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달인’ 이운재, 멋진 선방

입력 2009.11.08 (18:49)

수정 2009.11.08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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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도 좋았지만 예측도 통했다"
역시 '승부차기 달인'다운 멋진 선방이었다. 팽팽한 120분 혈투가 1-1 무승부로 끝나고 피 말리는 승부차기에 들어가는 순간 골키퍼 이운재(수원)의 눈빛은 번뜩이기 시작했다.
앞선 두 명의 키커에게 골을 내주면서 감을 익힌 이운재는 마침내 성남의 3, 4번 키커의 슛을 잇달아 막아내면서 수원의 승부차기 4-2 승리를 완성하며 '거미손'의 위력을 스스로 증명했다.
이운재는 8일 성남종합운동장에서 치러진 성남과 2009 하나은행 FA컵 전국축구선수권대회 결승전 승부차기에서 두 골이나 막아내는 선방을 펼친 끝에 수원의 우승을 이끌면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이운재는 자타가 공인하는 승부차기의 달인이다. 지난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8강에서 스페인과 벌인 승부차기를 승리로 이끌었던 이운재는 대표팀은 물론 K-리그에서도 승부차기만큼은 놓치지 않는 집중력을 발휘해왔다.
K-리그 팬들의 기억에 이운재의 승부차기 선방 장면은 2004년 포항과 K-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다.
이운재는 2004년 12월12일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선배이자 라이벌인 '꽁지머리' 김병지와 거미손 맞대결을 펼쳤고, 이운재는 포항의 마지막 키커로 나선 김병지의 킥을 막아내 차범근 감독에게 우승컵을 안겼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고 이운재는 성적부진으로 위기에 빠진 차 감독에게 또 한 번 커다란 선물을 안겨줬다. 성남과 FA컵 결승에서 자칫 '무관의 제왕'으로 한 시즌을 마칠뻔한 상황에서 이운재는 신들린 선방으로 차 감독의 구겨진 자존심을 살려냈다.
이운재는 경기가 끝나고 나서 "올해 1년 동안 선수 모두 맘고생이 심했다. 올해 부진했던 모습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FA컵 우승이 좋은 약이 돼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해 달려나갈 수 있는 토대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승부차기 연습할 때 내가 조금씩 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라며 "그런 생각으로 경기에 나섰고, 승부차기가 시작됐다"라며 "1, 2번 키커였던 사샤와 라돈치치의 볼을 보고 감을 살렸다. 나머지 두 선수의 방향은 어느 정도 예측했다. 예측한 대로 볼이 날아와 막아냈다"라고 비법을 소개했다.
시즌 중반에 주장 완장을 이어받은 이운재는 "후배들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짐을 덜어주고 싶었다"라며 "어린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데 주력했다"라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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