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운재의 선방 ‘하늘이 도운 우승’

입력 2009.11.08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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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오전 내내 뿌리던 비가 계속 왔다면, '거미손' 이운재(수원)가 없이 2009 하나은행 FA컵 결승전을 치렀다면 수원이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을까.
승부차기 끝에 차지한 수원의 FA컵 우승은 '하늘의 도움'이 컸다. 8일 오전 성남종합운동장에선 대한축구협회 임원진들이 머리를 맞대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전날부터 내린 비가 이날 오전까지 계속됐고,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일정을 연기할 수도 있다는 긴장감이 흘렀다.
이 때문에 축구협회는 쏟아지는 비를 보며 양 팀 사령탑에 '오는 15일로 경기를 옮기는 게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양 팀 사령탑은 연기 결정은 쉽게 내리지 못했다. 무엇보다 9일 시작되는 대표팀 소집훈련에 수원의 이운재와 김두현을 비롯해 성남의 김정우와 정성룡이 포함돼 있어서 핵심 선수 없이 결승전을 치르기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더구나 수원은 이운재를 대체할 골키퍼가 마땅치 않았지만 성남은 정성룡 대신 김용대가 최근 제대하면서 팀에 복귀해 골문이 든든했다.
특히 차범근 감독 역시 결승전에 맞춰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마친데다가 이운재와 김두현 없이 경기를 치를 수 없는 상황이어서 절대 찬성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때 하늘이 도왔다. 멈출 줄 모르던 비는 오전 11시30분을 넘기면서 그치더니 이내 환한 햇빛이 먹구름을 헤치고 비치기 시작했다.
축구협회도 결승전 연기 논의는 끝내고 곧장 경기 준비에 착수했고, 선수들은 일제히 그라운드에 나와 몸을 풀었다. 경기는 예정대로 펼쳐졌고 박빙의 승부 속에 승부차기까지 치러지는 혈전이 이어졌다.
마침내 승부차기에서 수원은 이운재의 선방을 앞세워 7년 만에 FA컵 우승 트로피를 차지했다. 경기가 끝나고 나서 수원 관계자들은 "이운재가 없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한 우승이었다"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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