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깎이 주전들, 야구 한풀이 나선다

입력 2010.04.06 (10:16)

수정 2010.04.0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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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이명우.양의지 돌풍 예고

'늦깎이 주전'이 시즌 초반 프로야구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프로 1군 무대에 데뷔한 지 적게는 3년부터 많게는 10년이나 지나 뒤늦게 주전을 꿰찬 중고 선수들이 각 팀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선수는 한화 2루수 정원석(33).

아직 6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초반이지만 타격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쁨까지 맛보고 있다. 타율 0.500(22타수 11안타)을 때려 '타격 기계' 김현수(22)를 2위(0.458)로 밀어냈다.

1996년 두산의 전신인 OB에 입단한 정원석은 한 번도 주전으로 뛰어보지 못했다. 2008년까지 두산에서 백업 내야수를 전전했고 결국 지난해에는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끝에 시즌 후 방출됐다.

벼랑 끝에 몰린 정원석에게 기회를 준 사람은 동국대 시절 스승인 한대화 한화 감독이다. 정원석의 재능을 아깝게 여긴 한 감독은 다른 구단에서 입단 테스트를 하던 정원석을 불러들였다.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방망이를 잡은 정원석은 스프링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도약을 준비했다. 마침 2루수 송광민이 이범호(소프트뱅크)가 빠진 3루로 옮기면서 주전을 차지할 수 있었다. 시범 경기에서 타율 0.367(30타수 11안타)로 깊은 인상을 남기더니 정규 시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2002년 입단해 통산 성적이 1승7패에 불과한 롯데 이명우(28)는 꿈에 그리던 선발 보직을 차지했다. 손민한, 조정훈 등 주축 투수가 빠진 탓에 운 좋게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됐으나 이제는 실력으로 제자리를 지켜나갈 태세다.

이명우는 4일 KIA와 광주경기에서 6⅔이닝 동안 2자책점만 허용하는 빼어난 피칭을 펼쳤다. 1-2로 뒤진 상황에서 강판한 탓에 승리는 올리지 못했지만 롯데는 이날 이명우의 호투 덕분에 연패를 끊는 역전승을 따낼 수 있었다.

포수 양의지(23)는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의 새로운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양의지는 2006년 입단했으나 최승환, 용덕한 등에 밀려 지난해까지 단 3경기밖에 출전하지 못했다. 타격 솜씨는 인정받았으나 투수 리드 등 수비가 약하다는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탓이었다.

지난달 28일 KIA와 경기 2회에 최승환 대신 투입돼 무리 없이 경기를 소화한 양의지는 30일 경기에서 생애 첫 주전 마스크를 쓰고 선발 출전했다. 이날 양의지는 홈런 2방을 날리며 벤치의 눈도장을 받았고 이후 주전 선발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넥센의 유한준(29), 김민우(31)도 오랜 백업 요원 신세에서 벗어나 이번 시즌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예다.

2000년 현대에 지명된 외야수 유한준은 2005년에야 프로 1군 무대에 얼굴을 비췄으나 송지만 등 쟁쟁한 동료에 밀려 대타 요원에 만족해야 했다. 올해는 타율 0.300에 6타점을 올리며 LG로 자리를 옮긴 이택근의 외야 공백을 메우고 있다.

내야수 김민우의 입단 연도도 2002년 현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역시 입단 후 줄곧 빛을 보지 못하다가 이번 시즌에는 손목을 다친 황재균을 대신해 3루수로 뛰기 시작했다. 지금은 2루에서 김일경과 포지션 경쟁을 펼치고 있다.

김민우는 특히 지난달 27일 롯데와 개막전에서 2010시즌 1호 홈런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2004년 데뷔해 지난 시즌 2군에 주로 머물렀던 한화의 최진행(25)은 주전 도약을 뛰어넘어 타선의 핵인 4번 타자를 차지했다.

최진행은 스프링캠프를 거치며 김태균(지바롯데)을 대신할 거포를 찾던 한대화 감독의 눈에 들었다. 현재까지 25타수에 5안타 1홈런을 때리며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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