과 치열한 120분 혈투 끝에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차 감독은 "정말 어려운 경기였다. 내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꼭 나가고 싶었는데 선수들이 너무 잘해줬다"라며 "이운재의 기막힌 선방으로 이런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그는 이어 "내년 시즌 선수 보강을 지금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AFC 챔피언스리그에 나서기 위해선 지금의 전력으로는 되지 않는다"라며 "올해 아쉬웠던 포지션을 꼭 보충하겠다"라고 덧붙였다.
포항의 2009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해 "솔직히 속이 많이 아팠다"라고 웃음을 지은 차 감독은 "유럽에서는 챔피언스리그의 비중이 크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 축구의 명예가 걸린 문제여서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꼭 우승을 달성하고 세계 클럽 챔피언에 도전하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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