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 거인 잠재운 ‘새 일본 킬러’

입력 2009.11.14 (16:43)

수정 2009.11.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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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한살 젊은 호랑이' 양현종(21)이 일본 프로야구가 자랑하는 거인 타자들의 혼을 빼놓았다.
KIA 타이거즈 왼손 투수 양현종은 14일 일본 나가사키 빅N스타디움에서 열린 2009 한.일 클럽 챔피언십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경기에 선발 중책을 맡고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8일 신종플루 확진 판정을 받고 완치된 뒤 일본 원정길에 올랐지만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다.
아킬리노 로페즈, 릭 구톰슨, 윤석민 등 기둥 투수 3명이 모두 빠진 상황에서 나홀로 마운드를 책임져야 하는 부담도 컸다.
성인야구에서 국제무대 경험도 전무한 양현종이 요미우리 강타선과 맞서기는 모든 면에서 버거워 보였다.
그러나 양현종은 보란 듯이 놀라운 호투로 거인 타자들을 돌려세웠다.
6회 2사까지 5⅔이닝 동안 볼 84개를 던지면서 21명의 타자를 상대해 안타는 딱 3개만 허용했고 삼진 6개를 솎아냈다.
올 시즌 31홈런을 때린 강타자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에게 허용한 중월 솔로홈런이 유일한 실점이었다.
1회 선두타자 사카모토 하야토를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걸어보내 불안하게 출발한 양현종은 교타자 마쓰모토 데쓰야를 스탠딩 삼진으로 잡고 오가사와라를 체크 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위기를 벗어났다.
2회에는 가메이 요시유키와 아베 신노스케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148㎞의 빠른 볼을 겁없이 꽂았다.
전날 "힘으로 거인 타자들과 승부하겠다"고 말했던대로 두둑한 배짱을 앞세워 정면승부를 택했고 상대 타자들은 어정쩡한 스윙으로 고개를 떨어트렸다.
3회 다시 오가사와라를 꼼짝 못하게 세워둔채 삼진으로 솎아낸 장면이 압권이었다. 바깥쪽 빠른 볼에 허를 찔린 오가사와라는 속절없이 더그아웃으로 돌아서야 했다.
올 시즌 타율 0.322에 31홈런을 때린 거인군단 4번 타자 알렉스 라미레스를 상대로는 타이밍을 빼앗는 체인지업을 던져 두 번의 공격을 손쉬운 외야 뜬공으로 넘겼다.
타순이 한 번 돌때까지는 이승엽에게 맞은 좌중간 2루타가 유일했다.
6회초 오가사와라에게 정직한 직구 승부를 택했다가 큼지막한 중월홈런(비거리 130m)을 얻어맞고 마운드를 내려왔지만 흠잡을데 없는 투구였다.
양현종은 이날 호투로 이선희, 구대성, 김광현 등으로 이어져온 '일본킬러' 좌완 투수 계보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을 비췄다.
국가대항전은 아니었지만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즐비한 요미우리 타선을 상대로 '정공법'으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양현종은 "이번 시즌 풀타임 선발로 뛰며 여유가 많이 생겼다"며 "한국시리즈에서는 기대에 못 미쳤는데 이번 경기에서는 팀에 보탬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일본과 경기라 집중하려했다"며 "내년에도 이 자리에 선다면 꼭 이기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 타자에 대해서는 "아시아 최고의 타자이기 때문에 만약 내가 상대 타자의 이름을 먼저 머리에 떠올렸다면 주눅이 들었을 것"이라며 "상대도 똑같은 사람이고 생각했다. 상대보다 더욱 집중하며 이겨야겠다는 마음을 가져서 좋은 결과를 얻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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