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키퍼 두 명’ 성남, 깜짝 전술 성공

입력 2009.11.22 (18:59)

수정 2009.11.22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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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일화-인천 유나이티드의 프로축구 K-리그 쏘나타 챔피언십 2009 6강 플레이오프 경기가 열린 22일 성남 종합운동장.
올해 지도자로서 첫 걸음을 뗀 신태용 성남 감독은 경기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날 경기가 승부차기까지 갈 것을 예상이라도 한 듯 "마지막에는 뭔가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운을 뗐다.
신 감독은 물론 이날 승리해도 전날 6강 플레이오프를 치러 준플레이오프에 선착한 전남 드래곤즈보다 하루 덜 쉬기 때문에 가능하면 90분 안에 승부를 내겠다는 각오였다.
하지만 경기는 신 감독의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전반 48분 중앙수비수 사샤가 인천 공격수 유병수의 얼굴을 고의로 밟았다며 주심으로부터 레드카드를 받았고, 이 과정에서 거칠게 항의하던 신 감독도 퇴장당해 후반전부터는 관중석에서 무전기로 벤치에 작전 지시를 내렸다.
성남은 수적 열세에도 연장 전반 라돈치치의 선제골로 앞서 승리를 눈앞에 둔 듯했지만 사샤의 공백을 메우려 투입했던 조병국마저 연장 후반 퇴장당하고 김민수에게 뼈아픈 동점골까지 내줬다.
그러자 결국 신 감독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드필더 김정우를 빼고 골키퍼 김용대를 투입했다. 그때까지 골문은 정성룡이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정성룡도 그대로 그라운드에 남았다. 정성룡은 벤치 쪽으로 가서 자신의 등번호 1번이 새겨진 필드플레이어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결국 10여초 뒤 종료 휘슬이 울리고 경기는 승부차기로 이어졌다. 성남은 김용대가 잘 막고, 키커로 나서 잘 넣기까지 하면서 3-2 승리를 거뒀다.
실패로 돌아갔으면 무모한 도전이 됐을 신 감독의 `배짱 승부'가 빛을 보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신 감독의 표정은 십년감수한 듯했다.
신 감독은 "궁여지책"이었다고 말했다. 신 감독의 머릿속에는 지난 8일 수원 삼성과 FA컵 결승이 떠나지 않았다. 당시 김성환과 전광진이 승부차기 연습을 하면서 제일 잘 차 3, 4번 키커로 넣었는데 실전에서는 모두 실패했다. 다섯번째 키커 몰리나는 아예 찰 기회조차 얻자 못하고 2-4로 졌다.
신 감독은 "이번에도 성환이와 광진이를 빼니 찰 선수가 없더라. 그래서 정성룡을 필드플레이어로 넣고 김용대를 골키퍼로 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준비했던 것이 적중했다"고 그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성룡이까지 승부차기를 넣어줬더라면 `신태용 대단하다'는 말이 나왔을 텐데 아쉽지만 용대가 잘 막아줘 기분좋다"고 모처럼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정성룡의 유니폼을 새로 마련한 것은 이날 아침 식사 후였고 선수들조차 이를 몰랐을 만큼 비밀스럽게 신 감독의 `깜짝 카드'는 준비됐다.
신 감독은 "10명이 뛰면서 선제골을 넣었고, 9명이 싸워 비겼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선수들의 이겨야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오늘 힘들게 이겼으니 정신력은 살아 있을 것이다. 다음 전남과 준플레이오프 경기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새롭게 각오를 다졌다.
심판 판정에 대해서는 "노코멘트하겠다. 주심도 사람이니 실수할 수 있고, 우리 선수가 실제로 반칙을 했을 수도 있다"고 말을 아끼다가 "나는 내가 왜 퇴장당했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축구인으로서 반성해야 한다. 나 또한 개인적으로 죄송스럽다. 반성하면서 좀 더 성숙해지도록 하겠다. 하지만 그 전에 경기가 매끄럽게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선수들이 1년 농사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데 휘슬 하나에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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