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후반기, 숨 막히는 전쟁 예고

입력 2010.02.09 (11:24)

수정 2010.02.09 (12:41)

열흘간 올스타전 휴식기를 보내고 있는 프로배구가 오는 13일부터 후반기 레이스에 돌입한다.



   전체 196경기 중 129경기를 소화했고 67경기를 남겨뒀다. 남은 일정은 3분의 1(34.2%)이지만 5, 6라운드에서 사실상 이번 시즌 전체 농사가 좌우된다.



   각 팀 사령탑이 매 경기 느끼는 체감효과도 확 달라진다.



   신치용(55) 삼성화재 감독은 "앞으로 세 경기 이상은 질 수 없다"며 정규리그 우승까지 남은 경기 수를 세는 '눈치작전'을 시작했고 신영철(46) 대한항공 감독대행은 "한 경기 한 경기 결승처럼 임한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갑자기 지휘봉을 넘겨받은 김상우(37) LIG손해보험 감독대행은 "상위 세 팀에 잡히면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며 배수진을 쳤다.



   한층 더 치열해질 후반기 백구 코트에서 눈여겨볼 관전 포인트도 많다.



   ◇'원조 괴물' 레안드로의 귀환 



지난 3년간 한 경기 최다 득점(49점) 기록을 보유했던 '원조 괴물 용병' 레안드로 다 실바(27.브라질)가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돌아왔다.



   2006-2007시즌 삼성화재에서 뛰면서 정규리그 득점왕(786점)과 MVP를 차지했지만 정작 중요한 챔피언결정전 트로피는 현대캐피탈의 숀 루니에게 빼앗긴 아픈 기억이 남아있다.



   한국 무대를 떠났던 3년간 일본(도레이), 브라질 리그의 경험이 레안드로를 한 단계 더 성숙시켰을지, 아니면 특유의 파워가 떨어졌을지 궁금한 대목이다.



   지난달 30일 박철우(25.현대캐피탈)가 LIG손보와 경기에서 무려 50점을 올려 레안드로의 최다 득점 기록을 깼다. 레안드로 입장에서는 오히려 도전할 목표가 생긴 셈이다.



   그러나 다나일 밀류셰프(25.불가리아) 대신 레안드로를 택한 대한항공의 선택이 과연 옳은 것일지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있다. 레안드로가 팀 플레이에 그다지 충실한 공격수는 아니기 때문이다.



   기존 토종 공격 3인방 신영수(28), 김학민(27), 강동진(27)의 화력이 절정에 달한 시점에서 굳이 바꿔야 하느냐는 지적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일 토종의 힘 만으로도 삼성화재를 3-0으로 깼다.



   ◇대한항공의 초반 연쇄 충돌 



후반기에도 화제를 모을 팀은 10연승을 달리며 고공 비행 중인 대한항공이다. 특히 초반 대진표가 신영철 감독대행에게는 아찔하다.



   대한항공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5일 인천 홈에서 현대캐피탈과 맞붙고 사흘 후인 18일 대전에서 삼성화재와 만난다. 이어 또 사흘 뒤인 21일에는 구미로 건너가 LIG손보와 대적해야 한다.



   3일 간격으로 프로 3강과 차례로 만나는 일정이 짜여있다. 보통 중간에 약체팀이 섞이기 마련인데 이런 대진도 좀처럼 보기 드물다.



   신영철 감독대행은 "5라운드 초반 고비가 있을 것"이라며 "연승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내심 3경기에서 2승1패 정도면 선방한 것으로 여길 수도 있다.



   ◇LIG의 신영철 학습효과 



LIG손보는 지난 4일 박기원(59) 감독 대신 김상우 코치를 사령탑에 앉혔다.



   남자부에서는 작년 12월9일 대한항공이 진준택(61) 감독을 뒤로 물리고 신영철 감독대행을 택한 데 이어 두 번째 시즌 중 사령탑 교체이다.



   LIG손보는 '신영철 학습효과'를 노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신영철 감독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14승1패로 믿기지 않는 승률을 올렸다. 1패도 KEPCO45에 방심하다 당한 것이라 전승을 거둘 수도 있었다.



   2위 대한항공에 두 경기, 3위 현대캐피탈에 한 경기 뒤져 극적인 반전이 필요한 LIG손보로서는 '김상우 카드'로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김상우 감독대행은 삼성화재의 10년 아성을 함께 누렸던 명센터 출신이다. 신영철 감독대행도 삼성화재 코치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신치용 감독까지 삼성화재 출신 세 지도자가 불꽃 튀는 지략대결을 벌일 판이다.



   ◇데스티니 효과 어디까지 



여자부는 '슈퍼 용병' 데스티니 후커(23.GS칼텍스)를 빼놓고 후반기 판도를 논하기 어렵다.



   리그 전체의 승패 흐름이 데스티니가 오기 전과 온 이후로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GS칼텍스가 6연승을 달리면서 판을 흔들었다. GS가 선두 현대건설을 따라잡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포스트시즌까지 '데스티니 효과'가 이어질지가 관심이다.



   미국 대학 육상 높이뛰기 챔피언 출신의 데스티니는 국내 무대 6경기에서 157점(평균 26.1점)을 올렸다. 특히 최근 5경기 득점은 25∼29점으로 고른 분포를 보이고 있다. 기복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전혀 못 잡을 수준의 스파이크를 때리는 것은 아니다. 지난달 27일 흥국생명과 경기 1세트에서는 공격 7개가 연달아 수비에 잡힌 적도 있다.



   이성희 GS칼텍스 감독도 "다른 팀들이 충분히 대비한다면 데스티니가 막힐 수도 있다. 우리도 다른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