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쇼트 계주 실격 ‘5연패 좌절’

입력 2010.02.25 (11:46)

수정 2010.02.25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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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쇼트트랙이 동계올림픽에서 1위로 골인하고도 실격을 당해 금메달을 놓쳤다.

조해리(고양시청)-김민정(전북도청)-이은별(연수여고)-박승희(광문고)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은 25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퍼시픽콜리세움에서 열린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결승에서 중국을 따돌리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경기 뒤 심판진은 레이스 도중 한국 선수가 중국 선수를 밀쳤다고 판정해 실격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19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부터 계주 4연패를 이룩했던 여자 쇼트트랙이 금메달 명맥이 끊겼다.

너무나 아쉬운 레이스였다.

이번 올림픽을 앞두고 대표팀은 개인전에서는 중국을 이기기 어렵다고 판단해 훈련시간의 상당 부분을 계주 훈련에 투자했었다.

오랜 기간 훈련한 만큼 선수들의 호흡이 잘 맞았고 컨디션도 전반적으로 좋았다.

111.12m의 트랙을 27바퀴 도는 3,000m 결승에서 중국,캐나다,미국과 함께 나선 한국은 3위로 출발했지만 3바퀴째 이은별이 2위로 치고 나갔고 17바퀴를 남기고는 다시 이은별이 중국을 따돌리고 1위로 나섰다.

12바퀴째 남기고는 이은별이 중국에 선두를 허용했다 이내 되찾는 등 치열한 2파전이 전개됐다.

문제는 6바퀴를 남긴 상황에서 벌어졌다.

터치를 받은 김민정 선두로 코너를 돌다 오른쪽 팔이 바짝 뒤따라 오던 중국 선린린과 부딪힌 것.

자연스러운 움직임 속에 부딪혔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지만 심판들은 경기 뒤 김민정이 고의로 밀쳤다며 '임피딩(impeding)'으로 판정했다.

결국 한국은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태극기를 흔들었으나 비디오 판독이후 논의를 계속하던 심판진은 최종적으로 실격을 선언했다.

실망한 대표선수들은 전부 눈물을 흘리며 "실격이 아니다"라고 항변했지만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여자대표팀 최광복 코치는 "주심이 김동성 사건 당시 같은 인물이라 선수들에게 주의를 당부했지만 경기 도중에 이런 일이 생기고 말았다"고 설명한 뒤 "(반칙을) 줄 수 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이지만 판정이 나고 나면 어필하거나 번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아쉬워했다.

최 코치는 "경기는 이미 끝났고 지난 일을 생각해봤자 마음만 아프니 다음 경기에 집중하겠다"며 "김민정이 반칙한 상황이 됐지만 선수를 질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남자 1,500m 결승에서도 김동성이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의 '헐리우드 액션' 때문에 실격당해 억울하게 금메달을 뺏긴 사례가 있다.

당시 명백한 오심으로 김동성의 금메달을 오노에게 넘겨 준 주심 제임스 휴이시는 이번에도 고의적인 반칙 여부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한국에 또 불리한 판정을 내렸다.

전이경 SBS해설위원은 "휴이시가 김동성 오심 사건 이후 2년 동안 대회에 못 나오다 활동을 재개했다"면서 휴이시의 자질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기가 끝난 뒤 한국 선수들이 태극기를 흔들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동안 국내외 언론은 '한국 금메달' 소식을 전했다가 4분만에 실격당한 사실을 알리는 소동을 빚었다.

중국 신화통신도 오전 11시46분 '한국이 우승했다'는 긴급 기사를 타전했다가 오전 11시56분에야 '한국의 실격으로 중국이 금메달을 땄다'고 다시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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