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태범, 한일 자존심 대결서도 ‘완승’

입력 2010.02.16 (14:32)

수정 2010.02.16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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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첫 금메달을 수확한 모태범(21.한국체대)의 레이스는 일본과 치열한 자존심 싸움을 벌인 끝에 엮어낸 승리였기에 기쁨이 더욱 컸다.

16일(한국시간) 캐나다 리치먼드 올림픽 오벌에서 벌어진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는 한국과 일본 스프린터 사이의 팽팽한 접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던 이강석(22.의정부시청)과 이규혁(32.서울시청)은 각각 일본의 가토 조지(23)와 나가시마 게이치로(28)와 한 조에 편성돼 1차 레이스를 치렀다.

선수들의 승리욕을 자극해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던 당초 기대와 달리 이강석과 이규혁은 모두 일본 선수에 뒤진 채 레이스를 마쳤다.

17번째 조로 경기에 나선 이강석은 35.05로 가토(34.93)에 0.12초 뒤졌고, 19번째로 레이스를 펼친 이규혁은 35.145로 나가시마(35.10)보다 0.045초 뒤져 10위로 밀려났다.

하지만 1차 레이스에서 예상을 뒤엎고 2위에 오른 모태범이 선배들의 패배를 설욕했다.

19번째 조로 2차 레이스에 나선 모태범은 34.906만에 결승선을 통과, 앞선 레이스에서 1위로 올라선 나가시마를 앞질렀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간판 가토가 레이스에 나섰다.

가토는 모태범보다 0.05초 앞선 9초56만에 첫 100m 끊어 한국 선수단을 긴장시켰지만 두 번째 코너를 돌면서 급격히 속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34초937의 기록으로 3위에 그치고 말았다.

금메달이 확정되는 순간 모태범은 양 주먹을 불끈 쥐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역전 우승은 모태범만이 아니라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에게도 늘 일본에 한 발 뒤처져 있던 아쉬움을 해소한 승부였다.

한국은 처음 참가했던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 이후 무려 62년 동안 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식민지 시기 일장기를 달고 출전한 김정연이 1936년 독일 가르미슈-파르텐키르헨 동계올림픽 10,000m에서 동양인 최초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지만 메달은 따내지는 못했다.

이후로도 한국은 1992년 알베르빌 대회 때 김윤만이 1,000m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이강석이 남자 500m 동메달을 목에 건 게 전부였다.

그 사이 이웃 일본은 1984년 사라예보 대회 남자 500m은메달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매 대회 메달을 따내며 스피드스케이팅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는 시미즈 히로야스가 처음으로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기도 했다.

이날도 일본의 두 간판 스프린터는 은메달과 동메달을 휩쓸며 모태범을 압박했다.

하지만 젊은 패기를 앞세운 모태범은 '빙판 한일전'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일궈내며 늘 부러운 눈길로 일본을 바라봐야 했던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오랜 아쉬움을 함께 떨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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